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의 이야기를 처음 읽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새롭고 대단하게 여겨진다. 내가 이렇게 여기는 데에는 작가의 글솜씨도 이유가 되겠지만 내 한심한 기억력도 한몫을 보탠다. 도대체가 내용 쪽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다. 읽을 때마다 재미있노라고 흥분했던 기억은 생생한데, 이러니 내 역사 지식의 양이 한심할 수밖에. 그래도 기억 나지 않는다는 그 이유로 같은 내용을 또 지금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이건 이것대로 괜찮다.
세 권 중의 1권만 읽고 쓰는 리뷰다. 세트의 제목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인데 1권의 핵심 인물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두 사람이다. 분량의 절반씩 맡고 있다. 안토니우스가 앞부분을 옥타비아누스가 뒷부분을. 예전부터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인데 작가의 서술을 따라 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편이 되어 주면서 응원하게 되는 인물을 만난다. 이번 책에서는 안토니우스가 아니라 옥타비아누스 편이다.
역사가 스포일러니까 두 사람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고 영광을 차지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지나간 역사 이야기를 읽을 때면 대체로 승자의 편이 된다. 무조건은 아니고 그럴 만한 매력을 가진 영웅이어야 하는데 가끔 영 아닌 인물이 승리를 얻는 것을 볼 때면 짜증스럽기는 하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만큼 멋진 인물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안위나 욕망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권력을 추구하는 목적을 백성의 삶을 헤아리고 나은 쪽으로 이끌기 위한 데에 둔다는 것을 적극 고려하여 펼치는 작가의 시선이 아주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 정말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예전에 읽은 책에서도 두 사람의 싸움 과정을 자세하게 봤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 나는 이 두사람의 싸움이 너무도 흥미진진하다. 분명한 것은 옥타비아누스가 이길 것이라는 점이다. 대략적인 정보를 찾아 볼 수도 있다. 그럴 필요가 없다. 남은 두 권에서 야금야금 읽으며 즐길 예정이니까.
안토니우스, 정말 싫다. (y에서 옮김202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