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요정 뿡뿌 1 - 복수의 독방귀 방귀 요정 뿡뿌 1
최도영 지음, 윤담요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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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나는 지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아까부터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방귀라면 뀌면 시원할 것 같은데 영 나오질 않아 고민이다. 그러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독한 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게 된다. 그때였다. '우리 하나, 뱃속에 독가스가 가득하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안녕? 난 뿡뿌루 뿌붕 뿡뿡! 뿌루뿌루 뿌붕 뿡뿡! 이야. 네 뱃속에 살고 있는 방귀 요정이지." 


너무 길고 웃긴 이름이라 대번에 따라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방귀 요정이 그렇게 등장한다. '그냥 뿡뿌라고 불러.'





아무리 봐도 강아지나 토끼처럼 생겼는데, 요정이라니... 궁금해하는 하나에게 뿡뿌는 방굿봉을 신나게 돌리면서 주문을 외운다. 


“뿡뿌루 뿌붕 뿡뿡! 뿌루뿌루 뿌붕 뿡뿡!”


사실 방귀 요정은 방귀를 통해 어린이의 마음속에 쌓인 감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감정 상태에 따라 방귀가 노랑 연기로도, 주황 연기로도 보여지며 고민의 원인이 된 대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나에게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나의 고민을 방귀 요정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긴장되는 일이 있을 때 화장실에 가고 싶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배가 아팠던 경험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어른들도 이렇게 감정 상태가 몸으로 나타나는데, 아이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해소하지 못한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면 몸과 마음에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방귀 수련과 방귀 요가라는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보여지고 있지만, 그 속에 친구에게 받은 상처, 엄마에게 서운했던 마음 등이 쌓여 있었다. 방귀 요정은 그 과정을 통해 감정은 참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 거라는 것을 알려준다. 




공포의 독방귀 수련부터 방귀 복수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엽게 그려져 있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초등 입학 전후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속마음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냈기에 특히 저학년 아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것 같다. 독서의 즐거움과 정서 교육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탄생한 감정 동화이기에,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아이들의 고민을 담아낼 지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장 재미있어 하는 소리가 방귀 소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작품 속에서 그야말로 원없이 방귀 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몰입이 되고, 이야기에 동화가 되어야 공감하고 깨닫게 될테니 말이다. '세계 최초 냄새 나는 감정 동화'라는 설명이 아주 사랑스러운 이 작품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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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마쓰바라 하지메 지음, 정한뉘 옮김 / 나무의마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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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까마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물론 자유다. 하지만 당당하게 "저런 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마저 있다. 물론 까마귀가 인간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생태계에서 맡은 역할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까마귀는 야생 동물이고, 당연히 생태계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태학적 지위란 생태계를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 있다.             p.25


언젠가 삿포로에 여행을 갔을 때 공원에 까마귀를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Please beware of the crows inside the park. 실제로 까마귀가 시내에서 자주 보였고, 음식을 들고 있으면 따라오거나 물건을 가져간다는 말도 있었다. 까마귀를 가까이서 보게 되면 정말 새카맣고, 몸집도 꽤 큰 편이라 오싹하다. 왜 수많은 문학작품들에서 까마귀를 불길함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렸는지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곳곳에서 비둘기를 자주 볼 수 있다면, 일본에는 까마귀가 많은 편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일본의 '까마귀 덕후'인 조류학자가 까마귀가 미움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까마귀는 그 모습때문인지 불길한 이미지로 익숙하고, 사람들에게 기피 동물 취급을 받는 편이다. 이 책은 '만약 까마귀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생태계에서, 생명의 역사에서, 인간 사회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여전히 그대로일까? 아니면 뭔가 크게 변화가 있을까. 까마귀가 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은 수년에 걸쳐 완성한 탐조와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웬만한 공상 과학 영화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생태계 속에서 까마귀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까마귀의 식성과 행동이 수많은 신화와 속설 속에서 인간이 까마귀를 인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짚어 본다. 까마귀가 지붕에 앉으면 불길하다는 믿음은 까마귀가 죽은 고기를 먹이로 삼는 습성과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인상은 고대에서 신화로, 오늘날에는 까마귀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로 단단히 뿌리내리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저 '까마귀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했을 뿐이다. '까마귀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 다른 새가 까마귀와 비슷하게 진화한 세상'이라면 어떨까. 그 새도 까마귀처럼 인지 능력이 발달했을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동일한 생태적 지위에 적응하고 동일한 진화 과정을 거쳐 동일한 능력을 지닌 생물은 탄생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전혀 다른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면서 외형과 생활사가 비슷해지는 현상인 수렴 진화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p.211


문학 작품에도 종종 까마귀가 등장한다. 특히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 유명한데, 그의 시에서 까마귀는 불길한 현실을 냉철하게 알리는 사자로 등장한다. 당시 포는 앵무새를 등장시켜도 상관없었지만, 까마귀는 불길한 새라서 어울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의 우리들은 그의 작품 덕분에 까마귀가 불길하게 느껴지는데, 애초에 그런 이유로 등장시킨거라니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사실 까마귀는 잘생겼다, 못생겼다를 떠나서 두렵고 위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 <포켓몬스터>, <귀멸의 칼날>, <고양이의 보은> 등의 작품에서도 까마귀가 중요한 역할을 등장하고 있으니 새삼 까마귀의 존재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백미는 4장에 수록된 '까마귀의 대역 오디션'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이 책의 시작이 '만약 까마귀가 없어진다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럴 경우 까마귀의 대역이 필요해진 것이다.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4장에서는 다양한 조류들이 등장한다. 청소동물이라는 까마귀의 특징을 대신할 콘도르, 독수리, 솔개, 카라카라, 도시에서 사는 동물 중에서 대역으로 찌르레기, 바다직박구리, 머리가 좋은 새 중에서 대역이 나온다면 앵무새... 이런 식으로 까마귀의 특성을 대신할 다른 조류들의 이야기가 쭉 이어져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 문학, 엔터테인먼트, 이름, 학문 등 꽤 많은 영역에서 까마귀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까마귀의 대역 오디션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펼쳐지는 다양한 새들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어떤 생물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반드시 그 주변에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미움받는 조류 한 종'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자연을 향한 시각을 좀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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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이는 사람 - 달달북다 앤솔러지
김화진 외 지음 / 북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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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복적인 삶은 괴롭지만, 변화 또한 괴롭다. 그럼에도 그런 괴로움은 한번 겪어볼 만한 것 같다...... 환경을 뒤집을 수 없다면 내면을 뒤집어보면 된다. 사랑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요즘 사랑 생각을 많이 한다. 티튀루스 때문이겠지. 철없어 보이겠지만 그래도, 사랑에 대해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지반을 뒤흔드는 듯한 굉장한 변화로서의 사랑은 3개월이면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다른 사랑이 온다. 광기가 잦아든 뒤의 사랑, 또다시 일상이 되는 사랑이.              - 김화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중에서, p.39


서울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 모림은 일에도, 사랑에도 좀처럼 열정을 가질 수가 없다. 회사에서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다 보면 다들 무언가에 열중해 있고 집중할 일이 있는데, 자신만 그곳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해 여름 모림의 습관은 아침 8시, 출근길에 떡집에 들르는 거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떡집이었고, 주로 인절미, 무지개떡, 절편을 돌아가며 샀다. 저녁에 공원 걷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역류성 식도염 증상때문이었는데, 그로 인해 생활 습관을 고쳐보기로 한 것이다. 그곳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귀여운 혀, 다부진 다리, 그림 같은 꼬리, 너그럽게 접힌 귀까지 개와 함께 산다면 저런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런 개였던 것이다. 개가 너무 귀여워서 남자에게 말을 걸었고, 이름이 약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남자가 거의 매일 가던 떡집 사람이었던 거다. 그는 스물여덟이었고, 모림은 서른한 살이었다. 두 사람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감이 없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상태로 떡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원에서 만난다.  만남이 이어질수록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는데,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을 듯 말 듯 넘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김화진 작가님의 작품은 평소에도 즐겨 읽었던 터라 기대하며 읽었다. '이 시대에 사는 곤란과 알 수 없는 사랑의 막막함에 대해, 그런 걸로 켜켜이 쌓인 현재라는 시간에 단단히 눌려 있는 시루떡 속 팥 같은 나'라는 문장처럼 공감되는 대목들이 많아 이번에도 아주 좋았다. 




이 빌어먹을 놈의 연애. 나는 쿠션을 끌어안고 뒤척거리며 곱씹었다. 안 하면 그게 제일 마음 편하련만 또 그건 너무 외로울 것 같으니까. 이다음에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되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거기엔 어떤 기대도, 설렘도 없었다. 어릴 땐 그런 과정도 재미있고 투닥투닥 지지고 볶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웠던 것 같은데, 이젠 나이가 들어 그런가 마냥 피곤하기만 했다. 그냥 어디 가서 돈 주고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서로 맞춰가는 귀찮은 과정 없이 서로 알 거 다 아는 편안한 연인 같은 걸.                - 이유리, '하트 세이버' 중에서, p.362


작은 판형에 컴팩트한 디자인으로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었던 '달달북다' 시리즈는 가격도 착해서 몇 권 구매해서 읽었던 적이 있다. 이 시리즈는 2024년 여름부터 1년 동안 12편의 로맨스 단편소설이 나왔었다. 이 책은 그렇게 매달 한 편씩 소개되었던 로맨스 단편소설 시리즈를 한데 묶은 소설집이다. 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이라는 키워드로 각각 세 편씩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 주었다. 김화진, 한정현, 이희주, 예소연, 백온유,이유리, 이미상 등 지금 가장 핫한 12인의 젊은 작가들이 쓴 작품이라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 나온 <신경 쓰이는 사람>은 그렇게 따로 구매해서 읽어야 했던 책 12권이 함께 수록된 거라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었다. 달달북다 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있다면, 꼭 이 책으로 소장하길 권해주고 싶다.


김화진 작가님의 작품을 비롯해서 사내연애 이야기를 다룬 장진영 작가님의 작품도 재미있었고, 유령을 보게 된 소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나는 이야기인 이희주 작가님의 사랑도 흥미로웠다. 열일곱 소년 소녀의 사랑을 그린 백온유 작가님의 작품도 좋았고, 삶 대신 잠을 선택해온 스무 살 '잠보'의 첫사랑을 보여준 이미상 작가님의 캐릭터도 기억에 남는다. 각각의 작품에는 이야기 시작 전에 '사랑'에 대한 제각각의 정의가 쓰여 있다. 김화진 작가님은 '경솔하게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 중 가장 경솔하게 선택(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고, 한정현 작가님은 '자꾸만 멈춰 건너온 곳을 돌아보게 되지만 그 시작점을 잊지도 못하는 이미 지나온 횡단보도'라고 썼다. 이선진 작가님은 '뭉근한 온기로 서로의 마음과 마음 사이가 몽글몽글해지는 것'이라 했고, 예소연 작가님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자꾸 하게 만듦'이라고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소연 작가님의 정의에 아주 공감했다. 그러게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애써 자꾸 하게 되는 거냔 말이다. 하핫. 사랑의 모양과 의미는 개인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빛깔이 되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일 것이다.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열두 명의 작가들이 풀어내는 사랑 이야기 또한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자, 지금 곁에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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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의사 덱스터 1 - 10세 의사의 탄생 괴짜 의사 덱스터 1
애덤 케이 지음, 헨리 패커 그림, 홍한결 옮김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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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가 깔깔 웃었다. 덱스터도 따라 웃었다. 둘은 웃고 또 웃고, 한참을 웃었다. 엄마가 무슨 위급한 상황이라도 벌어진 줄 알고 와서 들여다봤을 정도였다. 덱스터는 운동장에서 웃고 난리 치던 아이들 모습을 떠올렸다. 이거구나. 평범하게 사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덱스터의 인생은 꽤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그 말은 작가가 반전을 집어넣기 딱 좋은 시점이라는 뜻이 되겠다.           p.55~56


닥터 K 시리즈의 애덤 케이와 헨리 파커 콤비가 돌아왔다. 닥터 K 시리즈는 <닥터 K의 이상한 해부학 실험실>,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 <닥터 K 역대급 발명왕>, <닥터 K의 찐천재 실험실> 등 국내에 많은 작품들이 출간되어 있다. 의사 출신인데 코미디언이 직업인 애덤 케이가 글을 쓰고, 코미디언인데 그림까지 잘 그리는 헬리 패커가 일러스트를 그렸다. 이번에 나온 신작은 새로운 시리즈로 '의학 미스터리 동화'이다. 무려 10세에 의시가 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덱스터 프록터는 태어난 지 약 4초 후부터 또박또박 말을 하는 아기였다. 갓 태어난 아기가 유창하게 말하면서 자기 탯줄까지 직접 잘랐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병원 전체에 퍼진 건 당연했다. 생우 3개월쯤에는 구구단이 아니라 279단까지 외워 버렸고, 생후 6개월이 됐을 때는 동네 도서관의 어린이 책을 죄다 읽어 치운다. 생우 9개월 무렵에는 위키백과 영어판의 모든 페이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치웠고, 11개월쯤 됐을 때는 위기백과 한국어판과 폴란드어판도 전부 읽었으며, 정확히 한 살이 됐을 때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멘사에 가입했다. 이 정도로 역대급 천재였으니 10세에 의사가 되었다는 사실도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덱스터는 아직 키가 작은 어린이에 불과했으니, 병원 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 어른 환자들은 아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무시했고, 동료 의사인 드레이크 선생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쫓아낼 궁리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린애가 의사를 하면 안 되는 거야!"

드레이크 선생이 덱스터를 향해 이를 갈듯 중얼거렸다. 드레이크 선생은 그날 하루 종일 병동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뭔가를 궁시렁거렸다.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빼빼 마른 대벌레 같은 사람이 화가 잔뜩 나서 음산하고 섬뜩한 목소리롤 이렇게 계속 중얼거리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내 손으로 널 쫓아내고 말겠어. 무슨 수를 써서 라도......!"            p.176


지나치게 똑똑한 천재지만, 사회성은 제로인 덱스터는 과연 병원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아무리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또래와 어른들 모두에게 덱스터는 괴짜이자 오지랖 넓은 어린애일 뿐이다. 사회성이란 시간을 들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점차 발달하는 것이므로, 덱스터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낼 수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덱스터는 친구 루피와 오토, 그리고 가족들의 도움으로 학교 생활도 잘 극복했고, 병원 생활도 조금씩 익숙해져간다. 


하지만 어린이 환자들이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장난감들을 잔뜩 가져왔다가 병동이 난장판이 되어 버리고, 아수라장 속에 3명이 부상까지 입으면서 애송이 의사가 대형 사고를 쳤다는 신문 기사까지 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미워하는 드레이크 선생에게 복수하려고 삶은 콩을 잔뜩 오픈카 안에 쏟아부었다가 들키게 되는데, 과연 덱스터는 병원에서 계속 의사로 일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저자가 의사였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의사로서의 전문적인 지식들이 유감없이 담겨 있는 작품이었다. 덕분에 다섯 살에 의대에 입학해, 열 살에 의사가 되었다는 역대급 천재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해준다. 기발한 설정에 의학 지식, 그리고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까지 더해지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특히나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고, 의학 미스터리라는 장르적인 재미까지 더해주어 색다른 독서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페이지 곳곳에 깨알같이 밑줄을 긋고 덱스터가 글을 달아두었는데, 한참 유행이었던 교환독서를 주인공인 덱스터와 하는 듯한 기분도 들게 만들어 준다. 덱스터의 입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대사나 설명에 하나하나 지적질 하는 식으로 글이 달려 있어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BBC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다고 하니 찾아보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천재라고 해서 온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덱스터 역시 실수하고, 실패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슬프고, 외로운 감정들을 겪어 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성장 소설로도 뭉클한 부분이 있고, 의학 미스터리로도 흥미진진하고, 동화로도 웃음 폭탄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바로 2권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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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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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묻혀버린 꿈이 죽은 자의 뒤를 따라오는 저주처럼 되살아나는 수도 있나 보다. 모니크는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고 열렬히 붙잡고 싶으면, 그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의 꿈마저 삼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삼켜버린 그 꿈은 반대로 그녀를 삼킬 수도 있었다.             - 타나나리브 듀, '댄스' 중에서, p.63


뉴욕 미술 대학에 다니는 중인 라라는 졸업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도 조소 작업실에는 커다란 점토 덩어리가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최근 몇 달 사이 라라의 작품은 어둡고 기되해졌다. 이유는 시도때도 없이 속삭이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네 재능은 네 안에 있어. 네 안 깊은 곳에.' 그녀는 속삭이는 목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하고 일하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녀를 부르고 유혹하는 목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통증도 1년이나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경련이 나는 것 같은 통증이 몇 분 정도 이어지다 사라지곤 했다. 급기야 배가 조금씩 부풀기 시작해, 라라는 산부인과에 진료를 받으러 간다.




의사는 내출혈이 상당량 발견되었다고 말하며, 출혈의 원인이 난소 바깥쪽에 있는 덩어리라고 했다. 그 덩어리의 정체는 놀랍게도, 쌍둥이의 잔재라고 했다. 그녀가 아기였을 때 일부만 몸에 흡수되었을 거라고, 그것이 자라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두명 작기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히거나,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쌍둥이 자매가 몸 안에서 살고 있다니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의사는 태아 내 태아라고 부르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100만분의 1정도라고 말한다. 라라는 자신이 지금까지 들었던 목소리가 바로 그 쌍둥이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쌍둥이 자매에게 말레나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이 세상에 태어난 적도 없는 존재인 말레나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라라는 어느새 그 목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된다. 자, 오싹한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지 말고, 기억하지도 마라. 활자가 인쇄된 종이들...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지 마라. 당신이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는 잘못된 것이다. 여자아이는 책이 필요 없다. 좋은 집안에서 자란, 아름다운 금발의 여자아이는 더욱 그렇다... 생각하지 마라. 생각은 여성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하지 마라. 생각은 여성에게 해롭다.             - 조이스 캐럴  오츠, '평온의 의자' 중에서, p.289


한 젊은 여성은 자기 몸에서 자라난 이상한 돌기로 자신만의 작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 낸다. 한 여성 조각가는 자기 몸속에서 자라난 ‘쌍둥이'와 맞서 싸우고, 교묘한 방식으로 인종을 차별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창작 예술가이자 흑인인 한 여성의 투쟁도 처절하게 펼쳐진다. 


독보적인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야기들 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은 건 타나나리브 듀의 〈댄스〉라는 작품이었다. 생의 절반을 병약한 할머니를 돌보는 데 바친 헌신적인 마흔 살의 여성 모니크는 갑작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움직임이 많아질수록 몸과 마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고, 해방감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춤을 멈출 수가 없었다는 거다. 마치 동화 빨간구두 속 카렌처럼 말이다. 무릎은 발작을 일으키듯 운전대에 부딪혔고, 발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사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인종 문제로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 했는데 그 영혼이 마치 저주처럼 그녀의 몸속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게 한 것이다. 이미 묻혀버린 꿈이 죽은 자의 뒤를 따라오는 저주처럼 되살아날 수도 있는 걸까. 할머니의 사라진 꿈은 모니크를 어디로 이끄는 걸까. 비명을 질러야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그녀의 춤은 과연 멈춰질 수 있을까. 



조이스 캐럴 오츠가 기획·편집하고 참여한 이 작품은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과 집착을 바디호러라는 장르로 해부한 앤솔러지다. 마거릿 애트우드, 에이미 벤더, 메건 애벗, 리사 터틀, 엘리자베스 핸드 등 15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국내에 작품이 출간된 작가들도 있지만,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들도 다수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신화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육체에 투영된 가학과 편견을 다시 써 내려가는 작품들이라 오싹한 표지 이미지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있고, 섬뜩한 공포물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여성의 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강제적 침입에 취약하고, 수정과 반복되는 임신에 노출된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가 각각의 이야기마다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로렐 하우슬러의 음산하고 불길한 삽화들도 이야기만큼이나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이스 캐롤 오츠는 엮은이 서문에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그 안에는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강요한 속박에 반항하며 맞서는 맥박'이 고동친다고 말했다. 이 서문은 9페이지에 달하는데, 각각의 작품에 대한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개도 만날 수 있어 책을 읽기 전에 좋은 가이드가 되어준다.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그려낸 독특하고, 강렬한 바디호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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