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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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나 남한산성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아직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소설 속 시대로부터 완전히 멀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 글을 읽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지긋지긋하고 아프고 통탄스럽고 가여운 역사. 끝나지 않고 끝낼 수 없고 끝내서는 안 되는 역사. 그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밀리면서 이게 사는 건지 자각도 못하고 그저 목숨 붙어 있는 동안 살려고 애썼던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

 

작가의 문체는 여전히 짧고 굵고 강렬하고 명쾌했다. 그래서 더 읽는 가슴을 찔렀는지도 모르고. 괜히 빙 돌려서 말하는 법 없이, 대놓고 간결하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서술. 서늘하다 못해 이제는 피하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왜 나는 작가의 말을 칼날로 화살로 받아들이면서 읽었던 것인지. 더 못 읽겠는데 주저하면서 끝까지 읽어야 했던 소설이었다. 

 

다 아는 내용이다. 모르는 배경은 없다. 6.25 전쟁이 그렇고, 전쟁 이후가 그렇고, 전쟁 안에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미 너무 많이 보고 배웠다. 전쟁 중에는 죽는 사람도 살아남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역사상 전쟁이라는 게 우리 시대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없었으면 싶은 게 전쟁이다. 인간을, 인간의 삶을, 인간의 목숨을 너무 하찮게 만들어 버린다.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을 텐데.

 

작가는 꼭 써야 했던 소설이라고 했다. 독자는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일 것이다. 읽었으나, 참 읽기 싫었다. (y에서 옮김20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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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그림책 Dear 그림책
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 사계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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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란 무엇일까? 비슷하게 어려운 사랑과도 다르고 가족 간의 관계와도 다른데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도 있는, 그 무엇의 감정. 배우고 익히고 새기고 다짐해도 매번 새로워지는, 사람마다 달라지는 신비의 세계. 


그림책은 모름지기 이 책과 같아야 한다. 그런가? 내 생각이겠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그림을 허투루 넘길 수 없게 되는 모음집이다. 내가 가진 소중한 우정을 물건으로 나누고 싶다면 이 책을 선물하기를. 나 혼자서 나의 우정을 쓰다듬고 싶을 때는 이 책 속의 그림을 따라 그려 보기를. 빌려서 읽었는데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을 때 좋은 것을 챙기기는 쉬운 일이다. 좋지 않을 때, 좋았을 때의 감정으로 현실을 버티는 힘을 보태 주는 태도가 관계를 지속시키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얻고 싶고 갖고 싶다면 양쪽 모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유지된다는 것. 알고 있겠지만 쉬이 잊고 살면서 원망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이 작가의 인생 그림책도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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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쉽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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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어떤 제목들은 내놓고 말하기가 껄끄럽다. 아마도 그러라고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겠지만. 이 소설 제목도 요즘 시대에는 부담스럽게 보인다. 책 제목만으로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을 진단하는 사람이 정말로 있기도 하니.


추리소설의 맛 하나는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범인이 아니게 되는 과정과 전혀 범인일 것 같지 않아 보였는데 범인으로 밝혀지는 과정에서 헤매는 시간에 있다. 나는 늘 못 알아맞히는 쪽이다. 일부러 알아내겠다고 용을 쓰면서 읽는 것은 아닌데, 읽으면서 은근히 붙잡아 보던 인물이 범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면 좀 무안해지기는 한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작가에게 참 잘 속는 독자인 셈인데, 이 또한 나는 장점으로 여기련다. 책을 읽는 맛만큼은 제대로 얻는 것이니까.


이 소설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익히 알던 이가 아니다. 루크라는 전직 경찰인데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 할머니마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고는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이미 몇 사람이 죽었다. 서로 연관되는 점이 없어 보이기만 하는데. 루크는 호기심과 사명감을 갖고서 참으로 느린 속도로 사건을 파헤친다. 


쉬울까? 과연 살인이? 실제로도 괴물 같은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세상이라 아니라고도 말 못하겠다. 인간의 본성 하나를 탐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떤 이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질투든 시기든 복수든 원망이든 아니면 그냥이든.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일, 다 같은 사람이 맞는 것일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루크로 나오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었다는데, 퍽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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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전거
마스다 미리 지음, 히라사와 잇페이 그림,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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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받자마자 든 느낌, 표지의 그림이 아기자기 예쁘구나. 마스다 미리의 그림이 아닌데도 마음에 들면서 귀엽다는 느낌이 팍팍 솟는구나. 


글자는 사실 거들 뿐이다.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자전거에 자신의 꿈을 차곡차곡 싣는 그림, 그림이 전부다. 자기가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이런 그림을 그려내도록 아이디어를 드러낸 사람이 마스다 미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


그림책을 넘기면 저절로 작가를 따라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씩 자전거 뒤에 싣는 작가의 꿈에 내 꿈도 싣는다. 때로 겹치고 때로 달라진다. 이런 생각 아무나 할 텐데, 누구나 어릴 때 가졌을 꿈들인데, 어른이 되면서 포기하고 잊어버리고 그랬겠지. 그걸 살려 내는 시간을 갖다 보니 괜히 흐뭇해진다. 막상 현실에서는 이루어낼 수 없을지라도 그림만으로, 눈으로 충분한 세상.


그림 동화의 모범처럼. 이 책을 참고해서 행사 때 각자 자기만의 자전거를 그려 보라는 아이템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자전거든, 자동차든, 집이든.... (y에서 옮김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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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 사건집 (완전판)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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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와 헤이스팅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여러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단편집이다 보니 짤막한 분량에 적절한 규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정말 잘나서 있는 대로 잘난 척하는 푸아로와 그게 또 보기 싫지만 그래도 따르는 헤이스팅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재미있지만 살짝 지루할 때가 있기도 하다. 


좀 이상야릇하게 보이는 일들이 사건의 대부분이다. 도난 사고도 있고 실종 사건도 있다. 근원을 따져 보면 대체로 욕심을 채우려는 데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많고 푸아로는 자신의 회색 뇌세포를 이용해서 잘도 추리해 낸다. 그걸 지켜보며 나름 궁리해 보는 헤이스팅스는 번번이 푸아로로부터 놀림을 받고는 하지만 이 두 사람을 이용한 작가의 글솜씨는 대단하기만 하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 어떤 흐름에 올라타 내내 떠 있는 기분이다. 물론 글을 읽고 있는 동안 즐겁기도 하고. 


푸아로가 등장하는 영화를 본 게 있어 상상하는 데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게 된다. 콧수염이 인상적인 그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 작가로서는 이런 대표적인 인물을 구현해 놓는 것이 장점일 것 같다. 매력 있으면서 능력이 뛰어난 인물, 현실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낄수록 더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 (y에서 옮김20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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