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해 먹을 것인가? 살아 있는 동안은 영원할 숙제이다. 이 숙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게 삶의 태도일 수도 있겠다. 매번 즐겁게 먹을 수도 있고, 마지못해 먹을 수도 있고, 허겁지겁 먹을 수도 있고, 느긋하게 먹을 수도 있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대충 때울 수도 있고, 함께 어울리며 먹기도 하고, 혼자 먹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작가는 잘 하는 장점을 살려 먹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 놓고 있다. 편집의 묘미를 살린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먹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계절이 넘어가는 사이에 나타나는 '낮잠이 최고'라는 컷은 아주 유쾌하다. 먹을 만큼 먹고 계절에 관계없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처지라면, 부러울 그 무엇이 있겠는가.
만화 마지막 쪽은 내게 아주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작가가 결혼을 했다고 한다. 내내 혼자서 음식 만들어 먹는 이야기만 읽다가, 심지어 감기몸살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순간에도 기어코 따뜻한 국물을 만들어 먹는 작가를 떠올리면서 애틋하기도 했는데, 살짝 유쾌한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혼자 살 거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나 혼자 그런 짐작을 했던 모양이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기대가 된다. 이제 부부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 내지 않을까 싶어서. 둘이 함께 먹는 이야기, 나는 그것도 참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y에서 옮김2017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