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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케치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본 것, 내가 생각한 것들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릴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장 자크 상뻬의 책은 글 뿐만 아니라 그림조차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낸다. 내게도 이런 능력이 주어졌더라면 하는 강한 부러움과 더불어.
장 자크 상뻬를 통해 뉴욕을 들여다 보고 나니 평소 우리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멋있고 발전적인 모습의 뉴욕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사한 그림으로 익살스럽게 나타내고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뉴욕의 고독을 느낄 수 밖에 없었으니까. 끝없이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려고 하고 그 연락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뉴욕 사람들. 아마도 홀로 지내야 한다는 것을 본질적인 두려움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금요일 오후 5시(56-57p)의 모습과 일요일 오전(60-61)의 모습의 대조적인 그림이 뉴욕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나까지 쓸쓸하게 만들었다. 무언가에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이 빈틈없이 밀려가는 그림과 아무도 없는 텅빈 거리에 신호등만 깜박거리는 그림. 지구상에 있는 평범한 산업화 도시의 하나로서, 달리 어디랄 것도 없이 현대화라는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일까. 비단 뉴욕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건조한 도시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책을 보고 나니 마음이 더 쓸쓸해진다. 뉴욕 사람들이 왜 그렇게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려고 모든 준비를 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y에서 옮김20010124)
르네 알렉시스, 아닌게 아니라 여기 뉴욕에선 모든 것이 자라고 번성해야만 한다네. 발전해야 한다는 말일세. 가장 보잘것 없는 것에서부터 큰 일에 이르기까지 여기선 누구든지 뭔가 (대단하고great), (창조적인creative) 일을 하려고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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