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 상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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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 초콜릿이 어떤 것인지 찾아 보았다.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군. 오사나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고바토에게 이걸 주었단 말이지? 소설을 읽는 중에 갑자기 먹어 보고 싶어졌다. 이 초콜릿을 먹으면서 소설을 읽는다면 이것도 나름 만족스러운 사치가 되겠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상권을 다 읽을 때까지 초콜릿은 못 먹고 말았지만.

신기하게도 앞서 출간한 봄철, 여름철, 가을철 에피소드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함께 어떤 일들을 해결했다는 건 알겠는데 내용이 통 생각나지 않으니 이 상태로라면 새로 읽어도 또 재미있을 듯하다. (이미 읽은 책 중에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다시 읽기도 한다. 이 경우의 내 건망증을 참 좋아한다. 좋아하는 글을 거듭 읽어도 지루하지 않으니.)

교통사고가 났다.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함께 걸어 가던 중에 고바토가 차에 치이는 뺑소니 사고. 3년 전에 동급생이 당한 사고가 있었던 자리 근처에서. 입원해 있는 상태로 고바토는 3년 전의 사고와 자신이 당한 사고를 비교하고 추리한다. 사고가 일어나는 경위와 뺑소니를 친 범인을 추리해 내는 과정이 묘하게도 재미있고 빠져 든다.

가벼운 듯 경쾌한 듯한 문체지만 남기는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찮은 단서라도 기어이 찾아 내어 사건 해결에 이용하는 두 인물의 용의주도함이 대견하고 이는 곧바로 작가의 의도로 이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연결을 해 놓을 수가, 감탄하도록.

하권을 읽으면서는 봉봉 초콜릿을 꼭 먹어 볼 테다.(y에서 옮김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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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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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오랜 세월에 걸쳐, 그의 글을 읽어 온 것 같다.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그러니 이 작가의 이름과 글은 내게 익숙한 편이다. 긴 여운을 주는 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그의 글을 접하는 순간부터 글에 빠져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발동이 좀 늦게 걸린다고나 할까.

이 책도 그랬다. 총3부로 되어 있는데 솔직히 1부의 글에서는 내 마음이 겉돌았다. 문장은 아름다웠으나 속내를 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내 마음이 겨울 들판처럼 메말라 있는 탓인지도 몰랐다. 풍경과 정서와 감상이 나의 것으로 다가오지 못했으니.

2부와 3부로 넘어가면서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꾸준히 읽고 싶어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문학과 문학적인 삶과 문학적인 만남에 대한 이해를 도와 주는 글.

3부의 '말과 사물'은 복사를 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과 글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글이다. 왜 잘 가르쳐야 하는지, 속성과 방향을 알려 주는 글이니까.

읽고 보니, 전체적으로 책의 분량이 적은 편이다. 그게 괜히 아쉽다. 책 뒤쪽에 모아둔 작가 자신의 책 서문들과 수상소감들은 익히 다른 책에서 본 것이었으나 또 새롭고 의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문 혹은 수상소감까지 한 편의 좋은 글로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작가의 젊은 때, 김지하 시인이 출옥하는 날, 외손자를 업고 사위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박경리를 본 장면이 내 시선으로 잡힌다. 묘하고 고마운 일이다. (y에서 옮김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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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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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성의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나오는 대로 펜 가는 대로 쓰는 게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넘어 문장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쓴 글. 작가 자신의 의식과 경험과 행동을 오랜 시간  취재하여 작품으로 만들어 낸 글. 물 흐르듯이 쓴 글이 아니라 꼼꼼하게 따지고 짚어서 한 줄 어긋남 없이 엮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글. 


작가가 그리 하였으니 읽는 나도 그랬을 것이다. 설렁설렁 읽고 넘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 꽤나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책이다. 막 재미있는 내용은 아닌데, 섣불리 넘겨 버리지 못하는, 그렇다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거나 아주 기대가 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 그런데도 또박또박 모든 문장과 낱말을 주목하게 만드는, 이 작가의 끈질긴 문체. 내가 이런 유형의 글을 좋아했구나, 발견한 기쁨도 컸다. 


작가는 소설가다.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현재의 진행 상태를 글로 풀어 놓고 있다. 소설을 이런 과정으로 쓰게 되는구나, 모든 소설가가 이 작가의 처지와 같지는 않을 것이고, 이 작가는 이런 모습이구나, 좋아하는 사람의 삶을 가까운 거리에서 모조리 들여다 본 기분이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보여 주는 대로. 이런 모습을 글로 읽게 되면 소설가와 소설에 대한 호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은데 나로서는 상승의 효과를 얻는다. 더 좋아지게 되었으니.  


우연인 듯 보였으나 어느 것도 우연 아닌 것이 없다고 나는 믿는 쪽이다. 책도 그러하다. 어떤 계기로든 보일 수밖에 없어서 보였을 것이다. 책이 책을 부르는 소리를 내내 들으면서 읽었다. 작품이든 작가든. 이 책으로도 꽤나 많은 책을 소개받았다.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책을 읽는 중에 찾아보기도 했다. SF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곧 보게 될 듯하다.   


이 책으로 쓰는 이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지런해야 하나 보다. 자신 앞에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할 만큼.  (y에서 옮김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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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바다 - 바다에서 만들어진 근대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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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두 사람이 만난다. 상대가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인지, 위험한 사람인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물건을 얻고 싶다. 그 물건을 얻기 위해 돈(혹은 다른 물건)을 낼지 상대를 해치고 빼앗을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오래 전 논술 수업을 위한 연수를 받을 때 들었던 내용이 떠오른다. '신뢰'라는 말,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 그 신뢰의 척도가 문명의 척도라고 했던 말.

 

이 책에서는 바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옛날,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지구 전체를 배경으로 하여 바다에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건너서 만났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가 하는 이야기. 대부분은 정복이었다. 평화는 보기 힘들었다. 평화처럼 보였으나 궁극은 정복이었다. 더 폭력적이었나 덜 폭력적이었나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먼저 본 쪽에서 먼저 빼앗으면 그만이었던 그런 세상의 이야기들이다. 결코, 절대로 유쾌할 수 없는 사건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던가 싶어도, 여전히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슬픈 역사.

 

그럼에도 우리는 이 안에서 문명을 찾아내고 읽는다. 희생이 된 목숨들은 그저 가여웠노라고 넘길 수밖에 없고, 물건만이 아니라 땅만이 아니라 가족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으면서 물려 주고 물려 받은 역사. 바다에서 바다를 통해 이루었던 역사 이야기.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전 세계 지구인들이 이렇게 살아온 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추측하노라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다들 알고 있는 듯 보여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고 약탈과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더 갖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고, 더 누리고자 하는 욕망이 세계 곳곳에 살아 있다는 뜻이다. 역사보다 영화가 더 바람직하게 진화되고 있는 세상이다.       

 

뉴질랜드의 남섬 현지 가이드가 추천해 준 책이다. 작가를 알고 있어서 주저없이 구해 본 책인데 잘 읽었다. 바다를 향한 도전, 우리 시대 우리 땅에서도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바다를 다스리지 못하면 더 나아갈 곳이 없다는 것. 허황된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실속을 차리는 정책과 교육이 뒷받침되어 주어야 할 텐데. 현재 우리의 정부나 공공기관에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게 그저 씁쓸할 뿐이다. (y에서 옮김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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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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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다가 다시 찾아낸 책이다. 이 작가의 책을 제법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에 대한 기억은 아득하게 멀고 궁금하니까 다시 봐야지.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확인했다. 캐드펠 수사가 살았던 그 시절의 잉글랜드와 주변의 역사에 대해서도, 수도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쉽게 잘 읽힌다. 적절한 주제와 적절한 분량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부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학교에 다니면서 이후 독서나 영상으로 자주 보았을 것이지만 자꾸만 잊어버리는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 이 책도 대부분의 역사 책이 그러하듯이 주로 지배층이나 유명인을 대상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만큼이라도 접할 수 있는 게 어디인가 여겼다.  


재미있다.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어 놓은 사진 자료도 풍부하다. 캐드펠 수사 이야기를 몰랐다면, 1100년대의 잉글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노르망디와 잉글랜드의 상관 관계에 대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 같다(여러 번 읽었어도 여전히 기억 못하는 나). 나는 은근히 역사보다 소설에 더 고마운 무게를 두고 있다. 적어도 나로서는 이 소설로 인해 또 한 페이지의 역사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니.


전쟁과 문화와 생존과 인간의 삶. 이 총체적인 흐름 안에서 우리네 개별 인간의 목숨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안 어디에서 무엇으로 흐르고 있을까? 이렇게 읽고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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