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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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아는 내용은 아는 대로, 몰랐던 내용은 몰랐던 대로. 알고 있던 이야기라도 다시 봐도 재미있고, 몰랐던 것을 새로 알게 되어도 재미있다. 세상 어딘가에 이미 있었던 일,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라고 해도 그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믿으며 확인하는 이야기의 매력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그게 내 마음에 드는 결과였든 아니든 상관없이. 


1권을 읽은 지는 꽤 오래된 편이고, 그렇다고 이 두 사람이 진행시킨 역사 상황을 아예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역사의 기본 줄기는 알고 있는 상태에서 소설처럼 읽는 재미는 여전히 크다.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고 둘 사이에서 정치적 모략을 꾀하는 클레오파트라의 솜씨는 대단하기만 하고. 이 모든 상황을 지금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읽고 있다니. 그것도 놀라울 정도의 세심한 묘사와 풍부한 표현으로 말이다. 다 알고 있음에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게 작가의 역량일 테지. 이번에도 나는 기꺼이 빠져 들었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내 기존의 편견이 짙다는 것을 다시 알았다. 같은 내용의 다른 책을 더러 봤음에도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내 안의 정보가 수정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예쁘다고, 예뻐서 안토니우스가 반했다고,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빠져서 안토니우스의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어떻게 이런 단편적인 이유만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 책으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사이의 관계를 바꿔 놓기는 했는데, 기억력이 제대로 업그레이드되고 유지될지 걱정은 남는다. 

 

옥타비아누스의 절친 아그리파에 대한 인상은 아주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 나는 옥타비아누스도 좋지만 2인자인 아그리파가 참 마음에 든다. 정치가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본인의 역량이 필요하겠지만 주변인의 역할도 아주 크게 작용한다는 걸 이전 책에서 알고 있었다. 이걸 새삼 확인하고 보니 우리네 현실 정치 상황이 그저 딱하게 보일 뿐이다.    


3권만이 남아 있다. (y에서 옮김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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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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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맛에 맞는 우리 작가의 소설. 이런 글을 발견할 때 참 반갑다. 내 마음에 드는 작가의 이름을 익혔다가 잊었다가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 작가의 이름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다짐을 해 본다.

삶은 고단하고 형편은 여의치 않고 그럴 듯한 내일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은데 계속 내일을 기다리는 우산씨와 해주씨. 어떤 상황에서도 우산을 접지 않는 우산씨나 오로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갑을 짜야만 하는 해주씨나 내내 지켜 보고 있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소설 속 인물들이야 원래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 더 나아졌으면, 형편이 괜찮아졌으면 대신 빌어 주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소설 속 인물들이 고단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는 되도록 안 보려 하고 보더라도 따지게 된다. 계속 안 봐도 될 이유를 찾아 내기 위해. 인물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구성이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간단하다거나, 배경이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문체가 거슬린다거나, 대화가 너무 많거나 너무 없다거나, 등등으로. 마치 거르기 위한 장치처럼 나만의 잣대로 글을 지우고 작가의 이름을 지우곤 했는데. 이 작가의 이름은 내가 구했다는 뜻이다. 계속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로.   

소설이 있음 직한 현실을 붙잡아, 있었으면 하는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 들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볼 때 이 글은 상상하는 사람을 제대로 도와 준다고 생각한다. 우산씨도 해주씨도 더 외롭지 않고 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해주씨 가족이나 재하 오빠도 더 이상 나쁜 상황에 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이라도 제값에 팔리기를, 현실이 아니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그렇게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현실에서 안 되니까 더더욱 간절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십삼 년 전에 집을 나간 해주씨의 엄마가 돌아온 모습은 몹시 불편했다. 그렇게 돌아온 걸 짐작못한 것은 아니지만 짐작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또 속상하다. 아프거나 불행한 사람은 나아질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럴 방법이 있기는 할까? 소설이지만, 소설이라도 이렇게나 언짢은데, 현실에서 보게 된다면... 나는 어떤 변명으로 고개를 돌리게 될까.  

작가가 그려 내는 인물들에 자꾸 끌린다. 싫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y에서 옮김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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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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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이야기를 처음 읽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새롭고 대단하게 여겨진다. 내가 이렇게 여기는 데에는 작가의 글솜씨도 이유가 되겠지만 내 한심한 기억력도 한몫을 보탠다. 도대체가 내용 쪽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다. 읽을 때마다 재미있노라고 흥분했던 기억은 생생한데, 이러니 내 역사 지식의 양이 한심할 수밖에. 그래도 기억 나지 않는다는 그 이유로 같은 내용을 또 지금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이건 이것대로 괜찮다. 


세 권 중의 1권만 읽고 쓰는 리뷰다. 세트의 제목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인데 1권의 핵심 인물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두 사람이다. 분량의 절반씩 맡고 있다. 안토니우스가 앞부분을 옥타비아누스가 뒷부분을. 예전부터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인데 작가의 서술을 따라 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편이 되어 주면서 응원하게 되는 인물을 만난다. 이번 책에서는 안토니우스가 아니라 옥타비아누스 편이다. 


역사가 스포일러니까 두 사람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고 영광을 차지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지나간 역사 이야기를 읽을 때면 대체로 승자의 편이 된다. 무조건은 아니고 그럴 만한 매력을 가진 영웅이어야 하는데 가끔 영 아닌 인물이 승리를 얻는 것을 볼 때면 짜증스럽기는 하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만큼 멋진 인물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안위나 욕망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권력을 추구하는 목적을 백성의 삶을 헤아리고 나은 쪽으로 이끌기 위한 데에 둔다는 것을 적극 고려하여 펼치는 작가의 시선이 아주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 정말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예전에 읽은 책에서도 두 사람의 싸움 과정을 자세하게 봤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 나는 이 두사람의 싸움이 너무도 흥미진진하다. 분명한 것은 옥타비아누스가 이길 것이라는 점이다. 대략적인 정보를 찾아 볼 수도 있다. 그럴 필요가 없다. 남은 두 권에서 야금야금 읽으며 즐길 예정이니까.  


안토니우스, 정말 싫다. (y에서 옮김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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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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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전쟁이 있었다. 부족 간의 다툼이었을 작은 전쟁, 나라들끼리 편을 먹고 싸우는 큰 전쟁. 옛날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우주 전쟁, 차원 너머의 전쟁까지 상상해 내는 것을 보면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없어지지 않을 현상일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책에서는 1141년 잉글랜드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한 면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인 슈루즈베리, 이 지역의 장관인 프레스코트가 전쟁과 더불어 아주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고 작가는 이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상상의 이야기와 참으로 잘 엮어 놓았다. 실제 역사 자료를 찾아 보느라고 읽다가 얼마나 자주 이야기에서 빠져 나왔던지. 어느 대목이 사실이고 어디부터 허구인지, 알아도 몰라도 그만일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역사 공부를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또 잊어버리겠지만, 공부란 원래 이런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고, 잔뜩 흥미를 느끼면서 그 시절로 빠져들 수 있다면 이것대로 유익한 노릇이 아닐까. 


포로 교환. 한번도 유의해서 살펴본 적이 없는 전쟁의 주요 조건이다. 전쟁 영화도 싫고 전쟁 자료도 일부러 외면하는 처지에 있고, 최인훈의 광장도 오래 전에 겨우 읽고 빨리 잊어버렸고, 하다 못해 거제도 포로수용소마저 지나치고 말 정도였으니, 포로란 그저 딱한 처지에 놓인 가여운 군인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포로를 대상으로 급에 맞는 사람들끼리 교환을 한다? 협상도 하고 양보도 하고 규칙도 지키고(배신하는 일도 더러 생기기는 하겠지만)? 전쟁과 같은 야만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고 지켜준다고? 인간, 참 알 수 없는 존재일세.


웨일스 말을 할 줄 아는 캐드펠 수사가 이번에도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게 된다. 포로 교환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를 쓰면서 해결책을 마련한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을 보면서 전쟁 속에서야말로 외국어를 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려면, 살아 남으려면, 살아가려면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슈루즈베리의 행정 장관은 이제 공석이 되었고 휴 베링어가 임시로 직무를 맡고 있다. 다음 책에서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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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0 9호 - Vol.9 : 삶을 죽음에게 묻다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9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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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의 주제는 죽음이다. 죽음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는 것, 더 이상 죽음을 모른 척하지 말고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고 살자는 것. 그래야 삶이 좀더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차근차근 조목조목 하나씩 챙겨 가며 제시해 놓았다. 읽는 마음이 이렇게 편해서야, 죽음이 당장 앞에 놓인대도 당황스럽지  않을 것만 같았다.(물론, 당연히. 이건 내 엄살이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쓰고는 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죽음이, 나의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고.)

 

몸의 여기저기가 불편해지면서 죽음이라는 현상에 대해 특별한 기분으로 글을 읽은 건 맞다. 감정이입까지는 못되더라도 아주 가까이 와 있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를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았으므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죽음 자체를 두려워 하는 게 아니라 죽는 과정을 두려워한다는 말도 알아들었다. 아플까 봐, 힘들까 봐, 참지 못할까 봐, 살아 있다는 게 고통이 될까 봐,... 그렇지, 아픈 상태로 혹은 아주 나이 든 상태로 숨만 쉬면서 오래 살아 있다는 건 절대로 축복이 아닐 테니.

 

다만 책을 읽었다고 당장 앞에 있는 사람과 죽음에 대해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도 읽었다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혼자 무턱대고 나서는 건 상대에게 뜬금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이 좀 열리는 기분이 들기는 한다. 우리는 늘 죽지 않을 것처럼 지금을 살고 내일을 꿈꾸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있는데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못한 급격한 죽음이 오기도 할 것이라는 것, 그 어떤 이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어떤 이유도 없이 내가 내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본다면, 지금 당장의 이 시간과 공간과 상황이 더없이 소중하고 고맙게 여겨진다. 너무도 쉽게 잊고 있는 것들의 은혜로움까지.

 

내 상황이 묘하여 꽤 긴 시간을 들여 읽은 책이다. 죽음과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들이 거북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자료들이다. 죽음과 관련된 각종 통계나 간단한 형식으로 보여 주는 자료들은 흥미로웠다. 내가 그 통계 자료 속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꾸 잊고 있어서 그게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게 철학의 태도라는데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진다. 그런데 그럴수록 마음이 가벼워지는 게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y에서 옮김20200516)

죽음에 관해 이야기할 때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묻혀 있는 두려움과 욕망을 끄집어낼 수 있고, 가장 강렬한 열정과 공포를 드러낼 수 있다. 이로써 우리 존재의 바탕을 형성하는 관계들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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