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가까운 감귤박물관 놀이터에서 잘 놀고, 목욕재계까지한 홍이가 갑자기 빨래를 개고 있는 저한테 할말이 있답니다. 그래서 "엄마 빨래 개면서 들을테니까 말해" 했더니, "엄마, 회사다녀. 다 혼자 목에 집열쇠 매고 다닐께, 지수는 유치원 차량하면 내가 집지키고 있다가 받을께" 합니다. 엥? 이건또 뭔소리래. 나야, 지금도 '차라리 생선장사 그만두고, 어디 취직을 해? 말어?' 를 고민하는 중인만큼 일단 "생각해 볼께" 라고 답을 하고, 마침 밖에 나갔다온 옆지기한테 "지홍이가 엄마보고 회사 다니래" 라고 얘기했더니 울 옆지기 아주 화가나서는 홍이 앞에 마주 앉아 1시간동안의 진지한 홍이 입장에서는 고역같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답니다.
여기서 1시간동안의 대화의 내용을 다 풀어낼 수는 없지만 일단 옆지기는: 1) 엄마회사 다니는건 아빠는 절대 싫다. 아빠일을 엄마가 안 도와주면 너무 힘들다. 2)그리고 회사는 다녀야지 생각만 하면 다닐 수 있는 곳인줄 아냐? 저번에 우리식구 제주시 살때 아빠가 여기저기 취직할려고 그렇게 돌아다녀도 못해서 여기 서귀포로 온 것 아니냐. 엄마도 회사다니고 싶다고 바로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3) 왜 갑자기 엄마가 회사를 갔으면 좋겠냐? 이유를 대라. 뭐, 대~충 이런식의 얘기였고,
홍이는 아빠가 생각보다 강하게 나오니 놀랐는지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 1) 엄마가 회사다니고, 나혼자 집열쇠 목에 걸고 다닐거다. 2) 왜 엄마만 컴퓨터질을 많이 하고 우리는 컴퓨터질을 많이 못하게 하느냐. 3) 왜 맨날 책 읽으라고 하느냐 4) 아빠는 책 안 읽는 홍이랑는 살고 싶지 않냐? 5) 아빠는 나한테 맨날 화만내는 걸 보니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진지한 대화를 하는 동안 나랑 수는 뭐했냐고? 시어머님 환갑때 먹다 남은 고구마 케익과 참외를 깎아먹으면서 열심히(?) 경청을 했다지요.
그런데, 고민이 많이 되기는 한다. 사실, 어제 옆지기가 우리집 컴퓨터를 치워버렸다. 이유는, 우리가 작업장에 가서 일하는 동안 홍이가 내내 컴퓨터 오락만 하고, 우리 부부도 집에 돌아와서는 계속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보니 다른 일이 안 이루어지는 것 같아 당분간만이라도 눈 앞에서 컴퓨터를 치워버려야겠다는 이유에서다. 학교에서 돌아온 홍이, 아주 황당해서는 그 다음부터 계속 저기압 상태였다. 그리고는 급기야 그런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회사를 다닐땐 내 몸이 피곤하니 "숙제 먼저 하고 놀아라, 책 좀 읽어라, 공차기 그만해라, TV 그만봐라, 컴퓨터 그만해라"등의 잔소리를 별로 안 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홍/수랑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잔소리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것도 홍이의 스트레스 원인중에 하나일 거다.
에구구, 정말 이래저래 또 머리가 아파온다.
꼬리) 오늘은 "단오"인지라 홍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아빠산소를 다녀와야 한다. 집에서 놀아도 은근히 바쁘다 바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