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저녁무렵 서귀포에 있는 한 회사에서 화요일까지 갖다 달라고 생각보다 많은 양의 주문이 들어왔다. 전에 헛일삼아 홍수네 생선 샘플을 갖다 줬었는데 먹어보고 맛있었다고 하면서 연락이 온 것이다. 일단 큰 주문이니 포장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아 어쩔수 없이 홍/수를 친정엄마집에 맡겨 놓고 작업장으로 갔다.
중간중간에 홍이가 전화가 와서 '할머니랑 놀고 졸리면 자고 있으라'고 말해주고 부지런히 작업을 했건만 10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작업이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애들 잠든 것 같으니 걱정말고 밥 먹고 천천히 오라신다. 다 늦은 시간에 어디서 밥 먹을까 하다가 그냥 근처 호프집에서 안주를 저녁삼아 먹기로 하고 골뱅이무침을 기다리면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진우야, 니 큰아들때문에 안 되켜. 자는 줄 알았더니 속으로 훌쩍훌쩍 울업쪄" 하신다. 에궁~. "알아수다. 집 근처니까 금방 갈께요" 하고 전화를 끊고 엄마집으로 갔다. 가보니 지수는 완전히 편안히 잠들어 있었고, 홍이도 잠들어 있어 어쩔가 하다가 이 녀석들이 자다가도 중간에 한번씩 엄마를 찾는 걸 알기에 흔들어 깨워 수를 등에 업고, 홍이는 옆지기가 업으려는 찰나 홍이가 깨어서는 안 업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그럼, 엄마 등에 업힐래? 수는 아빠한테 업으라고 하고" 하고 물었더니 그냥 걸어가겠단다.
엄마한테 인사하고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갑자기 홍이가 엉엉 서럽게 운다. "왜? 왜?" 물어도 말없이 계속 서럽게 울기만 한다. 수를 업고 있는지라 안아주지도 못하고 그냥 "엄마가 업어줘?" 하고 물어도 계속 울기만 한다. 어찌나 속상한지 "왜 그래? 엄마, 아빠 바빠서 그런건데 그런걸로 자꾸 이렇게 울래? 너 아기야? 다 컸잖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 버렸다. 그러자 홍이가 흠칫하더니 서서히 울음을 멈췄다. 조금 있다가 옆지기가 "아빠가 업어줄까? 했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둘을 업고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우리가족 행복하게 살자고 장사를 시작한건데 생각보다 자질구레하게 신경쓸 일도 많고, 그러다 보니 요즘들어 홍/수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다. 오히려 홍/수한테 화내고 짜증내고 하는 일이 너무 많아진 듯 하다. 옆지기 한테도... '괜히 장사한다고 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또 다른일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자신이 없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일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얼마간은 매달려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한번씩 이렇게 아이들이 눈물을 보이거나 하면 "정말 이렇게 사는게 옳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휴~. 어제까지 바쁘다가 오늘은 또 잠깐 소강상태를 보인다. 그러니 또 불안감이 몰려온다. 에궁,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주문이 많아도 걱정, 오늘처럼 안와도 걱정, 걱정만 많아지는 듯 하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몽롱~" 한 상태가 여전하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