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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의사 덱스터 1 - 10세 의사의 탄생 ㅣ 괴짜 의사 덱스터 1
애덤 케이 지음, 헨리 패커 그림, 홍한결 옮김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피가 깔깔 웃었다. 덱스터도 따라 웃었다. 둘은 웃고 또 웃고, 한참을 웃었다. 엄마가 무슨 위급한 상황이라도 벌어진 줄 알고 와서 들여다봤을 정도였다. 덱스터는 운동장에서 웃고 난리 치던 아이들 모습을 떠올렸다. 이거구나. 평범하게 사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덱스터의 인생은 꽤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그 말은 작가가 반전을 집어넣기 딱 좋은 시점이라는 뜻이 되겠다. p.55~56
닥터 K 시리즈의 애덤 케이와 헨리 파커 콤비가 돌아왔다. 닥터 K 시리즈는 <닥터 K의 이상한 해부학 실험실>,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 <닥터 K 역대급 발명왕>, <닥터 K의 찐천재 실험실> 등 국내에 많은 작품들이 출간되어 있다. 의사 출신인데 코미디언이 직업인 애덤 케이가 글을 쓰고, 코미디언인데 그림까지 잘 그리는 헬리 패커가 일러스트를 그렸다. 이번에 나온 신작은 새로운 시리즈로 '의학 미스터리 동화'이다. 무려 10세에 의시가 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덱스터 프록터는 태어난 지 약 4초 후부터 또박또박 말을 하는 아기였다. 갓 태어난 아기가 유창하게 말하면서 자기 탯줄까지 직접 잘랐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병원 전체에 퍼진 건 당연했다. 생우 3개월쯤에는 구구단이 아니라 279단까지 외워 버렸고, 생후 6개월이 됐을 때는 동네 도서관의 어린이 책을 죄다 읽어 치운다. 생우 9개월 무렵에는 위키백과 영어판의 모든 페이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치웠고, 11개월쯤 됐을 때는 위기백과 한국어판과 폴란드어판도 전부 읽었으며, 정확히 한 살이 됐을 때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멘사에 가입했다. 이 정도로 역대급 천재였으니 10세에 의사가 되었다는 사실도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덱스터는 아직 키가 작은 어린이에 불과했으니, 병원 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 어른 환자들은 아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무시했고, 동료 의사인 드레이크 선생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쫓아낼 궁리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린애가 의사를 하면 안 되는 거야!"
드레이크 선생이 덱스터를 향해 이를 갈듯 중얼거렸다. 드레이크 선생은 그날 하루 종일 병동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뭔가를 궁시렁거렸다.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빼빼 마른 대벌레 같은 사람이 화가 잔뜩 나서 음산하고 섬뜩한 목소리롤 이렇게 계속 중얼거리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내 손으로 널 쫓아내고 말겠어. 무슨 수를 써서 라도......!" p.176
지나치게 똑똑한 천재지만, 사회성은 제로인 덱스터는 과연 병원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아무리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또래와 어른들 모두에게 덱스터는 괴짜이자 오지랖 넓은 어린애일 뿐이다. 사회성이란 시간을 들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점차 발달하는 것이므로, 덱스터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낼 수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덱스터는 친구 루피와 오토, 그리고 가족들의 도움으로 학교 생활도 잘 극복했고, 병원 생활도 조금씩 익숙해져간다.
하지만 어린이 환자들이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장난감들을 잔뜩 가져왔다가 병동이 난장판이 되어 버리고, 아수라장 속에 3명이 부상까지 입으면서 애송이 의사가 대형 사고를 쳤다는 신문 기사까지 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미워하는 드레이크 선생에게 복수하려고 삶은 콩을 잔뜩 오픈카 안에 쏟아부었다가 들키게 되는데, 과연 덱스터는 병원에서 계속 의사로 일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저자가 의사였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의사로서의 전문적인 지식들이 유감없이 담겨 있는 작품이었다. 덕분에 다섯 살에 의대에 입학해, 열 살에 의사가 되었다는 역대급 천재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해준다. 기발한 설정에 의학 지식, 그리고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까지 더해지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특히나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고, 의학 미스터리라는 장르적인 재미까지 더해주어 색다른 독서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페이지 곳곳에 깨알같이 밑줄을 긋고 덱스터가 글을 달아두었는데, 한참 유행이었던 교환독서를 주인공인 덱스터와 하는 듯한 기분도 들게 만들어 준다. 덱스터의 입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대사나 설명에 하나하나 지적질 하는 식으로 글이 달려 있어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BBC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다고 하니 찾아보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천재라고 해서 온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덱스터 역시 실수하고, 실패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슬프고, 외로운 감정들을 겪어 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성장 소설로도 뭉클한 부분이 있고, 의학 미스터리로도 흥미진진하고, 동화로도 웃음 폭탄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바로 2권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