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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ㅣ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평점 :
재미는 있었는데 정 떨어지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릴라도 레누도 참 마음에 안 드는 인물이다. 무엇이 그토록 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따지고 싶지 않다. 자칫 내 안에 숨겨 놓은 모순을 끄집어내게 될 것만 같다.
작가의 글솜씨는 놀랍기만 하다. 주인공인 릴라와 레누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이 떨어지는 속도와 반대로 작가애개는 감탄한다. 이 무슨 어리둥절한 사태인지. 소설 속 인물들은 점점 더 싫어지는데 소설은 자꾸 더 읽고 싶어진다고? 이 책 3권이 끝나가는 게 아쉬워지면서 벌써부터 4권이 궁금하다고? 레누와 릴라의 60대 상황을 1권에서 이미 알았는데, 3권에서 둘은 겨우 서른인데, 4권에 30년을 담아 놓았다고? 도대체 어찌 읽으라고, 이 벅찬 감정을 누르면서?
1970년대의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나폴리와 피사와 피렌체라는 도시.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고단하면서도 화려한 청춘을 보내야 했던 삶의 터전이었을 곳. 외국인인 내게는 그저 먼 나라의 유명한 관광지일 뿐이지만. 소설과 현실이 이렇게나 정신없이 섞이는 독서라니, 지긋지긋함과 끔찍함과 놀라움과 실망감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글을 놓고 싶지 않았다. 자꾸만 비행기를 타고 그곳으로 가려는 나를 상상했다. 랄라와 레누를 만나볼 것도 아니면서, 둘 다 싫어한다면서.
릴라도 레누도 엄마가 되었다. 엄마로서의 여성의 삶, 그 시대 이탈리아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었는지 알게 된 게 무척 흡족하다. 어쩌면 내가 릴라와 레누에게 갖게 된 불만이 나도 모르게 오랜 시간에 걸쳐 내면화시킨 편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마주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일지도.
4권을 어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