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탐정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나중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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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읽었던 <비밀 결사>에서 활약한 토미와 터펜스가 결혼한 후에 탐정소를 차리고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단편 모음인 줄 모르고 시작했는데, 커다란 사건들 대신 아기자기한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이 귀여울 정도였다. 권총이 등장하고 납치를 당하는 순간들도 있어 자칫 위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읽는 이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했던 것인지 가볍게 그리는 것으로 그쳤다. 그래도 매 사건들의 흐름에 재미를 얻을 수 있어 괜찮았다.


젊은 부부. 딱히 돈을 벌 일이 없어 지인의 도움으로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탐정이라는 직업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소설이니 소설 자체로만 즐기기로 한다. 이런 문제를 현실과 연결시키다가는 괜한 문제만 생길 것 같고, 무엇보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고. 이 부부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가 영국에서 6부작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고 하는데-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하고-기회가 닿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소설이 쓰였던 영국의 풍경을 짐작하는 재미가 크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와 러시아 등에 대한 언급도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유럽 국제정세라든가 스파이 활동 같은 것, 백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걸 보면 세상 참 안 변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작가의 솜씨가 그만큼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부부가 내내 함께 하면서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난 좀 회의적인데. (y에서 옮김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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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살기 온우주 단편선 2
곽재식 지음 / 온우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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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에 있었던 일, 누가 살았고, 뭘 하다 죽었다라는 이야기. 소설가는 이 한 줄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일 것이다. '누가'에 수많은 사람들을 더 연결시킬 것이고, '무엇을'에 수많은 사건들을 더 이어 붙여  죽기 전까지 혹은 죽은 뒤까지 꾸며 만들어 낼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신기하기도 하지,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과학과 관련된 상상 이야기였고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지어 낸 이야기도 읽기는 했는데, 나는 역사 쪽보다는 과학 쪽 책이 더 마음에 든다. 이유가 뭘까, 생각을 안 해 볼 수가 없다. 나는 우리 역사를, 우리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내가 의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역사를 읽다 보면, 주로 느껴지는 감정이 짜증, 화, 속상함, 억울함, 답답함 등이다. 이러니 독서가 즐거울 리가 없다. 마지못해 의무감으로 읽는 게 대부분이다. 감정이입이 아주 잘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너무 내 이야기 같다는 것, 너무 내 처지 같다는 것, 너무 내 아픔 같다는 것, 그러니 자꾸만 모른 척하고 싶을 수밖에.  

 

소설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불편하니 흥미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어떻게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그 안타까움이 크기만 하니 신기한 것도 대견한 것도 좀처럼 찾지를 못한다. 잘했던 무수한 업적마저 바래고 마는 슬픈 사건, 원망스러운 인물들 때문에 순순히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거다. 내 신경이 한심한 거지.

 

그리하여 이 책, 이번 독서는 실패인 셈이다. 자유로운 상상을 허락하지 못하는 내 한계만 뚜렷이 봤네. (y에서 옮김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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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여행 2 - 두근두근 혼자 떠나는 일본 여행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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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여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순이다. 안다. 그렇지만 이렇게 양쪽으로 확연하게 갈라지는 욕망도 있는 법이다.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은 그 무엇들. 우선 귀찮고 그 다음에도 귀찮다. 여러 모로, 집을 떠난다는 게. 그런데 또 궁금한 점도 있다. 가서 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그런데 나서자니 성가시다. 맴돈다. 맴돌면서 살 듯하다.


대신 책을 본다. 여행기도 읽고 만화 여행기도 본다. 재미있다. 안 나가고 싶은 내 마음을 충분히 대신해서 만족하도록 해 준다. 사서 보기도 하고 빌려 읽기도 한다. 이미 본 책을 다시 봐도 좋다. 여행이라는 것도 여행지라는 곳도 시간의 흐름을 타는 분야라 언제 나온 책인가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는다. 가끔은 이제 없어진 곳도 만나게 되는 황당한 경험까지.


이 만화책은 오래 전에 나왔고 나는 리뷰를 올리지 않았다(올렸는데 못 찾아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 보고 몇 자 올린다. 담백하게 재미있다. 일본 만화 작가가 일본 내 6곳을 다녀본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이 중 내가 가 본 곳은 오키나와뿐, 다른 곳들은 낯설다. 책이 나왔을 즈음에 읽었을 때는 나도 가 보겠노라고 작가의 일정에 맞춰 계획을 세워 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대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무엇보다 잘 먹는 작가다. 각종 체험활동에도 열려 있는 작가의 성향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나를 만나는 가장 좋은 시간, 나 홀로 여행하는 시간일 것이다. 낯선 상황에 대처하는 나, 어찌할지 모르는 나, 갑자기 용기가 솟기도 하는 나, 포기도 도전도 들쑥날쑥 결정하는 나, 해 볼 만한 일, 해 봐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런데 나는 지금 귀찮단 말이지.


방구석 안에서도 게으른 내가 게으른 나와 잘 만나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변명을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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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열차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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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여행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기차에서 밤을 보낼 수도 있다면 더 그러할 텐데, 이 여행이 마냥 앉아서 밤을 견뎌야만 하는 고단한 여정이 아니라 침대도 욕실도 갖춰져 있는 호화로운 일정이라면 더더욱 낭만적일 텐데. 세상에는 이런 여행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런데 이게 또 살인이 일어나기에도 알맞은 조건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니. 요즘은 워낙 카메라 장치가 잘 되어 있고 타고 내리는 사람의 신원이 확실하니 쉽지 않겠지만 백 년 정도 이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다 생각하며 본 소설.


이 작가가 소설의 배경을 열차로 내세운 작품으로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 사건이라고 유명한 것도 있다. 이 소설도 그에 못지 않다. 희생자나 범인이나 주변 인물들 모두 만만치 않은 배경과 동기를 갖고 있고. 포와로 경감의 추리 솜씨는 이번에도 화려하고 은근하면서 명쾌했고. 내 추리는 완전 엉뚱하게 흐르고 말았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있었다. 


귀한 보석, 백만 장자, 갑자기 얻은 유산, 도박으로 생긴 빚, 사랑 없는 결혼, 유혹에 능한 바람둥이 등등. 추리소설로서는 갖출 요소를 다 갖춘 소재들인 셈이다. 내 현실과 아주 멀어서 글 속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 기억력이 형편없는 나로서는 이 다음에 다시 보아도 범인이 누구였는지 모를 확률이 아주 높다. CSI 수사드라마를 보고 또 봐도 번번이 겪는 경험이라 짐작이 된다. 볼 때마다 새로우면 나로서야 좋지, 뭐 이런 마음이다. 


책은 오래되었고, 값이 싸고, 글자의 크기가 작은 편이다. 이것대로 또 만족스럽다. (y에서 옮김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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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아리아
곽재식 지음 / 아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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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서 슬프다, 그런 느낌이다. 상쾌하지는 않은데 시원한 맛은 있고, 답답한데 피식 웃게 되는 순간도 맛보고. 현실에서 아주 먼 이야기인 듯 싶다가도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도 있고, 내게 닥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절실함은 멀고. 나는 이 작가를 응원하는 독자이므로 좋게만 보게 된다. 이것도 역시 어쩔 수 없다.

 

말 잘하는 남자 같다. 글을 읽는데 수다스러운 남자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듣고 있는 것 같다. 신기할 정도로 늘어놓는다. 이런 게 재주이겠지. 소설가가 되는 사람의 특성일 테고. 한 마디로 '그래' 할 것을 적어도 수십 장 이상의 글로 써서 독자로 하여금 '그렇구나' 하게 만들어 보이는 힘.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숨찬 수다를 들은 뒤에 끄덕이게 되는 각각의 의미.

 

못된 사람들 참 많다. 자기 이익 챙기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죄를 짓는 그들은 살아 생전에 벌을 받게 될까? 받았으면 좋겠는데 세상이 꼭 정의로운 대로 흐르지는 않더란 것이지. 게다가 이렇게 빌어 보는 나 같은 사람도 종종 정의에 벗어나는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기도 하니,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이른바 그러한 '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터. 다른 사람에게는 숨겨도 자신에게만은 숨길 수 없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싶어도 아프게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통쾌한 복수로 갚아 주지도 못했는데 흐지부지 스스로 무너지고 사라지는 나쁜 사람들의 결말을 읽다 보면 허탈해지기도 하고, 세상 다 그런가 보다 체념도 된다.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뭘 그리 많겠는가. 또 내 힘이 아니어도 해결되는 일이 기대 밖으로 많기도 할 것이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 더 바랄 것 없이 지금처럼 계속 읽을 수 있기만을 빈다.  (y에서 옮김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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