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21 16호 - Vol 16 : 에너지, 기로에 선 인류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6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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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좋은 책이 내내 좋은 책이 되기 쉽지 않은데 이 잡지는 읽을수록 더 좋아진다. 책도 좋아지고 책을 읽는 나도 근사해지고, 이런 방식의 도돌이표 안에서는 벗어나고 싶지 않다. 가끔 실천의 문제에 부딪히면 뜨끔거리기는 하지만.


이번 호의 주제어는 '에너지'다. 에너지라는 말에 '환경을 지키자' 혹은 '지구를 지키자' 이런 내용으로 펼쳐질 줄 알았는데 나의 이런 하찮은 기대를 나무라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넘어서는 내용들로 그득했다. 에너지를 다루는 데에 과학뿐 아니라 철학적 사고가 더 큰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아니다, 예전의 철학자들은 과학을 한데 포함시켜 탐구했던 것을 내가 잊고 하는 말이다-과학도 철학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주려는 학문이므로 에너지도 이런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들려준다. 미처 못 알아듣는 내용이나 용어가 있었지만 전체의 글 흐름이나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도 이 잡지의 좋은 점이다. 


세상이 살기 어렵고 이대로는 꼭 망할 것처럼 여겨져도 세상은 이대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말 것이라는 예상을 접할 때면 내가 누리며 살고 있는 여러 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잠깐 갖기는 하지만 금방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외면한다. 이 책에는 나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꽤 나온다. 에너지든 환경 보호든 정치든 도덕이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폭이 그다지 차이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기적이며 계산적이며 위선적인 모습의 일부를 본능처럼 욕망처럼 품고 사는 사람들로서는. 


책 속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전망에 살짝 안심이 되다가도 곧 각성한다. 내 의식을 고인 물로 내버려두지 않는 글들이라 고맙다. 잡지를 추천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널리널리 알려드리고 싶다. 


책 뒤쪽 부분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3쪽에 걸쳐 실려 있다. 다른 글들과 달리 무슨 말인지 내 수준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펼쳐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바탕색까지 삼색으로 인쇄해 놓고. 이게 그 유명한 E=mc²에 대한 글이란 말이지? 이 이론에서 말하는 에너지가 내가 알고 있는 에너지와는 전혀 연결이 안 되고 있었어도. (y에서 옮김20211214)

그러니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인 것이다. - P31

사람들은 탄소 발자국을 크게 남기지 않고도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고유의 시가 있었고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가 있었으며 전통 악기와 훌륭한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 P47

포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옳은 표현인지, 민주주의자가 써도 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귀족제를 믿는다. 내가 말하는 귀족제란 높은 지위와 영향력을 가진 특권층의 지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섬세하고 사려 깊으며 용기 있는 자들의 지배를 의미한다. 이들은 국가와 계급, 나이를 불문하고 존재하며, 서로 만나는 순간 은밀하게 서로를 이해한다. 이들은 인류의 진정한 전통을 체현하며, 잔인하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별난 종족이 거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성공의 징표다. 숱하게 많은 이들이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갔지만 그중 몇몇은 위대한 존재로 남았다. 이들은 자기 자신과 남들을 섬세하게 보살피며, 사려 깊으나 호들갑스럽지 않다. 이들이 용기 있는 것은 거만해서가 아니라 견디는 힘을 지녀서다. 또 이들은 농담을 받아들일 줄 안다." - P66

시인 오드리 로드도 "시는 사치품이 아니다. 시는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시는 우리의 생존과 변화를 향한 꿈과 희망을 분명히 비추는 빛의 본질을 형성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래를 부르든, 말을 하든, 글을 쓰든, 언어는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 몸이 회복하고 생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배럿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듯이 "우리의 신경계에 가장 좋은 것은 또 다른 인간이다.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채 서로를 대할 때 진정한 생물학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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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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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궁금했다

SF 소설의 초반은 궁금해야 한다. 내 생각이다. 내용이든 사건이든 작가의 의도든 하다못해 새롭게 보이는 낱말 뜻에 이르기까지 무언가가 궁금해서 알고 싶어지는 게 하나씩 늘어나야 하는데 이게 또 비슷한 속도로 하나씩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읽고 싶어진다. 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시시해지거나 따분해진다. 채 읽지 않았는데 다 알아 버렸다 싶어도 안 되고 읽을수록 더 모르겠는 걸 싶어도 곤란한, 그래서 읽기를 그만두게 되고 마니까. 


적절한 분량과 속도로 궁금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도 궁금했고 이들이 장차 하려는 일들이 무슨 일인지도 궁금했다. 막연하게나마 인물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 퍽 고달프고 힘들어 보였는데 이 상황을 좀 더 낫게 바꾸려고 한다는 의지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어떤 쪽으로 향하는 것인지 서서히 알아 나가는 게 소설의 방향일 것이고.      


2부 - 조마조마했다

1부 마지막에서 주요 인물인 태린의 행동이 소설의 분위기를 아주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2부에서는 태린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 행동 때문에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태린을 얼마나 큰 위험 속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결과는 모른 채 사건의 진행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 내가 참 견디기 힘들어 하는 대목이다. 소설을 읽다가 이런 조마조마한 상황을 못 참으면 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확인해 버린다. 결말을 알고서 과정을 읽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어서, 편한 마음으로 읽고 싶어서. 


마일라와 네샤트와 함께 위험한 탐사 업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태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각자 또 서로서로 어떻게 대응해 가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오로지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 낸 가상 세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한 문장 한 문장씩 읽는 동안 내내 두근거렸다. 조마조마했다. 주인공인 태린이가 죽지는 않겠지, 아니다, SF에서는 죽을 수도 있겠다, 아니다, SF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죽음과는 다른 차원이 나타나곤 했으니 태린이가 죽었다가 살아났다가도 할 수 있겠지, 도대체 태린이가 업무를 처리하러 나선 이 지상은 어떤 세상이란 말인가. 범람체라니, 미생물이라니, 의식이 흐르는 세상이라니.     


연구일지 - 놀라웠다

태린이가 왜, 어떻게 파견자가 되어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와 과정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과학자들의 연구라는 게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싶지는 않지만(찾아내는 답이 대체로 내 마음에 들지 않은 탓에) 이 글을 통해서도 이럭저럭 그들의 노고를 헤아릴 수는 있다. 누군가는 연구를 해야 할 테니까. 사람을, 생명을 살리는 연구이든 그렇지 못한 연구이든.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한 연구가 아주 명확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3부 - 신비했다

사람의 생각 또는 의식이라는 것. 개인이 스스로의 의식 세계에 대해 알고 느끼고 있는 범위와 한계를 짚어 본다.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 생각과 네 생각. 내가 읽는 내 안의 생각과 내가 읽었다고 여기는 네 안의 생각들. 입장을 바꿔 보기도 하면서. SF 소설이나 SF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의 머릿속 생각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잘도 등장하던데. 이게 상상 밖에서 가능한 일인지. 작가는 참으로 세심하고 아름답게도 상상해 놓았다. 이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길 정도로. 


그리고 이 모든 길에 사랑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그리워하는 마음, 그와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 살아서든 죽어서든 서로의 영혼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 상상으로 세상을 확대시키는 재주와 능력은 사랑하는 힘마저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겠다. (y에서 옮김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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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2 17호 - Vol 17 : 나는 누구인가? Who Am I?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7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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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이다. 너무도 많이 듣고 자주 들어서 흔하게만 여겨졌던 이 질문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답도 없이 맴돌았다. 정녕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으로 인해 설렜고 부담스러웠고 약간 아팠고 오래 흔들리고 있다. 철학이 이래서 필요한 거다. 사람을 난처하고 곤란하게 만들어주는 것, 이 난처함과 곤란함 때문에 내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각각의 글은 읽기 좋을 만큼의 분량이다. 절대로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내용은 분량과 달리 꼭 그러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짧은 글에서도 작가나 인터뷰를 하는 이들은 제 할 말을 다 해 놓고 있다. 주제에 맞게 각각의 글들은 조금씩 겹치는 대목이 있지만 더 많은 부분에서 다른 내용의 전문성을 보여 준다. 이게 이 잡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생명력인 것이고. 그러다가 더러 내 능력에 넘치는 글을 만나면 소홀해지는 점,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가. 미처 말할 수 없다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이건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나임을 스스로 인정하려면. 책에는 정체성에 대한 많은 자료가 실려 있다. 하나로 말할 수 없다는 뜻이렷다. 그렇겠지. 관계에 따른 나, 시간에 따른 나, 생물학적인 나 등등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내 안에 얼마나 많은 내가 있는 것인지 모르는 바도 아니고. 그럼에도 끊임없이 내가 나를 붙잡아 보려고, 붙잡고 있으려고 애를 쓰고 있어야 하니. 


바깥 세상의 시끄러운 소식들로 인해 정신이 사나워지고 마음이 불편해져서 그저 쉽고 편한 책을 읽으며 속마음을 가라앉히다가도 이 책과 같은 책을 만나면 기분이 달라진다. 아주 좋은 쪽으로. 무엇보다 깨어 있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깨어 있는 이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이 말을 내가 듣고 싶어했던 것 같아서.    


당신은 누구인가를 물어보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물어 봐야 할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이전 시대에 만들어 놓았던 결과물일 것이므로. 현재가 우리 과거의 수준을 증명하는 모습일 것이므로. 그리고 지금 묻는 '나의 정체성'과 '우리 사회의 정체성', 이 물음과 답을 얻으려는 노력이 바로 내일의 우리 사회를 결정하게 될 것이므로.


특별히 마음 쓰이는 대목을 골라 타이핑을 했다. 과거, 특히나 아프고 힘든 과거의 기억(개인의 것이든 사회의 것이든)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만 믿고 있었던 바가 어떤 경우에는 잊혀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망각 또한 삶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방편 중 하나라는 것을. (y에서 옮김20220207)

실제로 꽤 많은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는 부정적인 경험을 잊는 것이 사회 정체성 발달에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순간들을 모조리 기억한다면 아예 꼼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잊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념적인 차원에서 미래의 자기 모습을 자유로베 상상하며 변화와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망각은 사회 정체성 발달은 물론이고 정치적 의미와도 연관되어 있다. 나는 과거를 뒤로 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감으로써 우리가 사회에 변혁과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망각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보다 폭넓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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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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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정확하게는 1137년 잉글랜드의 슈루즈베리 성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이다. 주인공은 이 성에 있는 캐드펠 수사. 캐드펠 수사가 가는 곳에 사건이 일어나는 것인지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 캐드펠이 있는 것인지, 구분은 의미가 없고 내 흥미는 이어진다. 캐드펠이라는 매력적인 탐정 한 사람을 이렇게 얻는다. 


펜티먼트라는 비디오 게임이 있다. 16세기 독일의 바이에른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인데 나는 이 게임을 통해 당시 유럽 사람들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따져 보니 이 소설과는 400년 이상의 시간 차이가 있고 지역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이 게임에서 본 장면들이 자꾸 겹쳐 나타났다. 좋은 쪽으로, 이해를 돕는 쪽으로, 점점 더 빠져드는 쪽으로. 


수도원이라는 곳, 수도사라는 사람들. 종교가 없어서 이런 이야기는 늘 대충 듣고 넘겨 왔는데 이번에는 관심이 생긴다. 당시 그들은 어떻게 살았던가. 지역 주민들과는 어떤 관계를 이으면서 살았던가. 누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던가. 소설을 통해 이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니, 소설로도 나는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수도원에서 먼 지역에 남아 있는 성녀의 유골을 찾아오는 일이 중심 줄거리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죽는다. 나는 살인 사건보다 성녀의 유골을 가져오겠다는 부수도원장의 의지에 흥미가 더 생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우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 


책 표지에 나와 있는 두 눈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계속 이 형태의 표지일까? 캐드펠은 요령 있게 사건을 해결하고 나는 다음 권에서의 활약을 기대한다. 올 여름에는 잉글랜드에서 머물러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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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동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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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다가 인간의 본성 및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하게 되다니, 이런 놀라울 데가. 그런데 저절로 드는 생각이라서 골몰할 수밖에 없다. 왜 범죄를 저지르는가. 환경 탓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는 게 비슷한 환경에서도 다른 결정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다고 유전자 탓이라고 하기에는 썩 명쾌하지가 않고. 본성과 욕심이 합쳐졌을 때 악을 택하는 사람과 선을 택하는 사람의 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이 책은 내가 갖고 있던 스무 권의 시리즈에서 빠져 있던 1권 책이다. 읽지도 않았는데 어떤 연유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고, 1권을 안 읽는다면 남은 세 권을 다 읽어도 완결된 느낌을 얻지 못할 것 같아 새로 구입했다. 새로 나온 책이라 갖고 있던 책들과는 판형이 완전히 달라서 함께 꽂아 놓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지, 잃어버린 내가 잘못인 거니까.


1권의 내용이 이러했던가.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랄 듯한 짧은 분량의 소설들이 실려 있다. 본격적인 추리 소설도 아닌 것 같고(짧은 추리 소설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음), 소설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에피소드 모음도 아니고,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고, 범죄 사건이 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마무리되는 글도 있고. 전집의 첫 권으로서 이 작가의 글을 맛보여 주겠다는 취지를 담고 편집을 한 건가 싶기도 하다.  


선과 악의 의미는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도 이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해 주는데 모처럼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런 생각 의외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y에서 옮김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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