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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평점 :
나는 언제나 본연의 나이고 싶고, 그런데 가끔은 내가 아니고 싶고. 나는 누구일까? 내가 보는 나, 내가 원하는 나, 내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나, 나를 원망하는 나......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돌아돌아서 이 물음에 닿는다. 네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물어볼 엄두를 못내고.
흔하지 않은 상상, 흔할 수 없는 이야기, 신기하고도 매력적인 상상의 이야기를 읽는다. 자꾸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면, 자꾸 자신 밖의 세상을 꿈꾸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일까? 현실에는 없는, 그럼에도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방 만나게 될 것만 같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인물과 배경과 사건과 주제들. 낯설어서 풋풋하고 익숙해서 안심이 되는 장치들이다.
얼마 전 울산의 반구대와 태화강국가정원과 간절곶에 가 보았다. '소금물 주파수'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작가의 고향인 울산이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의 배경으로 살아나다니. 무엇보다 울산 근처의 바다 어딘가에 헤엄치고 있을지도 모를 몽이를 그려 보는 재미까지 느꼈다. 있을 거야, 분명히.
책을 읽지 않으면 도저히 접해 볼 수 없을 세상을 구현해 주는 이 작가의 솜씨에 고마움을 느낀다. 고달픈 현실이 SF 소설의 소재로 쓰이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하는 주제의 근거가 되는 것을 볼 때마다 입맛이, 글맛이 쓰다. 우리 모두는 참으로 천천히 나아져 가고 있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