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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리커버) -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기 위하여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5년 8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때는 시 수업을 많이 받았다. 수업 시간에 동시 쓰기, 방학 과제물로 동시 쓰기, 교내외 동시 쓰기 대회, 동시집 읽기 등등. 아주 자연스럽게 시와 친하고 시를 외우고 시를 썼다. 동시를 쓴다고 운동장 주변 그늘로 야외 수업이라는 것도 했는데. 그러다가 시를 쓰는 수업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논술 쓰는연습을 했던가?(순전히 내 생각)
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게 느꼈던 바다. 분명히 우리가 어렸을 때는 시와 가깝게 살았는데, 시집 한 권 정도는 무난히 구입해서 읽곤 했는데, 멀어졌다, 아주 멀어졌다,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벗을 만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예전만큼 시를 읽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서 확인했다. 내가 예전보다 시를 덜 찾는구나, 무엇보다 시를 쓰지 않는구나, 나 홀로 시인인 나는 꽤나 시를 즐겨 썼는데, 시를 쓰도록 자극해 주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안다. 좋아하는 일로 만나는 생의 일체감일 것이다. 나도 너도 같은 대상을 향하는 부류라는 것, 내 삶이 너의 삶과 마찬가지로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 이 넓은 세상에 나만 외로이 이 가치를 누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 이 좋은 것으로 너도 나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조금씩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것 등등. 작가로부터 내가 전해 받은 일부의 마음들, 익히 알고 있어 더 고마웠던 충고들.
책을 읽는 호흡은 저마다의 취향에 달려 있겠다. 길게 읽든 짧게 읽든 길게 머물든 짧게 스치든. 나는 오락가락 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삶을 마주하는 건강한 태도를 배운다. 작가의 삶이 그러하였듯 나도 죽는 날까지 크게 달라질 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안심이 된다.
예술가들이 하는 모든 종류의 창작은 세상이 돌아가도록 돕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그것은 평범함과는 완전히 다르다. 창작은 평범함을 부정하진 않는다. 단순히 다른 것일 뿐이다. 그 작업은 다른 관점을, 다른 우선순위들을 필요로 한다. - P16
당신은 언제가 되어야 당신 자신을 포함해 세상을 걸어가는 모든 연약한 존재들에게 조금이나마 연민을 품게 될까? - P23
마음이 찢어지는 게 찢어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 - P25
돈은 우리 문화에서 힘과 같다. 결국 힘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돈도 별 의미가 없다. - P34
시를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은, 이 겁에 질리고 돈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시의 영향력이 너무도 미미한 것은, 시의 잘못이 아니다. - P42
첫 번째 축복인 자연계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자연은 아름다움과 흥미로움, 신비로 가득했고 행운과 불운은 있었지만 남용은 없었다. 두 번째 축복인 문학의 세계는 형식의 즐거움을 준 것 외에도 감정이입이라는 자양분을 제공했고, 나는 그걸 향해 달려갔다. 나는 그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기꺼이, 기쁘게 모든 것-다른 사람들, 나무들, 구름들-의 대역을 맡았다. 그로 인해 다름 속에 서게 되면서, 세상의 다름은 혼란의 해독제임을 깨달았다. 바깥의 들판이나 책 속 깊은 곳에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신비가, 최악의 아픔을 겪은 마음에 고귀함을 되찾아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 P45
어릴 적 체험들-첫 시들-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어떤 시들이든, 어떤 성격, 어조, 의도, 영향력, 음악, 메시지, 즐거움, 명료함, 어휘, 열정을 가졌든 모두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이 첫 시들을 통해 언어가 세상의 현상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느끼고 사색한다. 언어가 할 수 있는 많은 것과 그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아직 마음의 풍경들이 형성 중인 단계에서 소설이 그 미완성의 풍경들을 무리하게 가로질러 나아갈 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첫 체험들은 평생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감정적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적 체험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 P125
시는 우리 종에 관한 긴 기록의 일부다. 모든 시는 내 삶에 관한 것인 동시에 당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미래의 무수한 삶에 관한 것이다. - P139
시인이 내는 목소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여러 해에 걸쳐 소중히 간직되고 형성되고 다듬어지며, 어떤 목소리나 그러하듯 하나의 태도와 하나의 감성-어쩌면 타자의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을 나타낸다. 어느 시인이든 이 타자와 강렬한 관계를 맺고 벗하여 살아간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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