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23 22호 - Vol 22 : 용기에 대하여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22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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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읽는 잡지이지만 오랜 여운과 작으나마 ‘용기’를 얻는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용기, 실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 실천마저 대수롭지 않지만 그래도 이 책 덕분에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이번 호의 주제가 ‘용기’다. 가슴 뜨끔하게도.


이번 호에서는 글도 좋았지만 특별하게 그림들이 많이 다가왔다.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 싶은데. 그림이 좋아서 다가온 게 아니라 그림에서 받는 느낌이 새롭고 인상적이었다고 해야겠다. 내가 이런 그림을 좋은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의아한 마음을 짚으면서. 어두운데 마냥 어둡지 않고 쓸쓸한데 영 절망적이지는 않은. 벽에 걸어 두고 싶은 것까지는 아닌데 몇 번 들춰서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을 만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존 케이플’과 ‘필립 샤를 자케’라고 하는 화가의 이름을 남겨 본다. 내 기억에 참고가 되라고.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던 용어가 막상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 말하려고 하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하게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주 커다란 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용기에 대해서도 자주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곤 하는데, 누군가의 어떤 행동을 용기가 있다고 할 것인가, 저게 용기인가 아닌가 등등으로. 


하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앞뒤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것, 그래서 매번 얻게 되는 판단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세상이 얼마나 다채로운 곳인가 하는 것을 아는 것, 나도 너도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머물게 되는 소중한 생각들이다. 책을 덮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말더라도 읽는 동안이라도. 


다음 권도 읽어야지. 밀려 있다.(y에서 옮김20231110)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 <소셜 미디어와 침묵의 나선>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팔로어와 생각이 일치한다고 느낄 때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한다. 논란이 예상되는 과감한 의견은 조롱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할까봐, 또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던 사람들에게조차 외면당할까봐 조용히 삭이는 때가 더 많다. 또한 자기 의견이 무리의 규범과 충돌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식당과 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침묵할 확률이 높다. 자기 검열과 침묵이 계속되다 보면 시험대에 오르는 새로운 생각이 점점 줄어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고는 틀에 갇혀 억눌린 채로 멈출 것이다.

경쟁하듯 인기를 확인해야 하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획일성이 오히려 좋은 것으로 포장되거나, 남들과 다르게 살아볼 용기를 억압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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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리커버) -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기 위하여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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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는 시 수업을 많이 받았다. 수업 시간에 동시 쓰기, 방학 과제물로  동시 쓰기, 교내외 동시 쓰기 대회, 동시집 읽기 등등. 아주 자연스럽게 시와 친하고 시를 외우고 시를 썼다. 동시를 쓴다고 운동장 주변 그늘로 야외 수업이라는 것도 했는데. 그러다가 시를 쓰는 수업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논술 쓰는연습을 했던가?(순전히 내 생각) 


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게 느꼈던 바다. 분명히 우리가 어렸을 때는 시와 가깝게 살았는데, 시집 한 권 정도는 무난히 구입해서 읽곤 했는데, 멀어졌다, 아주 멀어졌다,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벗을 만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예전만큼 시를 읽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서 확인했다. 내가 예전보다 시를 덜 찾는구나, 무엇보다 시를 쓰지 않는구나, 나 홀로 시인인 나는 꽤나 시를 즐겨 썼는데, 시를 쓰도록 자극해 주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안다. 좋아하는 일로 만나는 생의 일체감일 것이다. 나도 너도 같은 대상을 향하는 부류라는 것, 내 삶이 너의 삶과 마찬가지로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 이 넓은 세상에 나만 외로이 이 가치를 누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 이 좋은 것으로 너도 나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조금씩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것 등등. 작가로부터 내가 전해 받은 일부의 마음들, 익히 알고 있어 더 고마웠던 충고들. 


책을 읽는 호흡은 저마다의 취향에 달려 있겠다. 길게 읽든 짧게 읽든 길게 머물든 짧게 스치든. 나는 오락가락 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삶을 마주하는 건강한 태도를 배운다. 작가의 삶이 그러하였듯 나도 죽는 날까지 크게 달라질 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안심이 된다. 


예술가들이 하는 모든 종류의 창작은 세상이 돌아가도록 돕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그것은 평범함과는 완전히 다르다. 창작은 평범함을 부정하진 않는다. 단순히 다른 것일 뿐이다. 그 작업은 다른 관점을, 다른 우선순위들을 필요로 한다. - P16

당신은 언제가 되어야
당신 자신을 포함해
세상을 걸어가는 모든 연약한 존재들에게
조금이나마 연민을 품게 될까? - P23

마음이 찢어지는 게
찢어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 - P25

돈은 우리 문화에서 힘과 같다. 결국 힘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돈도 별 의미가 없다. - P34

시를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은, 이 겁에 질리고 돈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시의 영향력이 너무도 미미한 것은, 시의 잘못이 아니다. - P42

첫 번째 축복인 자연계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자연은 아름다움과 흥미로움, 신비로 가득했고 행운과 불운은 있었지만 남용은 없었다. 두 번째 축복인 문학의 세계는 형식의 즐거움을 준 것 외에도 감정이입이라는 자양분을 제공했고, 나는 그걸 향해 달려갔다. 나는 그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기꺼이, 기쁘게 모든 것-다른 사람들, 나무들, 구름들-의 대역을 맡았다. 그로 인해 다름 속에 서게 되면서, 세상의 다름은 혼란의 해독제임을 깨달았다. 바깥의 들판이나 책 속 깊은 곳에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신비가, 최악의 아픔을 겪은 마음에 고귀함을 되찾아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 P45

어릴 적 체험들-첫 시들-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어떤 시들이든, 어떤 성격, 어조, 의도, 영향력, 음악, 메시지, 즐거움, 명료함, 어휘, 열정을 가졌든 모두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이 첫 시들을 통해 언어가 세상의 현상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느끼고 사색한다. 언어가 할 수 있는 많은 것과 그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아직 마음의 풍경들이 형성 중인 단계에서 소설이 그 미완성의 풍경들을 무리하게 가로질러 나아갈 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첫 체험들은 평생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감정적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적 체험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 P125

시는 우리 종에 관한 긴 기록의 일부다. 모든 시는 내 삶에 관한 것인 동시에 당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미래의 무수한 삶에 관한 것이다. - P139

시인이 내는 목소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여러 해에 걸쳐 소중히 간직되고 형성되고 다듬어지며, 어떤 목소리나 그러하듯 하나의 태도와 하나의 감성-어쩌면 타자의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을 나타낸다. 어느 시인이든 이 타자와 강렬한 관계를 맺고 벗하여 살아간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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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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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로 이 두 사람의 작가들에게 완전히 빠지게 되었다. 경찰이 주인공인 소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다 내 마음에 들 건 아니었고, 주인공인 마르틴 베크가 아주 매력적이고 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진 게 아니라 좀 떨떠름했는데, 이 책으로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셈이다. 마르틴 베크는 여전히 뚱하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마냥 춥고 스산하게만 여겨지는데도 나는 그곳에 가 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그리고 형사들이 수사를 하기 위해 떠돌던 거리거리들을 한 곳씩 헤매 보고 싶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소설일 줄이야.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아직 안 읽은 작품으로 세 권이 남아 있다. 사라진 소방차, 폴리스 폴리스 포타시스모스, 잠긴 방. 한꺼번에 빌려서 연달아 읽으려고 한다. 이번에는 읽으면서 메모를 해야겠다. 수사하다가 얻은, 이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어쩔까 싶은, 그러나 분명히 아무 역할 없이 등장시킨 것은 결코 아닐, 단서로 쓰이는 자잘한 소재들을 무심히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같았으면, 다른 작가의 글이었으면, 기억이 나면 나는 대로 잊으면 잊은 대로 그냥 봤을 텐데, 이 작가들의 글에서는 하나하나 붙잡고 따라가고 싶어졌다. 이게 또 읽는 재미 하나일 테니까.


같이 일하던 부하 경찰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왜 죽었을까, 왜 거기 있었을까. 사건은 여기서 시작되고, 길고 긴 시간이 노력이 든다.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 발견된 소재마저 황당하고 놀라워서 더 재미있었고. 경찰은 어떤 이들인가, 이 소설을 보는 동안에는 경찰에 대해 존경심을 잃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능력 있고 훌륭한 경찰이 세상에는 훨씬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소수의 나쁜 경찰 때문에 전체의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게 안타까울 뿐. 비단 경찰만 이러한 것도 아니겠지만. 


마르틴 베크 주변의 동료 경찰들. 시리즈를 이어 읽다 보니 다들 멋진 전문가들이다. 직업 현장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인데 가정에서는 그렇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참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스웨덴 남자나 우리나라 남자나 1960년대 남자나 2020년대 남자나, 반대로 여자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무조건적인 영웅의 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데도 나는 반한다. 사람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는 건 살아가는 데 참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것 같다. 매력 있는 사람을 만나는 만큼 생이 풍요로워질 테니까. 소설 속 세상에서라도. (y에서 옮김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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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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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몇 살 때부터라고 할 수 있을까? 신체 나이와 관계없이 마음의 나이와 더 밀접할까? 노년이 되면 허송세월로 보낼 수 있을까?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는 상황, 그건 바라는 허송세월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


글을 읽는 내내 질문을 했다.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미래의 나에게, 확실히 젊지는 않은 나에게, 그렇다고 늙은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싶은 나에게.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바로 허송세월의 모습이 아닌가 여기면서. 


1948년생 작가. 연세가 딱 느껴졌다. 연세뿐 아니라 연세에 걸맞는 연륜까지. 제대로 그리고 바람직하게 나이드는 모습이 이러하리라 짐작되는. 작가의 바람이 허송세월이라는 그 말조차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채로.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이런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다는 바람을 챙기게 하는. 


교보문고에서 주최하는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참여했다. 책을 반쯤 읽고 강연(7월24일)을 들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남은 글을 읽는 기분이 새삼스러웠다. 마치 작가가 읽어 주는 것처럼 생생했다. 그리고 또 애틋했다. 세월이 말도 못하게 저린 느낌으로 다가왔다.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서 보내는 한평생이 어떠한가, 어때야 하는가 묻고 또 묻는 내가 속절없었다. 


글을 읽으며 좋아하고,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서 또 좋아하고, 이 또한 허송세월의 모습 하나는 아니겠는지. 남은 날도 허송세월로 보내고 싶다는 내 간절함을 작가에게 슬쩍 기대 본다. (y에서 옮김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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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 - 작은 삶에서 큰 의미를 찾는 인생 철학법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이충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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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지 않고 살면 편하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살기는 정말 편할 것이다. 편한 것을 아는데도 우리는 불편하게 왜 자꾸 물음을 떠올릴까.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이냐고, 다르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바로 살아야 하는 것은 어떤 모습이냐고, 너는 왜 그렇게 살고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느냐고... 끝없이, 쓸데없이, 아닌가? 쓸 데가 있을까?


[큰클자도서]인지 모르고 대출을 받았는데 받고 보니 책도 크고 활자도 크다. 의외로 읽기에 편하다. 큰글자 책을 읽어야 할 때가 된 것이 맞나 보다. 아닐 것이라고 혼자 우겨 보았지만. 책은 커서 좋지만 책값은 비싸고, 흠, 생각이 많아진다. 빌려 읽을 수밖에 없겠군. 


읽기만 하면 좋은 말들을, 바람직한 생각들을 무진장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읽고 잠시 동안 새겼더라도 금방 잊어버리는 나, 계속 읽어야 할 책이다. 읽겠다는 이 생각이 결국 나의 세계가 될 테니까. 물음을, 의심을, 가치를, 희망을 놓지 않고 살겠다는 나의 의식 세계를 탄탄하게 세우기 위하여.


우리네 각자의 삶은 우주의 긴 역사로 볼 때 특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래서 또 특별하다고 믿는다. 내가 있어서 세상이 있고, 세상은 무수한 내가 모여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까. 잘났다고 더 오래 살고 못났다고 필요 없는 목숨은 없다. 각각은 각각의 이유로 태어났고 살고 사라질 것이지만 생명의 세계는 이런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철학 책을 읽으면 내가 편안한 쪽으로 좀 헐렁해지는 기분이 된다. 미워하던 사람도 증오하던 사람도 한순간 이해까지 하게 되는 듯하다. 당신은 그런 이유에서 그렇게 못나게 되었군요. 딱한 생명이여. 책을 덮으면 나 역시 또다시 못난 감정의 수렁에 빠져들고 말지만. 


권하고 싶은 이들이 바로 떠오른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이런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더욱 딱하다.

분열과 의심의 상태는 변혁과 혁명의 씨앗을 품고 있다. 한 방향으로 통제된 정보는 무작위한 정보만큼이나 큰 해악, 혹은 그 이상으로 거대한 해악을 만들어냈다. 이제 우리는 기술적 조건의 변화와 함께 한 방향의 통제에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방향성을 익히는 중이다. 이 흐름과 함께 확대되는 의심과 불신의 에너지는 기존의 시스템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을 촉발할 긍정적인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에너지를 파괴적인 방향이 아닌 창조적인 방향으로 발산시키는 것은 앞으로의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질 중요한 과제다. - P56

각 경험은 나름대로 다 독특하다. 우리 삶은, 아무리 평범한 삶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아무런 개성 없이 균질적으로 펼쳐진 경험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다. - P63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통합적인 경험을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은 건강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소소함 속에서 보낸다. 이 시간이 무력하고 무의미하다면 삶의 대부분을 상실하는 것이다. - P65

인간은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많은 것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알 수 있음에 기뻐해야 할 것이고, 알 수 없음에 겸손해야 할 것이다. - P95

생각보다 사람들 사이에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사실 비슷한 면이 더 많고 차이는 비교적 적다. 상대방과의 차이가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로 차이가 압도적으로 커서가 아니다. 그 차이를 바탕으로 상대와 나를 나누고 그 안에서 은밀한 즐거움을 느끼려는 우리의 경향 때문이다. 이런 경향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차이와 우월감이 주는 즐거움은 인간 심리를 지탱해주는 주요인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태를 정확히 보는 것을 방해한다. 상대의 생각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은 차이를 부풀려서 강조하기보다는 나와 상대방 사이에 놓은 수많은 공통점을 인정하면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사태를 더 정확하게 보는 길이고, 서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 P139

증오는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부각시킨다. 그리고 상대방을 악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나를 선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좋은 역할을 맡는 것은 즐겁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허구적으로라도 그런 역할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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