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더블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검은숲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이츠빌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이상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사람이 하나씩 죽으니까. 자연사처럼 보여서 특별한 사건으로 다룰 수 없을 것 같은데 엘러리가 초대를 받는다. 희생자 중의 한 사람인 그의 딸로부터. 희생자의 딸인 리마와 엘러리의 관계가 야릇한 것도 다소 당황스러운 설정이었다. 연애를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동요가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동요의 내용에 따라 희생자가 나온다는 설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으로 이미 본 적이 있어서 새롭지는 않았고 오히려 억지스러운 맛마저 느껴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동기는 그토록 단순했는데? 결말은 어째 과정보다 더 한심스러워지고 말았고.

전개 과정에 따른 사안들이 궁금해서 하나씩 하나씩 따라가며 풀어 보자는 마음으로 읽기는 했다. 읽는 동안에는 만족스러웠고. 결과에서 실망하고 만 건가 싶어 다시 들춰 보기도 했다. 실망하면 안 되는데 실망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y에서 옮김202403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21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까, 싶은 경이로움. 그래서 아무나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닐 테다. 이 시집에는 우리가 늘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해 온 벌레와 풀과 나무와 사물들이 따뜻한 생명을 가진 채 담겨 있다. 오죽 그러하고 싶었으면 시인은 시집 제목을 (번데기로 살고 싶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라고 했을까.

우리는 늘 위대하고 거창한 것만 꿈꾸면서 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로 우리 옆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풀과 벌레들, 제 몫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상의 사물들에서 삶의 더 큰 진실을 얻는다. 저대로 행복하고 저대로 가치로운 이 세상에 주어진 모든 존재들. 이 시집을 읽고 나는 길을 걸으면서 내 발에 밟히는 땅과 스치는 풀과 괜히 서 있는 게 아닌 나무와 집들을 유심히 보았다. 거기 그 자리에 있어서 조화롭고 신비로운 모든 것들.

나는 또 내 자리를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유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시인은 '삶이란 결국 못갖춘 마디로 정리된다(22p)'고 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나의 행복과 나의 가치와 나의 참된 꿈을 좇아야 하리라고. (y에서 옮김20000511)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 P12

아름다운 것이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구나. - P14

끝까지 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 P16

삶이란 결국 못갖춘마디로 정리된다고 - P22

낮고 분명해야 하리라 - P28

모나게 살자
샘이 솟는 곳
차고 맑은 모래처럼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쿠드랴프카의 차례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는 언제 하게 될까. 자신에게 하는 기대, 누군가에게 거는 기대, 상대에게 바라는 기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기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라는 말에 담긴 마음이 예사로운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체념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작가의 말이 맞든 어쨌든. 


가미야마 고등학교의 축제날. 세상에나, 고등학교 축제를 사흘이나 허락해 주다니(학교든 학부모든). 수업도 안 하고 오로지 축제 행사로만 진행되는 일정. 실제 일본에 이런 고등학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현실로서는 상상으로도 해 볼 수 없는 것을. 게다가 학생들의 참여 수준이 소설 속 상황만큼 갖추어져 있다면 허락해 줄 만하다고 납득이 되었다. 축제에 동아리 문집을 돈을 받고 판매할 수 있으려면, 문집을 만드는 쪽도 문집을 읽는 쪽도 각각 어울릴 만큼 수준을 갖추어야 할 테니까.


일본어의 십문자라는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설을 읽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알고 읽는다면 범행의 전개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겠지만. 그 범행 역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었던가. 고전부원들의 '기대'를 은근히 받고 있는 호타로가 결국 범행의 전 과정을 밝혀 주었는데. 지탄다의 기대하는 마음, 사토시의 기대하는 마음이 안타깝게 전해져 오는 것이었다. 아, 나에 대한 체념에서 다른 이에 대한 기대로 넘어가야 하는 삶의 씁쓸한 과정이라니.


이 작가의 글은 좀 무섭다. 읽는 동안에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데 다 읽고 난 뒤에 생각하다 보면 스멀스멀 인간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과 가벼운 환멸까지 생겨난다. 인간 존재 자체의 실상이라 결코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 그러한 것 같기도 하고. 무슨 고등학교 축제가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사건을 품고 있더란 말인가.


출간되었을 때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흔적이 아무 데도 없다. 새로 읽고 몇 자 적어 본다. 그때의 기억이 통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발랄하다: 표정이나 행동이 밝고 활기차다(표준국어대사전)

 

소설을 읽으면서 이 단어를 몇 차례 떠올렸다. 그리고 사전을 찾아 보았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느낌에 해당하는 말이 맞나 어쩌나. 어긋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럴 때 이 말을 쓰면 되겠구나.

 

이전이라면 내 취향이 아닌 소설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한강의 소설이 주목을 받은 이후로 우리 소설에 대한 내 시선도 좀 열렸다고 해야겠다. 읽을 만하다 싶고, 읽어야겠다 싶고, 읽어서 좋구나 싶다. 가끔은 우리끼리, 서로서로 잘한다, 더 잘하자, 격려하고 응원해 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내 마음이 딱 그렇다. 우리나라의 소설가들이, 특히 한창 열심히 쓰고 있으면서도 고달픈 마음을 갖고 있을 젊은 소설가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 주고 싶다.(내가 그럴 만한 힘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거운 주제들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2010년대 우리나라의 곳곳이, 세계의 구석구석이 얼마나 황폐한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마나 무거운 짐들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보이고 느껴졌다. 어디 투정 부릴 데도 없고, 하소연할 데도 없이 온통 울분에 차서 끙끙거리고 있는 모습들, 그럼에도 아직은 터뜨리지 못하고 참아 보려고 애쓰는 안간힘들. 약간의 냉소와 비웃음과 자학과 포기로 버티고 있는, 대놓고는 못하겠고 이렇게 돌려서 말이라도 해 보았으면 하는 내 모습까지. 

  

살기 위해 저마다 해야 하는 일은 다 다를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 돈까지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건 정말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은혜는 아닌 것 같고, 좋아서 하는데도 돈이 생기지 않는 일이나 마지못해 해야만 돈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는 처지는 그저 눈물겨울 따름이다. 소설가는,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는 작가들은 무슨 숙명을 어쩌다가 받아 안은 것일까.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는 독자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름도 기억하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리라. (y에서 옮김20160613)

 

(이 리뷰는 y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풋사과의 주름살 문학과지성 시인선 191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2월
평점 :
품절


돌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제 빛을 빛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들보다 빛은 커녕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물들이 더 많다. 조물주로부터 이른바 생명을 부여받은 것이나 그렇지 못한 것이나, 이름값을 얻은 것이나 이름값조차 지니지 못한 것이나, 어느 것이 더 귀하고 어느 것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할 수 없는 무수한 것들. 나는 이들 속에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특별히 더 나은 어떤 존재인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얼마나 오만하게 다른 사물들을 거느리며 살아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이정록의 시집을 읽고 있으면 시를 읽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대신에 평소에 우리가 너무나 하찮게 여겨 왔던 것들, 심지어는 우리 주위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것들이 서서히 살아서 일어서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너무도 놀랍고 고마운 발견이다. 말없이 제자리를 지킴으로써, 남보란 듯 반짝이는 일 없이 묵묵히 제 노릇을 다함으로써 도리어 빛의 그늘이 되어 주고 있는 작고 소중한 것들이 시집 곳곳에서 나지막하게 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나라는 한 생명체가 살아가면서 이 넓은 세상에 무어 그리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서글퍼지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리 서운할 일이 못된다. 그저 이렇게 살다가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해도 한 세상을 살아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넉넉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무언가를 이루어야겠다고 아둥바둥 하면서 제 삶의 진실을 놓쳐버리는 것보다는 소박하나마 제 자리를 잘 가꾸어나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친구들은 이런 내 생각을 한 마디로 촌스럽다고 말한다. 그릇도 작고 꿈도 작고 한 마디로 작은 우주 속에서 만족해 하는 나, 하지만 나는 나의 그 촌스러움이 마냥 좋다. 나의 그 촌스러움이 아주 반가워하며 만난 이 시집의 촌스러운 시들. 나처럼 어딘가에서 떠나온 고향을 그리듯이, 아직도 촌스러움을 품에 안고 있는 사람들이 이 시집에서 소중한 그리움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020213)

주름살이란 것
내부로 가는 길이구나 - P13

서해로 가는 약수물의 등허리가 비틀비틀 반짝거린다 - P24

모여 있어도
늙으면 외로운 것이다 - P54

뜨물 같은 마음들 모이고 모이면
줄거리 푸른 열무가 되어, 너른 바다로 간다 - P91

새의 발목에 악수를 건네는
솔 그림자처럼, 그대에게 가리라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