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을 건너는 법
구효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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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이라는 말은, 말 자체로도 참 깊고 무겁다. 음침하기까지 해서 말만 들어도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하물며 소설은 늪을 건너려고 하였으니, 나는 끝내 건너지 못하고 만 듯하다.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1991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읽었다. 펴낸 시기가 뭔 상관이랴 싶은 마음으로. 이 작가의 글에서 내가 거북하게 여긴다고 생각했던 분위기를 이 소설에서 느꼈다. 대체로 좋아하는 편인데 아닌 작품들도 있었더란 말이지. 이런 글이었나 보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일.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종종 만난다. 현실에서야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보기 힘든 노릇이고. 출생의 비밀이든 꼬인 인연이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겠다는 주인공을 자주 봐 왔다. 찾는 과정이 곧 삶이고 주제가 되는 것인데 읽는 쪽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각각 다를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는 일.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였을 때 자신이 만나게 되는 제 속의 반응. 부모를 바꿀 수도 없고 자신을 바꾸지도 못하고 그러나 모든 것이 영 마음에 안 들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막연한 심정이라니. 주인공의 기분을 초반에는 아주 조금 이해할 것도 같았는데 결국에는 이해하고 싶지 않게 되고 말았다. 이 늪으로는 들어서고 싶지 않았던 것. 피하든가 돌아가든가 포기하든가. 소설의 막바지로 넘어가면서 느낀 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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