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집 -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 44
김혜경 지음 / 제철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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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나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 대신 작가의 술집 방문 이야기를 읽으면서 술에 취한다. 정말로 잘 취하는 느낌이 든다. 그것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기분이 엄청 좋아지는, 술과 술집이 더없이 사랑스러워지는 경지에 이르면서.

작은 크기의 책, 모두 15편의 에피소드. 책값이 흐뭇해진다. 술값보다 안주의 비싼 값보다 훨씬 덜하면서 만족도는 충분한 읽기. 술을 마시는 일이 이 책 속 작가의 말처럼 황홀하기만 하다면야 나도 정녕 마시고 싶다, 마셔 대고 싶다.

술을 마시면 맨 정신으로는 발휘할 수 없는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맨 정신으로는 누릴 수 없는 기분을 맛보기도 하며, 평소보다 조금 더 넓고 깊게 삶의 경계선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확장이라는 게 꼭 좋다거나 유익하다거나 하다는 말이 아니다. 할 수 없었거나 하지 못했거나 안 했던 것을 해 보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술이 좋다는 것이다.

아무튼 책 시리즈 중 내 마음에 든 주제의 책으로 꼽히겠다. 생활이 고단하고 지긋지긋할수록 술 한 잔에 힘을 얻는다는 사람들의 진심을 나는 믿는 쪽이다.  (y에서 옮김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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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8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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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책은 좀 두었다가 보려고 했는데, 마치 술꾼이 술 앞에 두고 못 참는 것처럼 그냥 넘겨 보고 말았다. 다음에 심심하거나 혼자 술 마시고 싶을 때 또 꺼내 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볼 수 있는 만화가 벌써 몇 십 권 있기는 하지마는. 만화가 많이 쌓여 있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다, 아무렴.


주인공 아가씨는 이 책에서도 끊임없이 술을 찾아 마시고 있고, 그 술에 걸맞은 안주를 골라 먹고 있고. 술이 먼저인지 안주가 먼저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 같은데 이 또한 충분히 즐기고 있어 보기 좋다. 실제로 이러면 어떤 모습일까 약간 걱정이 되는 점도 있지만 어쨌든 만화 속 세상이니 이런 걱정을 왜 한담? 이런 스스로를 잠시 한심해 하기도 한다.


예전에 읽은 타카키 나오코의 마라톤 만화 중에 프랑스의 와인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뛰다가 와인 농장이 나오면 마시기도 하는 대회였는데, 일본에는 비슷하게 양조장 축제가 있는 모양이다. 양조장들이 아예 한곳에 모여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양조장에서 나오는 술을 한곳에 모아 놓고 시음도 하게 하고 팔기도 하는 축제를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참여한 내용이 나오는데 살풋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술 관련 축제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내가 참여할 의지가 있는 건 아니므로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다.


뭔지 내용이 부족하게 여겨져서 아쉬웠다. 분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 건지(에피소드가 바뀔 때 빈 페이지로 넘기는 게 좀 불만), 안주라는 게 이제 한계에 이른 것인지 새로움도 풍부함도 못 느꼈다. 수술 한 잔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보면 나아지려나?


신큐 치에의 다른 만화가 또 있는 모양인데 그것도 보나 어쩌나 하고 있는 중. (y에서 옮김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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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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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에 성스러운 게 따로 있을 수 있나?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니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고. 그래도 좀 의아하기는 한데. 성경이나 불경을 훔친다? 묵주나 염주를? 교회나 성당이나 절을? 글쎄, 종교를 핑계로 결국은 개인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


이번 책은 묘한 기분으로 읽었다. 분명히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삐딱해지는 요소들이 자꾸 나를 건들였다. 그것이 책 읽는 재미를 키워주기도 했지만 종교에 대한 내 시선을 너그럽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이게 무슨 종교적 장치람? 장난도 아니고 속임수도 아니고 그런데도 정말 믿을 만한 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에 빠져들 수 있나 보다, 특히 고달픈 현실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일수록. '소르테스 비블리카'. 단어가 쉽지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적어 둔다. 


종교도 종교를 지키는 공간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람들이 결정한 일을 하게 되는 대상이다. 전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엉망인 일이고. 이 과정에서 믿거나 믿지 않거나 진실을 밝히거나 밝히지 못하거나 사람들은 살고 죽는다. 캐드펠 수사의 벗인 휴 장관이 나로서는 훨씬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그 오랜 세월 종교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이것에는 이것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쟁을 일으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멸살시키고자 하여도, 그래서 지극히 불만스럽고 상당히 원망스러워도.  


내전으로 무너진 수도원을 다시 세우겠노라고 이웃 수도원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수도사 둘, 이들을 돕겠다며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는 주민들과 상인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하여 떠돌아다니는 여행객들.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이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도움을 요청하러 온 수도사 한 명은 용의자로 몰리고, 캐드펠 수사와 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어떻게 전개되어 어떻게 마무리될지 대략 방향은 짐작하면서도 끝까지 읽는 재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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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7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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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힘들 때 자신이 자신에게 해 주는 선물이나 위로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 와카코에게는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맛있는 안주와 함께.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연작 만화는 연달아 읽으면 재미가 떨어지는 것을 알았다. 앞 내용을 잊을 만할 때 되어 읽으니 괜찮다. 먹고 또 먹고 마시고 또 마셔도 지루하지 않고. 앞서 본 게 뭐였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게 나로서는 더 다행스럽고. 비슷한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이런 책의 작가는 좋을 것 같다. 맛있는 것 찾아 먹는 게 바로 취재일 테니. 그래도 문제가 있을 때도 있겠다. 늘 맛있는 것만 먹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술을 좋아한다고도 많이 마실 줄 안다고도 할 수 없는 나. 맥주 한 캔이, 생맥주 500cc가 한계인 나로서는 어느 한 면이 부럽기 그지없다. 이 만화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일본술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막상 마셔 보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고. 어떤 술은 따뜻하게 어떤 술은 차갑게 마신다는데 그것도 궁금하지만 시도해 보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고.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만화로 계속 즐기는 수밖에.


혼자서 혼자를 북돋워주는 나만의 방법, 그거나 잘 찾아서 활용하여야겠다.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y에서 옮김201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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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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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싫어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고. 그림을 보러 미술관에 가는 일은? 글쎄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몇 차례 다녀온 적도 있지만,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보러 간 경우에는 보러 온 사람에 치이고 밀려 뭘 봤는지 모르겠고, 모르는 화가의 그림은 또 뭐가 뭔지 몰라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나 여겼던 것도 같고. 그림 앞에서 멍 때리듯 서 있는 사람들도 있던데 아직 그래 본 경험이 없다. 이만큼이 그림과 미술관과 나와의 관계라고 해야겠다.

굳이 따져 보면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그림만 몇몇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단연 모네의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머물렀다. 모마 미술관이라는 곳에 관심이 생겼을 만큼, 뉴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1도 없지만 모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는 여기 5층에는 가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도라에몽의 마법 문이 있다면,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곳 5층으로 가 보고 싶다고.(내가 이만큼이나 그림을 좋아하나? 아닌 것 같은데.)    


도슨트라는 직업 이름을 익힌다. 미술관 현장에서 작품과 화가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참으로 근사하다. 이 순간 무언가를 설명하는 직업 중에 도슨트가 가장 멋있게 느껴진다. 그림을 알고, 그림에 대해 그림을 그린 이에 대해 그림을 보는 눈에 대해 말해 주는 사람이라. 본격적인 도슨트를 만난 적이 없다 보니 상상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이 책 덕분일 수도 있겠다. 책에서 글로 보는 게 아니라 그림 앞에서 도슨트의 음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다면, 그림 감상의 폭도 훨씬 깊고 넓어질 것만 같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책에 실린 그림들은 대체로 알고 있었고 작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는 것도 있고 몰랐던 내용도 있었다. 나같은 독자에게는 사실 책으로 보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내 수준과 흥미에 맞게 천천히 넘겨도 빨리 넘겨도 되는 이 속도도 중요하니까. 

그림을 보러 가고 싶다는 말,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 갖고 싶은 허영이다. (y에서 옮김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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