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5 ㅣ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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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절에 한 권씩, 세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계절이 바뀐다. 나는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몇 편의 소설을, 몇 차례의 계절을 맞이하게 될까? 오래 건강하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호의 작품 셋은 대체로 떨떠름했다. 주제도 삭막하거니와 등장인물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내 마음에 안 드는 경우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고스란히 거리감이 느껴지면 답답해진다. 나는 어쩌면 2025년 겨울을 이런 마음으로 보냈던 게 아닌가 한다.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꼬인 관계에서 헤매는 것처럼.


나쁜 마음, 나쁜 의도, 나쁜 계획, 나쁜 시도, 나쁜 실천, 나쁜 모함 따위들은 인간의 본성과 어떻게 이어질까? 내 이익과 이어지면 이어지는 대로, 내 이익과 상관없어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제멋대로 되어 버려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따라서. 길지 않은 소설 세 편은 나를, 내 바람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괜찮은 존재가 아닌 모양으로.


봄아, 이제 좀 와 주렴.


<별개의 문제>

나는 별점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5개만 준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안 준다. 이것도 내 방식 중 하나다.


<뱀이 있는 곳>

제목과 소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밖에.


<5월은 창가의 호랑이>

화자를 어린이로 내세우는 글에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것도 약간의 학대처럼 느껴지는 게 영 마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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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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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로의 '안 해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의 유래를 읽었다. 이 작가의 대표적 작품인 '빙과'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 혹은 내가 이 작가의 글과 호타로에 대해 어찌하여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그 어떤 배신감, 인간에게서 느낀 쓰디쓴 무례에 대한 공감을 했다고 해야겠다. 난 그걸 올해 느낀 셈인데, 얼마 전에 깨달은 느낌인데, 나이 오십이 넘어 알게 된 셈인데, 호타로의 취향에 동감을 느꼈던 게 내게도 그런 성향이 숨어 있었던 탓이었을까? 딱하지만, 좀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런......


책에는 6편의 글이 실려 있다. 고전부 동아리 회원 4명이 겪은 일화를 근사한 이야기로 엮어 놓았다.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소소한 사건들을 이야기로 꾸며 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이게 어떻게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싶은 에피소드가 묵직한 의미를 주는 이야기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 보다 보면, 기억력일까 상상력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나도 이런 초등학생 시절을, 중학생 시절을,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내 학창 시절은 참 단순하고 밋밋했구나 싶어지면서, 이런 정도의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 없었던 게 좀 섭섭해지기까지 하는 거다. 아니,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심히 넘기고 마는 일상의 순간들 사이로,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잡아낼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게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그런 능력이 없는 나는 독자로 남아 있는 것이고, 또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읽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먹는 나이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나이를 늦게 먹고 있어서(창작인지 출판인지 아무튼 이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서) 나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언제까지 고전부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인가,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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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ㅣ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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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남편도 있고 자식도 둘이나 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업도 갖고 있으므로 작가와는 다른 입장이면서도 아주 흐뭇하게 이 만화를 보았다. 혼자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구나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삶.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가 함께 삶을 꾸릴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해서 만화를 그려 보여 준다면,-'둘이 살기 1년차' 이런 식으로-그것도 그것대로 흥미로울 것 같은데 '혼자살기 9년차'라는 책이 이미 출간된 것을 보면 아직 결혼을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작가 이전에 내가 만난 <마스다 미리>와는 또다른 그림과 내용으로 나를 빠져들게 한다.


주인공이 참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먹을 때의 황홀한 표정이나 잠잘 때의 푹 퍼진 모습은 내 마음에 쏙 든다. 나도 그림처럼 그렇게 따라 해 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림대로라면 작가가 먹는 양이 상당한 수준인데, 잘 먹고 많이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개인적으로는 복된 것이리라.


좀 소심하기도 하고, 은근히 수줍음이 많아서 잘 나서지도 못하고,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아 머뭇거리는 일이 있는 듯이 보이기는 해도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해 내고 마는 작가다. 혼자 살아가는 힘도 혼자 여행하는 힘도 그렇게 키운 것일 테지. 9년차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된다.


일본의 여자 작가 중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미혼이면서 애니메이션 작가이다. 내가 응원하는 속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y에서 옮김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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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사생활 ㅣ 은행나무 시리즈 N°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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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삶 사이의 거리를 생각한다. 내 삶 안에 있는 취미만 알고 있었는데 내 삶의 바깥에 취미를 두고 있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 이 책으로 얻었다. 


소설은 비교적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되었다. 약간은 랄랄라 하는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소설의 중간쯤 이르렀을 때 뭔가 기분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편하지 않은, 거북하고 거슬리는, 염려되고 불안한, 어쩌려고 이러나 이 인물들은...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었으므로 책을 잡은 후 한번에 끝내기는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온통 걱정이다. 걱정만 남겨 준 책이다. 은협이도 은협이의 가족들도 은협이의 이웃이자 화자로 등장하는 '나'도 다 걱정이 된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려나, 나는 주제넘게 걱정을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내가 그 안의 일원으로 들어 있지 않다는 것만 무진장 고마워서.  


이 작가의 글 중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를 읽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책을 읽은 지금의 기분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찾아서 막 더 읽고 싶은 마음까지 나가지는 않고 그런데 조금은 더 보고 싶기도 한 듯 오락가락하는. 이렇게 또 한국문학의 가지 하나를 얻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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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의 과학 - 당신의 요가를 완성하는 해부학과 생리학의 원리 ㅣ DK 운동의 과학
앤 스완슨 지음, 권기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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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대로다. 특히 부제로 나오는 ‘당신의 요가를 완성하는 해부학과 생리학의 원리’. 요가의 효과를 의학과 과학의 연구 사례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요가 자세의 원리와 효과에 대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빌려 본 책인데 퍽 만족스럽다. 


요가 자세를 취한 그림에 여러 방향에서 설명을 덧붙여 놓고 있다. 의학과 과학의 이론과 원리를 비롯해 인체 해부학 용어들까지 줄줄이 나오는데 아주 많이 낯설다. 외워서 남들 앞에서 아는 척하면 근사해 보일 때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럴 마음은 안 든다. 무엇보다 그럴 능력이 우선 없고. 요가를 가르치는 분들에게는 본인이 습득한 양만큼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쩌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인지도 모르겠다.  


요가를 하고 있는 중이라 때때로 궁금한 점이 생길 때가 있다. 수련을 하는 중에 떠올라서 마치고 강사님께 여쭤 봐야지 했다가는 다 잊어먹고 만다. 집으로 오는 길에서야 생각이 나서 쓴웃음을 지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쩔 수 없지, 수련을 받는 동안 그저 잘 따라서 하는 수밖에. 


책은 이런 내 처지에 도움을 주는 정보들을 꽤 담고 있다. 인체의 구조와 요가 자세와의 연관성이라든가 근육의 구조와 작용 원리 등은 읽으면서 ‘그렇군’ 하는 마음이 들게 해 주었다. 이래서 이렇게 하라는 것이었군, 이 동작이 이런 근육 강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군,... 강사가 수련 중에 해 주던 말들도 떠올랐고 요모조모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동작에 대한 원리나 효과뿐 아니라 요가라는 활동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도 페이지 곳곳에 실려 있다. 특히 요가를 하면 좋은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 ‘요가는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대목은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이곳저곳에서 주워 들었던 요가의 장점들이 전문가가 정리해 놓은 내용으로 확인하게 된 듯해서 기분이 많이 산뜻하다.  


요가 자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글과 그림을 보고 또 낯익은 자세들에서 얻을 수 있다는 상세한 효과를 보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머리자세가 한쪽은 되고 한쪽은 안 되고 있는데 이러는 이유를 알게 된 것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모조리 다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어도 당장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y에서 옮김20211003)


요가 수업을 듣는다

단체로 운동하고 강사에게 배우면 거울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 거울신경세포 계통은 최근에 발견된 신경망으로, 운동을 모방하고 공감이 일어나는 데 관여한다. - P26

요가와 염증

요가는 스트레스 반응을 줄임으로써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추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가 수행은 사이토카인 수치를 낮춰 염증을 완화한다는 연구가 있다. 과학자들은 장기간의 규칙적인 요가 수행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추정한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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