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도시를 찾아서
허수경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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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작가이므로(이 작가는 나를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므로 무조건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읽었다. 그런데 관심의 영역이 달라서 그러했던가, 나에게 와 닿지 않았다.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고대 건축물들의 역사적 현장을 찾아 다니며 생각한 바를 적은 에세이라고는 하였는데, 그 현장에서 느꼈을 작가의 시적 감수성을 나도 얻어 보고자 하였는데, 나에게는 시도, 수필도, 기행문도, 고고학 소개서도 아닌 채로 막히고 있었다.

잘 읽혀지지 않았다. 역사적 현장에서 시인의 자아로 넘어가는 길도 시인의 내면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가는 길도 보이지 않았다. 탁탁 끊어져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의 부족함 탓이었을까. 고고학에 대한 나의 무지 탓?

그러했다 하더라도,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이 작가의 글솜씨라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더 친절하고 더 절실하게 써 줄 수 있었으련만. 그게 내내 아쉬웠다. (y에서 옮김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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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을 건너는 법
구효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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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이라는 말은, 말 자체로도 참 깊고 무겁다. 음침하기까지 해서 말만 들어도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하물며 소설은 늪을 건너려고 하였으니, 나는 끝내 건너지 못하고 만 듯하다.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1991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읽었다. 펴낸 시기가 뭔 상관이랴 싶은 마음으로. 이 작가의 글에서 내가 거북하게 여긴다고 생각했던 분위기를 이 소설에서 느꼈다. 대체로 좋아하는 편인데 아닌 작품들도 있었더란 말이지. 이런 글이었나 보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일.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종종 만난다. 현실에서야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보기 힘든 노릇이고. 출생의 비밀이든 꼬인 인연이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겠다는 주인공을 자주 봐 왔다. 찾는 과정이 곧 삶이고 주제가 되는 것인데 읽는 쪽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각각 다를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는 일.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였을 때 자신이 만나게 되는 제 속의 반응. 부모를 바꿀 수도 없고 자신을 바꾸지도 못하고 그러나 모든 것이 영 마음에 안 들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막연한 심정이라니. 주인공의 기분을 초반에는 아주 조금 이해할 것도 같았는데 결국에는 이해하고 싶지 않게 되고 말았다. 이 늪으로는 들어서고 싶지 않았던 것. 피하든가 돌아가든가 포기하든가. 소설의 막바지로 넘어가면서 느낀 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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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파커 파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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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으로 된 황금가지 출판사의 책이 품절되어 대타로 구한 책이다(몇 권 더 있지). 책 크기가 작고 값이 싸서 부담은 없는데 글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점(게다가 오타도 신경 쓰일 만큼 보이고)은 내게 좀 불편하다. 그래도 읽고 싶은 마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지만. 


푸아로 경감도 마플 여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책 제목에 나오는 파커 파인이라는 탐정이 나와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더 오래 글을 썼다면 이 탐정의 활약담을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파커 파인은 신문 광고로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과 상담하라고. 자신과의 상담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노라고. 그리고 12명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 책 한 권으로 마치 12편의 미국 탐정 수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소설 속 시간은 오래되었지만 펼쳐지는 사연이나 갈등의 내용만큼은 지금의 처지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이야기들. 짤막한 분량이지만 매 사연마다 중요 사건과 주목할 만한 주제를 담고 있고. 


행복이라는 것을, 행복한 상태를, 결국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정 자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상담자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파커 파인의 능력만큼은 돋보이고 대단했다. 대체로 어딘가에서 본 듯한 해결 방법이라 신선한 느낌은 없었는데 이는 어쩌면 이 작가 이후에 글을 쓴 작가들이 이 책의 도움을 받았던 게 아니었는지. 이렇게 여겨질 만큼 앞선 시대를 살아 활동했던 이 작가의 능력이 특출난 것만 같고.  


파커 파인의 활약담을 더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y에서 옮김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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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쓰는 글들 - 허수경 유고집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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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집을 읽는 마음은 참 스산하다. 세상에는 이미 없는 작가, 그런데 글은 남아 있고, 독자로서 작가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기만 하고, 작가의 죽음이 꼭 남의 죽음인 것만은 아닌 것 같고, 마치 내가 죽음 앞에 서 있는 것만 같고...... 무엇보다 이제 다시는 이 작가의  새로운 글을 더 읽지는 못하겠구나 싶은 절망까지. 

 

마음이 이러하니 글이 제대로 읽힐 리가 있나. 한 문장 읽고 한숨 한번 쉬고, 한 단락 읽고 고개 한번 흔들고, 한 쪽 읽고 물 한번 마시고. 얼마나 끊겼는지 모르겠다. 읽어도 읽어도 낯설기만 한 마음에 속상했다. 힘들었겠구나, 외로웠겠구나, 그래도 시를 놓지 않고 있었구나. 사는 게 뭐라고, 시가 뭐라고, 이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이 책이 나를 이렇게 가르쳤다. 

 

어떤 이의 죽음은, 어떤 이의 생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된다. 살아서 서로 알고 모르고를 떠나,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해도,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제 삶이 흔들릴 만큼의 충격이 전해지기도 한다. 남은 책 하나, 일기처럼 메모처럼 생각들이 흩어져 있고, 귀한 시도 몇 편 실려 있다. 종종 그랬던 것처럼 이 책도 종종 꺼내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y에서 옮김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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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스가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왕수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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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소설,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이 나와 있는 작가의 책으로는 마지막으로 구입한 것이다. 출판사는 다르지만 모두 세워 놓고 보니 흐뭇하다. 기억력이 아주 없는 나로서는 아무 책이나 뽑아서 다시 읽어도 다시 새로울 것이다. 저금해 놓은 책이라고 해야겠다.


4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주인공은 푸아로 경감. 사건은 일어나고 푸아로는 느긋하게 해결해 나가고. 나는 이제 범인에 대해, 범인을 맞혀 보겠다고 하는 이런저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냥 읽는다. 맹하게, 활짝 열린 마음으로. 범인이 누구인들 어떠랴. 푸아로는 잡아낼 것이고, 범인이 희생자를 죽인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며, 범인의 본성은 나쁜 것이었을 테고, 나는 시원하게 밝혀지는 대로 따라가면 되니까. 게으른 독서의 참맛이라고나 할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거의 신기한 기분마저 들기는 하는데. 살인이라는 사건은 뭐라고 해야 할까. 일어날 법한? 일어나도 개의치 않는? 사회면 뉴스에서는 흔하든 흔하지 않든 우리 땅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매일 보도하고 있고. 그렇다면 멀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일 텐데. 


사람은 어떤 상태가 되면 다른 사람을 죽이게 될까? 소설은 소설로만 그치는 법이 없고, 비슷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늘 우리의 현실의 삶을 지치게 만들고 있는데. 이 또한 설명할 수 없는 우주의 섭리 중 하나일까?


이제 이 작가의 책을 다시 읽게 되면 나는 리뷰를 이어서 쓰게 될까?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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