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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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2번째다. 1권에서는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2권에서는 시간을 훌쩍 넘어 형사가 되어 있다. 여전히 독신인 채로, 옛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었던가 어쨌든가. 


이번에는 배경이 발레단이다. 발레에 대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정리했을 작가의 수고로움이 얼핏 보이는 듯하다.(나로서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취재 열성을 가진 작가를 나는 존경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고. 


'가가' 형사는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유가와 교수의 결정적 역할과는 비교가 된다. 책 3분의 2 이상을 읽을 때까지도 무슨 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 못하게 되어 있다. '가가'도 내놓고 생각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그저 현상만 따라 읽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묘하게도 흥미진진하다. 결말을 빨리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이대로 좀더 미루어 두고 즐기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사람 마음은 참 모를 일이다. 배신감, 이게 은근히 무섭다. 적어도 인간 관계에서 배신감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배신감을 느낄 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쪽에서 완전하게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니 최소한 내 몫의 양심과 절개는 지켜 주어야 할 일. 그리고 사람은 잘 사귀어야 할 일이고. 관계를 끊더라도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혜롭게. 


사람을 죽이고도 안 그런 척할 수 있는 능력, 이것도 본능 중 하나일까. 내가 살아야 한다는 본능. 겉모습과 속은 같을 수가 없다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믿고 살자고 하는데, 여전히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텐데. 


3권으로 넘어 가면 '가가' 형사가 사랑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알 수 있게 될까? (y에서 옮김20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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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타카코 씨 5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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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게 뭔지, 행복하겠노라고 취하는 일들은 또 다 무엇인지. 저마다 다르고 저마다 할 말이 또 다른 행복, 무슨 강박처럼 갖겠다고 갖겠다고 끝없이 갈망하는 그 행복. 이러다가 이 행복 때문에 도리어 덜 행복해지고 말겠는 걸 싶어지기까지 하니. 정말 행복이라는 것에 이 정도의 가치를 두어야 하나 의심이 들 때가 종종 생긴다. 실제로 행복을 느끼는 마음 상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가끔 어떤 이의 행복은 보고만 있어도 같이 행복해진다. 이게 참 좋다. 행복이 좋은 쪽으로 전염되기도 한다는 상황에 해당하는 말일 테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당사자는 행복하다는데 보는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 이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그만두기로 하고.) 자신도 행복하면서 그 행복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는 행복에 대한 탐구. 이건,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일이다. 이 만화를 보고 있을 때와 같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주제로 삼은 이 책은 이제 5권에 이르렀다. 연달아 읽는 것도 아니고, 띄엄띄엄 읽다 보니 매번 새롭다. 타카코의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전해 받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가끔은 정말 타카코처럼 행복해지는 순간을 맞기도 한다. 이전에는 몰랐던, 모르고 넘겼던, 바로 그 평온하고 그윽한 마음 상태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 특별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지극히 사소한 발견과 울림과 설렘과 인정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일렁임으로.


잊지 말자, 제발. 내가 지금 많이 행복한 상태라는 것을. (y에서 옮김20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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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브루투스의 심장(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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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들 이렇게도 메말랐을까. 사랑한다면서, 아낀다면서도 지키지 못하고 기꺼이 버리는 약속과 양심.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악과 이기심을 불러내는 게 의외로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짝만 건드려 주어도 금방 발휘하고 말 악의 능력, 그에 비해 선과 이타심을 실현하는 일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소설 속에서의 일이기는 하지만 범죄의 근본적인 계기는 사소하다, 아니 사소해 보인다. 범죄자 본인에게는 더없이 중요하고 가치로운 동기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르겠으나 전해 듣는 입장에서는 사소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건다. 인생을 걸고 전부를 건다. 무엇이 그토록 집착하게 하고 억울함을 느끼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한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을 듯하기만 한데. 


그저 재미있다. e북으로 읽기에 적당했다고 또 남겨 둔다.  (y에서 옮김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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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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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앞선 글들에 나온 인물들이 나이가 든 채로 등장한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한 사람씩 세상을 떠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가는 길로.


아흔에 이른 올리버, 예순이 넘은 루시와 밥. 배우자와 자녀와 이웃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체로 아프고 대체로 고단하고 가끔 반짝였다가 자주 안심하고 더 자주 절망하는 생의 낱낱의 이야기들. 읽는 내 삶의 어떤 면과 겹치든 겹치지 않든 저절로 다가서게 된다. 당신은 이렇게 살아왔는가, 나는 이렇게 살아왔는데, 우리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과 이별하게 될까, 궁금한 듯 물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아프기 시작한다. 나도 아픈 곳이 늘어난다. 늙어 죽는 것이 복이라는 말을 최근에 인식하게 되었는데 늙어가면서 아픈 곳이 자꾸 생기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건강한 편이라 괜히 마음이 놓였다. 물론 몸보다 더 아파하는 마음 때문에 생을 그치는 인물도 등장하고 가족 중 누군가는 질병으로 생을 끝내기도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다 넓게 보면 평범한 세상의 평범한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프거나 안 아프거나 살거나 죽거나 중의 하나일 테니.


재미있게 읽고 유익한 감동을 얻었다. 어떻게 늙어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나은 것일지, 어떻게 나를 조절할 수 있겠는지 알게 된 기분이다. 이 글 쓰고 나면 바로 다 잊어버리고 말더라도. 올리버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루시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이든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쉽지는 않겠지만.


밥과 루시의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애틋하면서도 의아하다. 이런 감정에는 나이 제한이 없는 것일까? 예순이 넘어도 이렇게 생생할 수 있다고? 내가 메마른 사람이라 이런 것일까? 사랑과 우정의 감정 밀도가 어느 선 위로 오르면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지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좀 오그라드는 마음이 된다. 삶이 딱히 축복도 아니고 운명도 아니고 그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 위로도 안 되는데 편해지는 느낌이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라고, 투덜거리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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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3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8-23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 타카코 씨 4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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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채고 그 일을 다행스럽게 여기거나 고마움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요즘 절감한다. 행복한 느낌이라는 게 거창하거나 거대한 사건에서 오는 게 아님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무런 사고 없이 반복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고마워해야 할 일임을 이런 상황을 통해 깨닫는다는 게 좀 딱하기는 하지만.

 

만화는 여전하다. 주인공 타카코 씨는 변함없이 성실한 태도로 일상을 보낸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동료랑 짧은 인사를 나누고 주위에서 들려 오는 모든 소리에 감탄하면서 고맙다고 다행이라고 행복한 마음이라고 확인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져서 내가 다 행복하다. 나의 이런 일상 또한 당연히 고마워해야 할 상황임을, 한걸음 떨어진 세상에서 인정한다.

 

별로 달라질 것이 없는 우리네 인생살이, 그날이 그날 같고 또 그 다음날이 오늘 같겠지만 지금 평화와 안정을 누리고 있다면 충분히 즐기고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세계를 마비시키고 있는 전염병 앞에서는 잘난 인간이라도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인다. 그저 잠잠해지기만을 바랄 뿐. 만화책 모아 보는 재미마저 없었더라면 어떠했을지, 봄이 아직도 멀리 있는가 여전히 춥다. (y에서 옮김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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