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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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꺼려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다.

두렵다 :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무섭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알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두렵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모르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대상을 알면 무서운 것이고, 대상을 모르면 두려운 것이다. 사고를 쳐서 아버지를 화나게 할 것은 무서운 것이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반면에 밤에 잠자는 데 마루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나서려고 할 때는 두려운 것이지 무서운 것이 아니다.         -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에서


그러니까 이 책은 두려운 쪽이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떨림. 사람은 무서운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일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할 수 있을 테니, 그가 잔인하든 난폭하든 무서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가 예상을 엎는다면,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면, 기대밖의 생각을 보인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판단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라면, 그는 두려운 사람이다. 두려운 것이다. 


이 작가의 전작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인데, 전작에도 이런 류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요소들이 깔려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새삼스러움에 오싹해진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람만큼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또 어디에 있으랴. 내 마음도 내가 못 믿는데 하물며 남에 있어서랴. 


일본 특유의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괴기스러움이 이 책에도 잘 녹아 있다. 낯설기는 하지만 의외로 통하는 부분도 있다. 인류 공통의 무의식일까. 사실, 가장 무서울 때는 내 속의 괴물을 내가 느꼈을 때이니까, 남을 두고 뭐라고 할 것도 못되기는 한다. 내가 나에게 진저리를 칠 수 있을 뿐.  (y에서 옮김20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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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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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추리소설을 읽던 중 우리의 작품을 찾다가 만난 책이다. 배경이 조선이라는 것, 주요 인물이 포도청의 군관이라는 것, 그리고 당시에 있었다는 묘한 사건을 두 사람이 해결한다는 설정에 끌렸다. 


    역사가 배경인 소설을 읽을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혼동하거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재미로 읽고 각자 유익하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 등장인물이 실존 인물이냐 가상 인물이냐, 이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 특정의 조상이나 가문이나 직업을 욕되게 한 것이냐 아니냐, 이런 점들을 따져서 답을 얻으려 하면 독서 활동이 상당히 난처해진다는 것. 이런 여러 주의사항을 고려하여 느긋하게 또 재미있게 읽어 보려고 하였는데.


    실존인물이라고는 하나 전혀 모르고 있던 좌우포도청의 군관인 이종원과 육중창의 활약은 더없이 명쾌하고 마음에 들었다. 기와가 사라진 사건도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하고 이를 작가가 조화롭게 엮어낸 소설로 팩션이라고 칭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흐뭇하였는데. 단 하나, 정조와 정약용이 등장하는 요소가 나의 하찮은 독서를 일부 방해하고 말았다는 것이지. 두 군관에게는 너무도 든든한 배경이라서 내게는 스포일러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힘으로 모자라게 되더라도 이 사건은 무조건 해결되겠군, 병조참판이든 병조판서든 나아가 영의정이 죄를 짓더라도 결국 벌을 받게 되겠군, 그래서 좀 싱겁군...  


    팩션이 아닌 장르소설을 내가 기대했던 것일까? 이를테면 다음처럼. 조선시대의 군관 둘이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그들이 가진 능력의 범위 내에서 해결한다. 역사적인 자료들을 서민들의 삶에 적절히 녹여 서술한다. 읽는 나는 아주 편하게 조선의 풍습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일 뿐이니 이런 기대를 해도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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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뭐 먹지?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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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어떻게 해 먹을 것인가? 살아 있는 동안은 영원할 숙제이다. 이 숙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게 삶의 태도일 수도 있겠다. 매번 즐겁게 먹을 수도 있고, 마지못해 먹을 수도 있고, 허겁지겁 먹을 수도 있고, 느긋하게 먹을 수도 있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대충 때울 수도 있고, 함께 어울리며 먹기도 하고, 혼자 먹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작가는 잘 하는 장점을 살려 먹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 놓고 있다. 편집의 묘미를 살린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먹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계절이 넘어가는 사이에 나타나는 '낮잠이 최고'라는 컷은 아주 유쾌하다. 먹을 만큼 먹고 계절에 관계없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처지라면, 부러울 그 무엇이 있겠는가.

     

    만화 마지막 쪽은 내게 아주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작가가 결혼을 했다고 한다. 내내 혼자서 음식 만들어 먹는 이야기만 읽다가, 심지어 감기몸살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순간에도 기어코 따뜻한 국물을 만들어 먹는 작가를 떠올리면서 애틋하기도 했는데, 살짝 유쾌한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혼자 살 거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나 혼자 그런 짐작을 했던 모양이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기대가 된다. 이제 부부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 내지 않을까 싶어서. 둘이 함께 먹는 이야기, 나는 그것도 참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y에서 옮김201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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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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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외국의 시즌 드라마처럼 될 수 없는 이유를 텔레비전의 어떤 채널에서 본 적이 있는데, 주인공들이 서로 연애를 하기 때문이란다. 어렵게 연애를 하다가 성공을 해 버리니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가 없다고. 그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소설도 그런 것 같다. 남녀의 연애라는 줄기를 붙잡지 않고는 좀처럼 전개하기 힘들어 보이는 소설들, 사랑이 좋기야 하지만 늘 사랑이 있는 것은 아니니 가끔은 사랑 이야기가 없어도 좋으니 우리 삶과 같은 이야기는 없을까 싶었는데. 이 작가의 소설이 딱 이에 맞다. 청소년기의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고.   


    고등학생 시절에 풋풋한 연애 감정을 겪어 보는 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내가 얻어 본 적이 없으니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또 고등학생 때 연애를 하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보다 적지 않을까, 이건 내 생각일까. 고등학생 소설이라고 해도 남녀간의 관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거북한 동경이라고나 할까, 나는 왜 그런 일이 없었을까 섭섭하기도 하고. 


    젊을 때는 젊은 대로 시간이 흐른다. 사람을 보는 눈도 키워야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가고 끝내는 것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야 하고, 그러는 중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들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하면서. 그러나 어떤 식으로 흘렀든 결국에는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자신이 자신으로 살아 있는 한. 


    이 나이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가벼운 긴장감을 느끼는 내가, 이럴 때마다 나는 다행스러워진다. 젊은이들이 자라는 이야기, 아직은 지겹지 않고 신선하다.  (y에서 옮김20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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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 전까지 병원 갈 일 없는 스트레칭 - 일생 중 가장 긴 노년, 반짝하는 ‘예쁜’ 몸이 능사가 아니다, 오래 쓰는 몸을 만들어라, 최신 개정판
    제시카 매튜스 지음, 박서령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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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그대로 믿는 건 아니고, 책 내용도 고스란히 믿지는 않고, 그렇지만 일부의 내용이라도 참고를 하고 도움을 얻자는 생각으로 보는 책들이 더러 있는데. 이 책은 각 스트레칭의 효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는 의도로 구입을 한 것이다. 동대구역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요가를 하고 있고 스트레칭도 따로 하고 있으며 근력 운동을 아주 조금 하고 있지만 내 몸의 이곳저곳에서는 끊임없이 문제가 생긴다. 노화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의 이유를 알겠다. 오래 썼으니 고장이 나고 있다는 말이겠지. 고치고 바꾸고 달래면서 살아가야 하고 스트레칭도 그 중의 한 방법이라고 하니 새겨 들어야겠는데 궁금할 때가 생긴다. 여기 이 자리는 왜 아프고 왜 아프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지는 것일까? 


    낯선 내용은 아니다. 이미 여러 번 여러 경로로 본 듯하다. 못 외우고 있으니 답답한 것일 뿐. 책을 가까이 두고 들춰 보느냐, 핸드폰으로 즉각 찾아보느냐, 이 두 가지로 해결을 할 수 있겠다. 그러다가 몇 가지는 긴 기억으로 남아 주기도 하겠지만 대체로는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봤다. 낯선 동작이 없다. 다 해 보았거나 하고 있거나 할 줄 아는 동작들이라는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한데 이게 혼자서 해보려고 하면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점이다. 그럴 때마다 책이나 핸드폰을 열 수도 없고 열려는 시도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스트레칭을 할 의욕이 사라져버리는 이 멋진 낭패감이라니. 운동을 해야지, 스트레칭을 해야지, 책을 사 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아무 효과도 거둘 수 없지 않는가.


    그래도 이렇게 보는 즐거움이라도 누려야지, 변명하면서 넘긴다. 책장이 아니라 두 팔을 뒤로 넘기는 게 내 신체에는 더 효과적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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