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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집 -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ㅣ 아무튼 시리즈 44
김혜경 지음 / 제철소 / 2021년 6월
평점 :
이번에도 나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 대신 작가의 술집 방문 이야기를 읽으면서 술에 취한다. 정말로 잘 취하는 느낌이 든다. 그것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기분이 엄청 좋아지는, 술과 술집이 더없이 사랑스러워지는 경지에 이르면서.
작은 크기의 책, 모두 15편의 에피소드. 책값이 흐뭇해진다. 술값보다 안주의 비싼 값보다 훨씬 덜하면서 만족도는 충분한 읽기. 술을 마시는 일이 이 책 속 작가의 말처럼 황홀하기만 하다면야 나도 정녕 마시고 싶다, 마셔 대고 싶다.
술을 마시면 맨 정신으로는 발휘할 수 없는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맨 정신으로는 누릴 수 없는 기분을 맛보기도 하며, 평소보다 조금 더 넓고 깊게 삶의 경계선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확장이라는 게 꼭 좋다거나 유익하다거나 하다는 말이 아니다. 할 수 없었거나 하지 못했거나 안 했던 것을 해 보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술이 좋다는 것이다.
아무튼 책 시리즈 중 내 마음에 든 주제의 책으로 꼽히겠다. 생활이 고단하고 지긋지긋할수록 술 한 잔에 힘을 얻는다는 사람들의 진심을 나는 믿는 쪽이다. (y에서 옮김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