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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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에 성스러운 게 따로 있을 수 있나?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니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고. 그래도 좀 의아하기는 한데. 성경이나 불경을 훔친다? 묵주나 염주를? 교회나 성당이나 절을? 글쎄, 종교를 핑계로 결국은 개인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


이번 책은 묘한 기분으로 읽었다. 분명히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삐딱해지는 요소들이 자꾸 나를 건들였다. 그것이 책 읽는 재미를 키워주기도 했지만 종교에 대한 내 시선을 너그럽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이게 무슨 종교적 장치람? 장난도 아니고 속임수도 아니고 그런데도 정말 믿을 만한 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에 빠져들 수 있나 보다, 특히 고달픈 현실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일수록. '소르테스 비블리카'. 단어가 쉽지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적어 둔다. 


종교도 종교를 지키는 공간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람들이 결정한 일을 하게 되는 대상이다. 전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엉망인 일이고. 이 과정에서 믿거나 믿지 않거나 진실을 밝히거나 밝히지 못하거나 사람들은 살고 죽는다. 캐드펠 수사의 벗인 휴 장관이 나로서는 훨씬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그 오랜 세월 종교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이것에는 이것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쟁을 일으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멸살시키고자 하여도, 그래서 지극히 불만스럽고 상당히 원망스러워도.  


내전으로 무너진 수도원을 다시 세우겠노라고 이웃 수도원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수도사 둘, 이들을 돕겠다며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는 주민들과 상인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하여 떠돌아다니는 여행객들.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이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도움을 요청하러 온 수도사 한 명은 용의자로 몰리고, 캐드펠 수사와 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어떻게 전개되어 어떻게 마무리될지 대략 방향은 짐작하면서도 끝까지 읽는 재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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