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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2 18호 - Vol 18 : 진실이 사라진 시대의 진실 ㅣ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8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진실 truth. 흔하게 쓰지만 결코 가벼운 게 아닌 말. 이번 호에서 다루는 주제다. 표지만 보아도 먹먹하고 막막하다. 진실이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낙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닌가, 원래 진실의 속성이 비관을 포함하고 있나. 알아도 몰라도 도무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대상,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목숨과 바꿀 만큼 가치로운 것이었다는데.
이 잡지를 읽을 때마다 갖는 경건한 기분은 이번 호에서도 변함없이 느껴졌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와 이런 글을 모으는 편집자들과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 모두가 있어서 이 세상의 진실이 아직은 힘을 잃지 않고 있다는 믿음과 함께.(이 책을 읽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지던지, 자부심보다 안도감이 더 컸다.)
내 눈을 사로잡는 문장들을 타이핑하고 올리면서, 앞뒤 맥락없이 놓여져 있어서 혹시라도 책에 실린 글 전체에 누를 끼치는 게 아닐까 염려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전체 글을 읽어 보시라고 권한다. 고작 한두 줄로 옮겨 놓은 내 시도는 본래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자칫 진실을 왜곡시키는 잘못이 될지도 모르므로. (y에서 옮김20220504)
인간으로서 처한 상황적 진실을 부정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성격이 형성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 우리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진실을 감정적으로 외면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 P22
진실을 외면해도 우리는 행복해지지 않고, 삶의 가치만 점점 사라질 뿐이다. 현실을 부정할 때 헌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관계라는 풍요로운 인생 경험을 포기하는 셈이며, 일을 미루는 사람은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몫을 해냄으로써 얻는 보상을 포기하는 셈이다. …… 진실에 따르는 고통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더 진실하게 살 수 있다. 정서적 회피라는 얄팍한 위안을 얻기보다 훨신 더 깊이있는 삶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 P23
진정한 수용은, 기꺼이 만물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실 부정이라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 자세이므로 무척 어려운 일이다. - P23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중심적이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사람을 파악하고 상대방에게 적응할 줄 안다. - P42
상대가 우리를 속이지 않고 있음을 알 만큼 신중하게 가까운 사람들을 선택해야 한다. 내 아내가 나한테 뭐라고 말하면 나는 그 말을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내가 내 관심사를 염두에 두고 나도 아내의 관심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믿게 되었다. - P44
나는 좋은 시민의 요건 중 하나가 진실과 정직에의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진실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선이고 우리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 또 우리가 윤리적이고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도 이득이 된다. - P45
말에 무관심하고 생각과 세상의 연결고리에 무관심한 사회, 이를테면 국가 정책의 효과나 파장에 무관심한 사회는 어떠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구조를 기르지 못한다. - P69
거짓말은 진실을 향한 인류 공동의 깊은 관심에서부터 원동력을 얻으며, 우리 인류는 서로를 믿기에 누구보다 더 강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가장 위험한 거짓말은 현실을 부정하는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과 신뢰를 맞붙게 하는 거짓말, 즉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처럼 좀 더 확실하고 낙관적인 것 대신에 어떠한 집단이나 근거 없는 믿음, 또는 음모론에 충성을 바치는 거짓말이다. - P70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에서 분노에 찬 시위대를 목격하고 온라인에서도 분노에 찬 진실과 대면한다. 또 우리는 소외되고 억압당하던 자들이 분노를 사용해 국가와 국민에게 자신들의 진실을 이야기할 때 그 대가가 어떠한지도 보고 있다. 대부분이 외면당하고, 일부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누군가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진실은 좀처럼 듣기 힘들다. 누군가가 분노하고 그걸 표현할 때 우리는 방어적으로 반응하거나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영리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심리적, 정치적, 사회적 관습대로 그들을 대한다. 하지만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격언이 진실이라면, 또 우리가 자유주의 신조가 말하는 대로 진정 자유를 가치있게 생각한다면, 도덕적인 힘을 키워 분노를 통해 말해지는 진실을 기꺼이 감싸 안아야 한다. - P92
1980년대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켰듯이 2022년의 우리는 앱을 켠다. 그것의 목적은 변함이 없다. 우리를 교란시키고, 즐겁게 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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