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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
안윤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글을 쓰고 있다고 믿는 작가, 작품집이 나와 있었음을 몰랐던 게 미안하고 또 고마운 작가. 이렇게라도 차곡차곡 쌓아가면 되는 것이겠지. 서두를 일은 아니니까, 계속 읽으면 될 일일 테니까.
모두 7편. 나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글이 좋다라는 있지만 읽고 있는 내가 좋아진다는 느낌, 묘하고 또 행복한 독서였다. 내 일상이나 처지와는 아주 다른 배경인데, 현실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유형의 인물들인데, 나와 내가 좋아하는 주변인들을 글로 어루만져주고 있다는 느낌, 우리 같이 잘 살아 보아요 건네고 있다는 느낌들로.
아프다, 읽는 내내 문장들은 아픔을 전하고 건드린다. 유행어처럼, 네가 아파서 나도 아프다고, 나는 아프지만 너는 아프지 말라는 것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떠나고 남는 사람들, 겹쳤다가 빠지는 자리만큼 나누었던 아픔과 사랑이 맴돈다. 끝내 사라지지 않을 것을 안다. 영영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한 편 한 편 아끼며 읽었다. 특히 따옴표 없는 대화들을 놓치지 않고 읽었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숨지 않으려는 듯한 인물들의 의지가 담긴 것처럼 보였다. 존재도 사랑도 삶도 우리 사이의 투명한 관계까지도. 작가의 솜씨가 마음에 들어서 퍽 만족스러웠다.
얼마 전 올해의 하지가 지났다. 하지가 지나 이 작품집 속의 <하지>를 읽었는데 그날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헛된 아쉬움을 느꼈다. 부안에서 노을을 보는 캠핑을 하고 싶다는 바람 하나 품는다. 이 책과 작가의 이름과 소설을 기억하는 채로.
맥주 캔이 탁자 위에서 조용히 우는 걸 잠자코 지켜보면서 울어야지.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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