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와카코와 술 6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11월
평점 :
이 또한 내가 갖고 있는 환상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술을 좀 잘 마시고, 안 취하기도 하고, 술에 대해 좀 잘 알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그래서 어떤 술에는 어떤 안주가 좋고, 어떤 기분일 때는 이러저러한 술과 안주를 마시면 기분이 더 나아진다거나 더 좋아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소개도 해 주고 싶은 마음. 에잇, 이 또한 내 안에 있는 허영의 하나인 모양이다. 어쩌자고 아직도 이런 욕심을 품고 있는 것인지.
얼마 전 친한 동료들과 여행지에서 확인했던 것이 있다, 내 주량. 슬프게도 맥주 한 캔으로 딱 그쳤다는 것. 기분이 상승하면서, 말도 많아지면서,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기분까지 들어 다른 사람의 말도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에 이른 거다. 내 이런 모습에 다들 웃으면서도 어찌나 기막혀 하던지. 그동안의 내 태도로 내가 술을 꽤나 잘 마시는 줄 알았는데 영 아니라고 허풍이었노라고 놀리기까지. 나도 내가 왜 이만큼이나 술을 못 마시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분명히 예전에는 꽤 마실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 탓인가?
만화의 주인공, 와카코는 한결같이 잘 마신다. 한 권씩 띄엄띄엄 읽어야겠다. 어차피 술 마시고 맛있는 것 먹는다는 설정은 다 알고 있는 셈이고, 소재만 바뀌고 있으니 잊을 만할 때 다시 보면 또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만화를 열심히 본다고 내 술 실력은 늘 일은 없을 테니 이 또한 안심이고, 과음의 위험이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으니 이 또한 다행이고.
직접 마시지 못하는 대신 이렇게 만화를 보면서 취한 기분에 젖어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괜찮다. 세상에 술은 많다고 하고, 다 못 마실 술 눈으로 이만큼 즐긴들 어떠리. (y에서 옮김201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