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 코딱지 3 : 마음의 빛을 밝힐 것 야광 코딱지 3
도대체 지음, 심보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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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정하고 귀여운 우리 동네 히어로 <야광 코딱지>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야광 코딱지로 이웃을 돕는 히든 히어로 단지에게 사상 최대의 위기가 생긴다. 심한 감기에 걸리고 나서 거짓말처럼 야광 코딱지의 빛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이상 빛나지 않는 야광 코딱지로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가 없다. 


게다가 '명탐정 예리의 미스터리 추적 일지'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전학생 예리가 야광 코딱지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미스터리 현상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걸 좋아하는 예리에게 어두워지는 빛이 나는 야광 코딱지야말로 신기한 물질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단지는 예리의 날카로운 추적을 피해, 잃어버린 야광 코딱지의 빛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단지네 가문에 내려오는 비밀 중에 하나는 드물게 야광 코딱지를 지니고 태어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단 야광 코딱지를 지닌 자손이 태어난다면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하며, 야광 코딱지는 반드시 정의로운 일에 써야 한다. 그 말이 '야광 코딱지를 가진 사람은 누군가를 돕는 영웅의 운명을 지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기에 단지는 항상 코딱지를 보관하며 누군가를 도와줄 상황에 나서곤 했다. 그렇게 잃어버린 강아지 깐돌이를 찾는 과정에서 활약했고, 친구 미래의 단골인 장미 이모의 토스트 가게에서도 붉을 밝혀주며 도움을 주었다.




아파트 단지가 정전이 되어 에어컨도 선풍기도 먹통이라 난리였는데, 놀이터에 모여든 사람들을 위해 단지가 아이디어를 낸다. 코딱지 반죽을 아빠의 도움으로 수타면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수타면이 된 야광 반죽으로 놀이터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그넷줄을 따라 감고, 줄넘기가 되기도 하고, 시소도 꾸미고, 집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덕분에 놀이터가 환해져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신나게 놀게 되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즐거운 모습을 보며 단지는 기분이 으쓱해졌다. 이렇게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에서 야광 코딱지의 활약을 보여 주었다면, 세 번째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위기가 닥쳐와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야광 코딱지가 또 어떤 활약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우리의 꼬마 영웅 단지가 위기를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하며 읽는 것도 좋다. 말랑말랑하면서 밝게 빛나고, 고무찰흙처럼 반죽할 수 있고, 어두워지면 빛이 나는 형광물질로 위기를 겪는 이웃들을 도와주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도와준다는 설정부터 신선했던 <야광 코딱지> 시리즈는 매번 새로운 발명품으로 재미를 더해주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고, 조명이 고장난 토스트 가게의 불을 대신해주고, 한여름밤 놀이터를 신나는 놀이공원으로 변신시켜주고, 오징어잡이 배를 밝혀주기도 했다. 


스토리에 앞 뒤에 별도로 구성한 페이지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선 단지의 아침일과, 저녁 일과를 통해 야광 코딱지를 모으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두 번째 이야기에선 고단지의 비밀 노트, 단지의 발명품 리스트를 통해 다양한 활용 방법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단지의 집 구석구석에서 야광 코딱지를 찾아보는 숨은 그림 찾기와 새로운 발명품이 소개되었다. 9월에 나올 네 번째 이야기에선 또 어떤 활약을 보게 될지 기대가 된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세상을 밝히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빛나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그 자체라는 것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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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 도망친 곳에서 인생을 다시 짓다
패트릭 허치슨 지음, 유혜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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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옷이 마르며 나오는 김이 창문을 뿌옇게 만들었다. 몸이 마르고 따뜻해지는 동안 달아오른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행복감이 온몸으로 퍼졌다. 언제나 그랬듯 오두막은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제공해 줬다. 때로는 베이스캠프였고, 때로는 피난처가 돼줬다. 힘차게 출발하는 곳이 됐다가 무사히 착륙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 우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도 언제든 믿고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                p.161


지역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저자는 일상에 치여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조금씩 팔아넘기고 있었다. 일거리는 어쩌다 하나씩 들어왔고, 보수는 형편없었으며, 고생이 끊이질 않았고, 나날이 스트레스만 쌓이며 의욕은 꺾여갔다. 완전히 길을 잃은 상황에서 그는 우연히 중고직거래 사이트에서 숲속의 허름한 오두막 한 채를 사게 된다. 어린 시절 자랐던 숲에 대한 향수와 도시로부터 삶을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에서 ‘MZ판 월든’으로 화제를 모은 이 책은 낡은 오두막을 직접 수리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삶도 조금씩 고쳐지는 놀라운 경험을 담고 있다. 물론 전기도 와이파이도 없는 아날로그 공간이 주는 낭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난로를 설치하기 위해 지붕을 뚫고, 헐거워진 천장 구석에서 단열재가 비처럼 쏟아져 사방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한 것이 실제 현실이었으니 말이다. 문과 바닥의 수평도 맞춰야 했고, 데크를 덮고, 화장실을 정하고, 진입로의 늪도 메워야 했다. 전기, 수도, 배관, 전선, 욕실, 조명, 와이파이, 휴대전화 신호 등 설비라고는 무엇 하나 없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 오두막은 그냥 지붕을 얹고 문을 낸 나무 상자였다. 저자는 그래서 더 완벽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건축과 목공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없이 망치와 못으로 오두막을 수리해 가는 과정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점차 그의 삶에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주는 경험이 된다. 도시의 바쁜 삶에서 잊고 지냈던 삶의 감각과 속도를 되찾게 된 것이다. 




오두막은 조용히 우리의 감정을 부추기는 응원단 같았다. 내면에 있는 자기 의심의 찌꺼기를 치우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줬다. 자연스레 오두막을 방문하는 일에 중독됐다. 결심만 하면 규칙적인 운동, 채소 섭취, 충분한 수면에도 중독될 수 있지 않나. 오두막에 들를 때마다 명확해졌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원하는지, 그런 인생을 누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그래서 우리는 계속 오두막을 찾았다.                p.285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주말마다 오두막에 가서 수리를 시작한다. 목재 수백 달러 치와 아무도 사용법을 모르는 공구가 한가득 든 트럭, 그리고 세 대의 차를 나눠 타고 온 여섯 명의 바보 군단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말한다. 매년 집, 여자 친구, 직장이 달라지던 자신에게 드디어 불변의 장소가 하나 생겼다고.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안이 됐다고 말이다. 그리고 실제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작업을 해나가는 동안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몰입감을 경험한다. 몇 년째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었던 것이 비해, 오두막은 아주 또렷한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오두막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체험하면서 인생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안락한 생활에 감사하게 된 것이다. 


숲속 오두막에서의 소소한 노동이 불치병처럼 따라다니던 무기력과 불면증을 단번에 해결해주었다는 점 또한 의미 심장하다. AI와 알고리즘으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세계의 한편에서, 비합리적이고 불편한 일들로 가득찬 아날로그의 세계만이 줄 수 있는 힘이니 말이다. 누구나 첨단 기술의 홍수 속에 살면서 디지털 디톡스와 단순 노도에 대한 숨겨진 욕구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실천할 일이 없기에 도시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말이다.  비 오는 날 녹슨 지붕을 툭툭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오두막 밖의 싸늘하고 축축한 공기, 난로 앞에서 몸을 데우고 말리는 기쁨,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짙은 삼나무 향과 온기 또한 냉난방 잘 되고 인공적인 향으로 채워진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모험이기도 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삶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 책이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느 날, 삶의 방향과 목표를 찾을 수 없어진 순간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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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라면 가게 너구리 라면 가게 1
최설희 지음, 김덕영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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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북적북적 오고가는 초등학교 앞에 오래도록 골목을 지키고 있는 라면 가게가 하나 있다. 바로 너구리와 다시마의 라면 가게. 이곳은 특별한 손님을 위해 특별한 라면을 끓여 내는 곳이다. 고민과 걱정을 마음속에 짊어지고 있는 아이들만 찾아올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라면 가게를 찾는 손님이 영 뜸해졌다. 너구리 요리 경력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때 라면 가게 앞을 지키는 풍선 인형의 손짓이 빨라진다. 그건 바로 고민이 있는 아이, 마음에 남모를 상처가 있는 아이가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너구리와 다시마가 건넨 라면 한 그릇을 받아들고 고민을 해결할 손님은 누구일까?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먹고 싶은 걸 맘껏 먹을 수가 없는 비키, 이미 한 달 용돈을 다 써버려서 라면 사 먹을 돈이 없는 준우,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에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운 승희.... 너구리와 다시마의 라면 가게 손님들이다. 과연 이 아이들은 특별한 라면을 통해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른도, 아이도 무장해제시키는 음식이야말로 바로 라면일 것이다. 그렇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을 소재로 만들어진 동화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무해하고 다정한, 어린이 분야 최초 라면 판타지 동화가 아닐까 싶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난 어린이 손님에게 화려한 솜씨로 딱 맞는 라면을 만들어 내는 너구리의 요리 솜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화와 만화를 자유롭게 오가는 구성이라 저학년 아이들부터 라면을 좋아하는 고학년 아이들까지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간식인 라면의 역사와 라면에 관한 각종 질문을 모아 둔 페이지도 있어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라면 브랜드 농심과의 협업을 통해 출간한 동화라서 페이지 곳곳에 라면이 등장한다. 각 장면에 등장한 라면들은 특별 레시피로 소개되어 있어 누구나 직접 요리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토마토와 계란이 들어가는 신토달마, 육개장 사발면을 이용한 육사 피자, 배홍동 비빔면을 이용한 배홍동 물비빔면까지 세 가지 라면 레시피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에 등장하는 라면을 직접 만들어 보면 더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리를 통해 직접 해보는 독후활동이라니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소식! <너구리 라면 가게> 두 번째 이야기가 3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또 어떤 특별 라면 레시피를 만날 수 있을지, 아이들의 고민과 걱정을 어떻게 해결해 줄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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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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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거짓말을 간파하지는 못해도 거짓말을 들킨 적도 없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첫 번째 비결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기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의 거짓말을 할 것.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를 그 거짓말이 끝날 때까지는 모든 공적인 매체에 남기지 않을 것. 가능하면 거짓말의 목적이 완료된 후에도 남들 눈에 띄는 곳에서는 입 밖에 내지 않을 것. 대체로 그렇게만 하면 내가 할 만한 거짓말은 성립된다.             p.87 


누구나 나름의 고민 거리들을 안고 살아간다. 회사 업무가 힘들 때도 있고 먹고사는 문제로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별 것 아닌 사소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기도 한다. 직장 동료의 행동을 참을 수 없다거나 친구의 시시콜콜한 하소연을 들어 주는 게 한도에 달했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사키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마나미와 딱 그런 문제에 처해 있다. 자신이 힘든 시절에 마나미로부터 큰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어 항상 최대한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하지만, 쉽게 긍정할 수 없는 이야기만 털어놓는데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속 시원히 말할 수도 없는 것이, 그러면 인간관계가 깨지고 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던 참에 이와사키는 회사에서 독특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여직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공장 담벼락에 서서 쓰레기봉투 입구를 단단히 쥔 채 마치 사슬낫인 양 휘두르고 있었다. 쓰레기 봉투가 담벼락에 부딪칠 때마다 뭔가가 깨지는 쨍그랑쨍그랑 소리가 났다. 알고 보니 그녀는 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그릇을 잔뜩 수집하는 어머니 집에 가서 몰래 몇 개씩 가져와서 깨고 있었던 거다. 더 이상 어머니와 말싸움할 기운도 없고, 대신 접시를 훔쳐 와 깨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있었다. 어머니한테 한바탕 퍼붓고 싶어질 때마다 그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이런 저런 고약한 짓을 한다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괴상하고 지독한 일처럼 보였지만 함께 해보니 의외로 속이 후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이와사키는 그녀와 함께 그릇을 깨부수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등장 인물들이 나오는데, 각자의 상황과 고민이 다른 만큼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었다. 무사히 하루를 버텨내기 위한 현실적인 처방인 셈이다. 




"의외로군. 하야시모토, 자네가 그리 대번에 좋은 핑계를 생각해 낼 줄은 몰랐네."

"핑계가 아니라 이건 거짓말이에요."

"허허, 누가 들으면 오해할까 봐 말하고 싶지는 않네만 자네는 거짓말을 하는 데 재주가 있군?"

"재주가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과 사실을 말해야 하는 상황은 항상 잘 구분하고 있어요."           p.128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날 갑자기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거나, 그 약속을 나가기가 도저히 내키지가 않고 몸도 잘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보통 상대가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하게 된다. 몸 상태가 안 좋다거나, 취소할 수 없는 급한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 나을까, 거짓말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나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이다. 그럭저럭 살아 내야 하니까.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저자의 실제 경험이 살아 있는 '직장 소설' 답게, 잔잔하지만 공감되는 대목들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었다. 


이 작품에는 어쩌다 보니 그런 상황에서 곤란한 사람들을 도와주다 거짓말 능력자가 되어버린 회사원이 등장한다. 탈퇴하고 싶은 동아리 여행에서 빠질 방법이 없을까? 축구부 모임에 가고 싶은데 회사 골프 모임에 가지 않을 핑계 없을까? 모임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등등 다양한 고민들이 작은 거짓말을 통해 해결이 되는 과정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거창하고 치밀한 것이 아니라 딱 하루 분량의 '거짓말'과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 자그마한 '용기'만 있으면 된다. 이 책에 수록된 11편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회사에서,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귀찮은 인간관계와 사소한 스트레스들이 주요 고민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기분 좋은 따스함이 여운처럼 남았다. 귀여운 표지 일러스트 속에서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딱히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도 않고 나쁠 것도 없는 별것 아닌 사소한 거짓말들이 그만큼의 무게로 지친 하루를 견디게 해주고, 내일로 나아가게 해준다는 것이 어딘가 위로가 되는 듯한 기분도 들게 하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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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배우기의 기술 - 딱 필요한 만큼만 배워서 바로 써먹는 실행의 법칙
팻 플린 지음, 김지혜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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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때 나는 수십 개의 블로그와 팟캐스트를 구독했고 반스앤드노블에서 반쯤 읽다가 결국 사 온 비즈니스 책들로 책장을 가득 채웠다. 늘 뭔가를 찾고 있었다. 겉으로는 뭔가 마법 같은 답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유레카!” 같은 순간을 기대하면서. 내가 시작한 이 일을 훨씬 쉽게 만들어줄 어떤 콘텐츠, 결정적인 한 줄을 기다리면서 계속 뒤처졌던 셈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진짜 찾고 있던 건 배움이라는 이름의 숨을 곳이었다.                 p.87~88


언젠가 읽겠다고 쌓아둔 책들, 다음에 봐야지 체크해둔 동영상 즐겨찾기, 필요할 것 같아 스크랩해둔 정보들... 하지만 정작 그것들을 소비하고, 써먹을 시간이 늘 없다. 외국어 공부, 자격증, 운동, 자기계발....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중독된 것처럼 지식을 모으고, 정보를 읽고 수집하며 '과잉 학습자'가 되어버린 걸까. 게다가 쌓아 두기만 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정보들은 내 앞에 놓은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책은 말한다. '언젠가'를 위한 공부를 멈추고, 바로 '지금'을 위한 실행에 몰입하라고. 전 세계 창업가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팟캐스트 누적 다운로드 1억 회를 기록한 비즈니스계의 전설, 팻 플린은 이 책에서 '덜 배워서 더 이루는' 궁극의 학습법 “린 러닝Lean Learning”을 제시한다. 필요한 만큼만 배우고 그걸 바로 써먹으면서 쓸데없는 디테일에 발목 잡히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무엇을 남기고 버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 지금 단계에 필요한 것만 배우는 적시 정보, 성장을 강제하는 5단계 시스템, 낙게 나누어 개선하는 마이크로 마스터리, 지식의 선순환을 만드는 5가지 실천 루트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술을 알려준다. 




오리의 이야기는 단순히 영감을 되찾은 감동적인 서사만이 아니다. 린 러닝의 살아 있는 사례로서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영감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고, 그의 성취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수많은 작고 점진적인 개선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짜 통달의 모습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시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거대한 성취로 이어지는 것이다.              p.258


저자는 평생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언젠가 이 정보들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믿으면서 정보를 모았고, 꽤 오랫동안 그 방식이 잘 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를 쓰고 공부했고, UC버클리를 차석으로 졸업했으며, 건축학과를 나와 꿈의 직장에 다녔다. 하지만 2008년 경제 위기 때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정보는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했다. 학력도, 지식도, 성실함도 그를 위기에서 구해주지 못한 것이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모든 글을 읽고 수집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배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완벽한 이해를 기다리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택했을 때 변화가 빠르게 나타났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배움은 종종 실행을 미루기 위한 가장 세련된 변명이 된다는 말 또한 정말 뼈때리는 문장이었다.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더 많이 알고, 모든 정보를 갖춘 뒤에야 시작하겠다고 미루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배움과 실행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목표를 분명하게 정한 뒤에는 곧바로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도록 등을 밀어 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장 뭐라도 실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작게 배우고,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 한번쯤 저자가 말하는대로 따라해볼만 하지 않은가. 정보는 많을 수록 좋고, 많이 배우는 게 남는 것이고, 시작하기 전에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면, 이제 그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딱 필요한 만큼만 배워 즉시 실행하는 린 러너가 되어보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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