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저께 까지는 매일 홍이 학교가 끝날때를 맞춰 학교 뒷문에서 기다려 데려오곤 했었다. 그런데 자꾸 시간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게 생각외로 힘들어서 어제부터는 홍이가 혼자 작업장까지 걸어오기로 약속을 하고 보냈다.

그런데 이녀석 1시가 넘었는데도 도착하지 않는다. 어제는 방과후 컴퓨터교실이 없는 날인지라 늦어도 1시이전에 도착을 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갑자기 맘이 조급해져 밖에 나간 옆지기에게 전화해 옆지기가 학교 주변을 한바퀴 돌고, 난 작업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에궁,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데리러 갈껄" 하는 생각도 들고, 초조했다.

잠시후, 옆지기 전화가 왔다. "찾았어?" 했더니 " 그게,뒷문에 갔더니 홍이가 친구랑 뒷문에 있는 코사마트에 가고 있드라.","그래서?", "어. 홍이한테 집에 안 갈거냐고 물었더니 친구집에서 놀다 간대. 가방은? 하고 물었더니 친구집에 있다고 하네. 어떡하냐" 한다. 어휴~. 화가 나기도 하고, 머리가 멍하기도 하고, 이녀석을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지 답이 안 나왔다. "알았어. 오빠 볼일봐. 내가 그 친구집 앞쪽에서 기다릴께" 하고 부랴부랴 옆지기가 일러준 홍이 친구집으로 가고 있는데 홍이가 벌써 큰 길로 나와 집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홍이 이름을 크게 불렀더니 이녀석 신나게 손을 흔들며 뛰어온다.

"야, 홍. 너 오늘부터 작업장까지 걸어오기로 했네. 근데 여기는 집으로 가는 길이잖아. 너 작업장까지 걸어오기로 한 거 잊언? 너 혹시 작업장 오는 길 몰라?" 했더니 "응" 한다. "아침에는 혼자 올 수 있다며" 했더니 "어. 그래서 앞문으로 가신디 몰라서 다시 뒷문으로 완. 그런데 준석이가 자기네 집에서 놀자고 해서 그냥 그렇게 핸" 한다. 어휴, 한숨이 절로 났고, 왜 학교가 끝나면 일단 집부터 들러야 하는 개념이 안 서는 건지 답답하기도 했다. 이제 1학년 1학기도 다 끝나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단 홍이의 손을 잡고 다시 학교 앞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학교앞문부터 작업장까지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홍이한테 눈에 띄는 간판이랑 건물들을 잘 봐두라고 했다. 드디어 작업장에 도착. "어때? 내일은 혼자 올 수 있겠어?"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럼 내일은 혼자서 와봐. 알았지?" 하고는 고생했다는 의미로 홍이한테 음료수도 사주고, 작업장에 있는 컴에서 열심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녀석 금세 게임속으로 빠져든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바래다 주면서 다시한번 확답을 받긴 했는데 이 녀석 오늘은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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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7-06-2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어주세요,,오늘은 집으로 곧장올거라고 믿어요,

홍수맘 2007-06-22 11:28   좋아요 0 | URL
울보님> 말은 믿어요, 하면서 왜 이리 불안한 건지요. ^^;;;

2007-06-22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6-22 13:28   좋아요 0 | URL
속삭님> 정말 1학년 개구쟁이들은 다들 비슷한가봐요. ^^.

hnine 2007-06-2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 있다가 알려주세요~ ^ ^

홍수맘 2007-06-22 13:29   좋아요 0 | URL
네. 꼭 알려드릴께요.

소나무집 2007-06-2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기 초에 이런 일 많았어요.
학교 앞에서 기다린 날은 저 혼자 집에 와버리고,
집으로 오라고 한 날은 마냥 학교 주변에서 서성대고
그나마 갈 친구집이 없었으니 나중에라도 만났죠 뭐!
제 경험으론 계속 교육시키면 돼요.

홍수맘 2007-06-22 13:29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계속적으로, 꾸준히 말해주는 길 밖엔 없겠죠? ㅜ.ㅜ

홍수맘 2007-06-2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이 작업장에 잘 도착했어요. 오자마자 컴퓨터 차지할려고 해서 지금 저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지요. 제가 양보해야겠죠? ^^;;;

똘이맘, 또또맘 2007-06-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무사히(?) 도착했군요. 컴퓨1시간만 양보하셔요 ^^

홍수맘 2007-06-25 10:10   좋아요 0 | URL
네.

전호인 2007-06-2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원래 접중력이 떨어지쟎아요. 금방 간길을 거슬러 가지 못하고 길을 잃는 원인이 다 그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옆지기가 "오빠" 였어요?
그라믄 아이들과의 관계가 어찌되어야 하나? ㅎㅎ, 맘도 이것부터 정립하셔야될 줄 아뢰오. ㅋㅋ, 걍 "여보" 해보세요, 오빠보단 헐 듣기 좋구만.

네꼬 2007-06-2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서 앞문으로 가신디 몰라서 다시 뒷문으로 완. 그런데 준석이가 자기네 집에서 놀자고 해서 그냥 그렇게 핸"
반가워요. 저희 아버지가 제주도 분이시거든요. 친척 중에서 아직 거기 계시는 우리 고모가 꼭 저렇게 말씀하신다는. : )

아영엄마 2007-06-2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무사히 도착했다니 다행이어요. 저도 1학년 때 아이 혼자 집에 돌아오라고 하기는 했는데 올 때까지 걱정이 되더라구요. 한 번은 말도 없이 놀이터에서 놀고 오느라 늦게 와서 혼난 적도 있네요.

비로그인 2007-06-2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왠지, 홍수님의 이야기들을 들으면, 만화 [아기와 나]가 생각이 나죠.
일상적인 모습들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로 독자들에게 웃음과 울음과 감동 등을
주었던 -
왠지, 홍수님의 가족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