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 어느 헌책방 라이더의 고난극복 서점순례 버라이어티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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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다 나와 있다. 책방 주인이 오토바이를 타고서 일본의 책방을 여행했다는 내용. 오토바이도 책도 책방도 여행도 좋아하는 작가가 한번에 다 품고 시도한 작업이었으니 읽는 마음이 벅찰 수밖에. 이 일을 이렇게? 따라할 수도 따라하고 싶지도 않은 오토바이 여행, 그래도 책방 여행이라는 행태는 무척 끌린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내 삶과 이어지는 가치관 하나를 만날 수도 있을 듯하여.

작가는 진주에서 소소책방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단다. 책방의 위치가 대략 짐작이 되는데 가 볼 수 있는 날이 올지 어쩔지.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돈을 벌기에는 마땅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 할 말이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가서 한 권의 책도 못 사고 있는 처지에. 그저 이렇게 먼 거리에서 아무런 힘도 못될 시선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책이 좋아 책과 함께 살겠다고, 아주 잘 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조금 더 책방을 잘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찾아다닌 작가의 책방 순례. 책방을 소재로 삼은 일본소설을 읽은 덕분에 작가가 들려 주는 일본의 책방 문화가 낯설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잠깐씩 부러워했던 어떤 사정을 작가도 부러워하는 걸 보면서는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이들끼리의 동질감을 갖기도 했다. 그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이럴 테지, 여기면서.

거대한 서점 말고 화려한 서점 말고 건축으로 유명한 서점 말고(이것들은 이것들대로 있어야 하겠지만), 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단단한 책방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좀 많이 무안하고 따끔해진다. 가까이 있어도 할인율에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것이면서, 나는 안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는 걸 알기에. 살기에 팍팍하다는 느낌이 들수록 더 벌어질 거리감이다.

사서 읽었으면 좋았겠으나 빌려 읽고 남기는 이 죄책감은 또 어찌해야 할지. (y에서 옮김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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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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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보여 주었던 프로그램 '달팽이호텔'이 떠올랐다. 딱 그 구성이다. 혹시 이 소설을 참고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호텔 손님이 일반인이 아니라 연예인들이라 그게 다르긴 하지만.

아일랜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던가. 영국의 왼쪽 옆에 있는 나라지. 북쪽의 북아일랜드는 영국 땅으로 되어 있고. 이 소설의 배경이 아일랜드 서부의 호텔로 되어 있어 인터넷으로 아일랜드에 대해 좀 찾아 본다. 대략, 아주 조금 알겠다. 가 보고 싶게 만든다.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등장인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이런 구성이라면 2편, 3편,... 계속 만들어 낼 수 있겠다. 사람들의 삶이라는 게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는 것이니, 적절하게 조화시켜 보여 준다면 새로움과 공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구성이다. 힘든 일상을 벗어나 일주일 정도 호텔에서 쉬면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살짝살짝 아픔도 나누고 위로도 받고, 그래서 호텔을 떠날 때가 되면 마음도 몸도 개운해져서 새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는 설정. 나는 지금 별로 어려운 형편에 놓인 것도 아닌데, 이런 곳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앞으로는 이런 공간을 활용하는 게 일상의 틀에서 흔해질지도 모르겠다.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잔잔하면서도 진지한 전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나 호의가 고스란히 살아 있고 전해 오는 이야기, 낯설면서도 매력을 갖고 끌어당기는 이국의 풍경, 오해든 실망이든 낮은 감정을 점차 회복해 나가는 휴식의 방법들. 이런 호텔을 운영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축복된 일이구나 싶을 정도로 부러웠다. 내게는 전혀 없는 능력들을 가진 호텔 운영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와는 또 다른 매력의 나라. 나는 이렇게 이 소설 하나로 아일랜드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y에서 옮김20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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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한마리
양성우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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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양성우 시인의 시 구절이 맴돌았다. 오래 전에 외웠던 시인데 '남모르게 숨긴 칼 허공에 휘두르며'로 시작하는 "믿음 때문에"라는 시였다, 고 확신하고 있었다. 혹시 싶어 인터넷 공간에서 찾아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으니 더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시집을 샀다. 혹시 비슷한 구절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시집이 오래 되었던가, 종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물론 시를 읽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못했지만. 이런 경우 새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쪽이 아니라 이런 책이라도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시집조차 얻지 못하게 될까 하여. 


시인의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대로다 싶다. 여전히 힘있고, 여전히 밝고. 힘들고 고단한 세상에서 기운 내어 살아가자고, 혼자가 아니라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가 있으니 서로가 함께 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고 하면서. 너무도 기막힐 때는 잠깐 절망스러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그래도 하면서 토닥여 주고 어루만져 주는 시어에 매달리게 된다.


애써 끌어모으고 싶다. 나자빠지지 말고 물러서지도 말고 적어도 버티고는 있어야 할 시절이다. (y에서 옮김20150301)

사람의 모든 시간이 물처럼 흐르지만,



그것이 어딘가에 문득 머물기만 한다면



거듭하여 쓰러진 자에게도 희망은 있다. - P12

내 안의 아름다운 너를 보낸다.



......



빈 들을 건너 반짝이는 물끝 너머로



내 안의 눈물겨운 한 사람



너를 보낸다. - P13

물 밑에 물이 흐르고.



이미 흔적도 없이 아득히 사라진 꿈 뒤에도



또다른 꿈들이 따라오는 것을.



홀로 묶인 빈 뱃전엔 밀물이 들면 떠나리라. - P19

저 가을 나뭇잎들이 그 자리에 또다시



피어나기 위해서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사람은 한번 헤어진 뒤에는



처음처럼 다시 만나기 어렵다. - P23

오늘 하루 나 혼자 내 그림자를



밟는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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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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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랑'도 지겨웠던 것일까. 온통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만 떠오르려고 한다.

 

성석제의 글을 무척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나, 이 소설은 안 읽혔다. 하도 안 읽혀서 왜 그런가 따져 보고 싶은 심정이다.

 

사랑, 더 이상 애절하지도 간절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아마 이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사랑에 매달리지 않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말에 슬쩍 웃고 마는 정서가 되어 버린 것, 사랑보다 더 귀하고 간절한 게 많다는 것을 알아 버린 것. 그러니 주인공 '이세길'의 일편단심이 그저그렇게 여겨질 수밖에.

 

'고래'도 내게는 매력적인 소재가 못된다. 이전에 읽은 작품들 가운데 '고래' 이야기도 대체로 실패했다는 기억이다. 고래, 그게 뭐라고, 그러니 잇따르는 모든 것들조차 연쇄적으로 매력을 잃을 수밖에. 고래 사냥도, 고래 고기도, 고래가 산다는 먼먼 태평양도, 이 더위에는 그리고 나에게는 그저 물고기의 하나일 뿐 별스러운 상징으로 살아나지 못한다. 내 상상의 한계일 수도 있고.

 

아니,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이유가 될지 모르겠다. 작가의 젊은 날이 내 젊은 날과 겹치면서, 그때, 80년대 그때, 격동기의 그 혼란스러우면서도 끓어넘쳤던 시대, 그 시대의 사랑이어서 거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세월의 갈피갈피, 부끄러웠거나 숨기고 싶었거나 외면하고 싶었던 내 크고 작은 잘못과 실수들, 채 성숙하지 못해 저질렀던 무수한 낭패들이 이 소설 속에서 비슷하게 살아 떠올랐던 것. 어찌하여 내 이십 대는 시간이 갈수록 회한으로 떠오르는 것인지.  

 

연애, 언젠가부터 더 이상은 재미가 없구나. (y에서 옮김20130715)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는 기쁨의 구십구 퍼센트는 첫 경험에서 나와. 노래나 영화는 옛날 들었던 원곡, 원작이 좋고 도시는 고향이, 집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 최고지. 어떤 이야기든 처음 들었을 때 감동이 크잖아. 과거에 대해서 인간은 늘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되어 있어. 설령 그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도. 우리의 뇌가 설탕처럼 좋아하는 게 바로 그거니까. 어린 시절, 사춘기 또는 청춘 시절에 좋아하던 음악, 영화, 유행, 제품, 음식, 모든 것에 대한 취향은 평생을 가. 그 느낌을 불러일으켜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게 현재 기업에서 소비자에게 하는 일이야. 그냥 지나가는 건 없어. 자연스러워 보일수록 의심하라고. - P31

고통과 슬픔은 즐거움이나 기쁨보다 기억의 밭을 훨씬 더 깊게 갈아붙인다. 그건 존재를 위협할 수 있는 외부의 공격, 내면의 교란을 경고한다. 고통과 슬픔을 완화시키기 위해 뇌에서 분비되는 천연의 엔도르핀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고통과 슬픔을 위무하고 남은 엔도르핀은 마약과 비슷한 쾌감을 준다. - P59

작은 가게가 많이 남았다는 건 그 지역공동체가 건강하다는 뜻이지. 그 가게들 주인이 자식 낳아서 학교 보내고 지방세 내고 자치회도 한단 말이지. 대자본이 침투하고 시작지배력이 강화되면 지역 전체가 죽어. 주민들의 삶이 활기차고 건강한 생태계는 일급수 같아서 다양한 소자본 사업체, 관계망이 발달한 곳이지.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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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 참 희망적이네 ㅣ 문학동네 시인선 113
유강희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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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은 시집이 아니다. 쓰여 있는 시어들 중 많은 것들에 걸려 비틀거렸다. 날것의 말, 험한 말, 센 말, 가시로 다가오는 낱말들, 문장들. 나는 아무래도 여리고 약하고 동글동글한 시어들을 좋아하는 데에 멈춰 있는 것 같다. 나아가지도 깊어지지도 못한다. 어쩔 수 없다.  

희망을 별로 못 봤다. 시집의 제목들이 대체로 역설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기대하다가 그러면 그렇지, 확인하게 된다. 세상에 어떤 고백이 희망을 전할 것인가, 고백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고민과 주저와 두려움이 담겨 있는 것을. 그럼에도 해야 해서, 마지못해, 억지로라도, 끝내는 살아야 해서 하는 말이 고백인 것을. 

내가 즐겨 읽는 취향의 구절을 몇몇 얻었다. 덜 힘들었다. (y에서 옮김20241022)


<지난해 겨울 평산책방에서 구한 시집>

까치 혼롓날을 알려줄 꿀벌은

언제쯤 바람의 페달을 밟고 날아오나 - P13

도토리 귀를 슬쩍 잡아당기면

숲의 가장 안쪽 물결이 인다 - P19

그늘보다 그늘 아래 물보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줘 - P37

어떤 저녁은 겸재의 그림처럼 한 산이 한 산을 껴안고 간다 - P66

라일락, 구름의 주소가 많은 스무 살

저 나무는 어디를 건너왔나

땀방울이 몽글몽글 피어났네

향기가 수치가 되는 날들 지나왔네

지치지도 않은 절망,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햇볕의 상처를 보여주는

모서리 딛고 네가 걸어오네

내 앞에서 한번 웃어주지 않겠니?

내가 열 수 없었던 눈물의 섬들

봄비가 대지의 틈을 꿰매듯

라일락, 너무 많은 모음과 자음

나는 어떻게 저 위를 지나가나 - P102

아버지의 단단한 눅은 마음결이

밤의 흰 속살을 밀고 가는

작은 칼의 굳은 입매를,

그 빛나는 밤의 종교를

나는 또 얼마나 닮고 싶은

것일까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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