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조금씩 오길래 오늘은 홍이 축구교실 안 가도 되겠구나 생각하고 천천히 챙겨 엄마병원에 가서 뒹굴뒹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녀석이 1시가 넘어가지 계속 축구교실 가겠다고 떼를 쓴다. '비가 와서 안 할 거라고' 계속 말해도 소용이 없다. 그럼, 축구교실 하는지 안하는지만 보고 오자고 갔는데, 엥~ 벌써 몇몇 친구들이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2시간동안 빗속에 서서 구경하게 되버렸다. 다행이 시누이가 돗자리랑 우산들을 챙겨와 줘서 다른 엄마들이랑 돗자리에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구경했고, 지수도 엄마따라 온 또래 친구들이랑 잘 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옆지기는 아줌마들 뿐이라 쑥스러운지 멀찍이 떨어져 혼자 비 맞으면서 홍이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축구교실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홍이가 너무 배고프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을 살짝 건너뛰어 버렸다. 그래서, 비 맞고 축구했으니 집에서 샤워하는 것 보다는 목욕탕에서 뜨뜨한 물에 좀 앉아 있는 것이 나을 듯해 옆지기랑 홍이는 목욕탕으로 보내고 나랑 지수는 목욕탕에서 가까운 김밥집으로 갔다. 비가 계속 부슬부슬 내리는 상태라 타일바닥에 지수가 넘어질까봐 여닫이문을 꼭 잡고 지수가 안전하게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뭔가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 문에 손이 '탕' 하고 찡겨버렸다. 나도 모르게 '앗' 소리가 났다. 김밥집 아주머니가 "손 다쳤구나. 조심하지 않구" 하신다. 순간 눈물이 핑~ 돌고 손이 화끈거려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연신 다친 손가락을 빨고 호호 계속 불어대도 계속 아팠다. 그래도 어찌어찌 김밥을 사고, 목욕탕 1층에서 기다리고 홍이랑 옆지기가 오니 집에서 김밥으로 대충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집에와서 손가락을 보니 가운데 손가락이 퉁퉁 부었고, 손톱이 반이상 검붉게 멍들어 있다. 그리고 계속 쿡쿡 쑤셔댄다.
그나저나 다친 손가락이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이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제일 먼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힘들다. 양손으로 자판을 쳐야되는데 무의식적으로 가운데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앗' 소리가 난다. 그래서 독수리 타법으로 치자니 답답하다. 지금도 오른쪽은 둘째 손가락만 사용중이다. 에구구.
둘째는 화장실에서 뒷처리할때, 손가락에 힘을 잘 줄 수가 없어, 왼손으로 대체하긴 하나 찝찝하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다가도 실수로 가운데 손가락을 건들이게 되면 '윽' 소리가 난다. 정말, 계속 신경이 쓰이고 아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