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 - 양자물리학과 천문학으로 읽는 우주 탄생
크리스 페리.게라인트 F. 루이스 지음, 김주희 옮김 / 시공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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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자 과학자들은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현대물리학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제는 두 청사진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중력은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일반상대성이론의 휜 공간 관점에서 설명되지만,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 약한 핵력 등 자연의 다른 힘은 양자역학의 불연속성으로 설명됐다. 기초물리학 교과서를 펼치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간의 차이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p.26


양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두 과학자가 우주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넓지만, 폭넓은 시야로 행성과 별, 블랙홀 등에 초점을 맞추면 깔끔하게 정돈된 일련의 물리이론과 법칙을 고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주는 고정불변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런데 반대로 미시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직관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이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며 우주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자의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원소와 화학, 더 나아가 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원리를 제공해준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양극단인 양자와 우주를 다룬다. 두 저자는 거대한 우주의 일생과 미세한 양자 작용이 복잡하게 얽혔음을 밝히며, 양자와 우주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별이 산산조각 나는 과정의 이해를 위해 가상의 케이크를 구워보는 것처럼 이 책은 복잡한 수식 대신 직관적인 비유와 이야기로 양자와 우주에 대해 들려준다. 우주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먼 미래를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라는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을 하나의 시선으로 이어가며 설명해준다. 우주는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까? 빅뱅과 원소의 탄생에서 시작해 별의 생애와 블랙홀의 운명을 거쳐 물질의 변화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누구나 한 번쯤 궁금증을 가졌던 우주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가장 현대적인 우주론의 핵심을 콕 찝어 정리해줘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양자물리학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뢰딩거 방정식과 측정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근본적인지는 합의되지 않았다. 파동함수 붕괴를 풀리지 않은 문제점이 아니라 물리학의 본질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비가역성의 근원을 발견한다! 하지만 서두르지 말자. 측정자 또한 원자로 구성됐으므로 양자물리학으로 설명돼야 한다. 실제로 어떤 대상을 측정하는 행위는 그 대상과 상호작용하는 것이며, 상호작용은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우리는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p.221


우주 역사에서 인류 문명은 수십억 년도 아닌 수천 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류는 우주가 구사하는 다양한 언어를 성공적으로 해석했다. 과학에서 일련의 혁명이 시작된 것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20세기 전환기부터이다. '왜 그럴까?'라는 플랑크의 의문은 기존의 물리법칙으로 자신이 궁금해하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의 발견에서 양자 가설이 시작되고, 오늘날 양자이론 영역에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후 수십 년간 물리학자들은 양자 개념을 정교하게 발전시켰고, 새로운 물리학을 기반으로 실험 결과가 풍부하게 나오자, 과학계는 대격변을 맞게 된다. 인류가 현대과학기술을 구축하게 된 것도 모두 양자물리학 덕분이다. 그리고 우주의 본질에 호기심을 품었던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고,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이 탄생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모든 시공간을 수학으로 설명하려 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게 되면 과학자들은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현대물리학의 청사진을 제시하게 된다. 바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두 가지 기둥이다. 상대성이론은 행성과 별, 은하 등 거대하고 무거운 물리학적 대상을 설명할 때 활용되고, 양자역학은 전자와 입자 등으로 이뤄진 아주 작은 세계의 물리학을 지배한다. 두 기둥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지만, 양자와 중력을 별계의 세계로 분리하게 되면,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일은 분명 어려워진다. 인류가 우주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진정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와 우주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의미가 있다.  양자물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와 천체물리학 대중화에 힘쓰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교수가 함께 이 책을 쓴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양자물리학과 천문학을 함께 아울러서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 가장 작은 세계가 만든 거대한 세계, 양자와 우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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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으로 세상을 다르게 본다 - 사소한 순간에 마주친 뜻밖의 물리학
하시모토 고지 지음, 정문주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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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자니까 태양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안다. 그래서 "여름철 교토에서 언제 절대 외출하지 않는 게 좋은가?"를 계산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가 첫머리에 소개한 지옥 시간대다. 계산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해가 정동쪽, 정서쪽에 위치한 시간대를 추출하기만 하면 된다... 물리학을 이용해서 쾌적하게 산다. 얼마나 근사한가!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들 좋아한다. 교토시가 '지옥 시간대'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불볕 더위 속 출퇴근을 피할 수 있도록 기억에 근무 시간대를 권고했으면 한다.            p.44~45


갑자기 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안 가져왔다. 우산을 안 쓰고 걸어서 목적지로 가야 할 때, 가장 젖지 않는 방법은 뭘까?  복숭아를 여러 사람과 나눠 먹어야 할 때, 공평하게 자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침마다 혼잡한 버스를 타야만 한다면, 붐비는 버스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출퇴근 시간이 길다면, 전철에서 좌석 확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하철에서 반드시 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 책은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물리학의 관점 위에 올려놓고, 아침식사와 날씨, 출퇴근길 같은 순간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리 이야기>에서 일상생활에서 건져 올린 흥미진진하고 기상천외한 물리 법칙들을 소개해주었던 물리학자 하시모토 고지는 복잡한 이론 대신 일상의 질문으로 물리학의 핵심 개념을 풀어낸다. 웃으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물리학이라니... 정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너무 재미있는 책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도록 밝혀온' 것이 물리학이라면, 그야말로 일상의 모든 것들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 물리학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만원 버스에서 핵폭탄의 원리를 포착하고, 사장 비에 덜 맞는 자세를 알아내기 위해 종단 속도를 계산하고, 찜통 더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날씨를 예측하며, 소음을 유발하는 다리 떨기 소동을 ‘노이즈 캔슬링’ 원리로 해결한다. AI와 물리학을 잇는 ‘학습 물리학’ 연구자인 저자가 '기계학습과 물리학의 융합' 학문을 만든 이유도 새로운 물리학의 탄생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한 호기심과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감각이 일상으로 향할 때 이렇게 멋진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출퇴근에 매일 왕복 4시간을 소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전철 내 좌석 확보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앉기만 하면 노트북을 열어 일을 할 수 있다. '10분 일찍 출근하기'와 '앉아서 정시에 출근하기'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후자를 고르겠다. 물리학의 기본 과정은 '현상 관측' -> '법칙 추출' -> '이유 고찰과 가설 만들기' -> '공식화를 통한 예언' -> '실험으로 확인'이다. 우주, 소립자, 물질 같은 물리학의 통상적인 대상이 아니어도 이 사고법을 응용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나는 전철에 적용하면서 매일 4시간이나 되는 통근을 즐기고 있다.               p.167


저자의 집에선 아침이 늘 빵과 커피에 과일, 요거트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침 식사에도 물리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애당초 물리학이란 모든 사물이 어떤 이치로 그렇게 움직이고 그런 모양을 띠는지를 탐구한 학문이다. '모든'이라고 이름 붙인 한, 그 이치는 아침 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 식사에도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아침밥을 준비할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식탁 위의 물리학이란 무엇일까. 자, 그날 아침의 과일은 복숭아였다. 복숭아는 구의 표면, 즉 2차원 구의 다면체 근사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복숭아를 구와 비슷하다고 보고, '근사'를 거쳐 물리학을 사용해 복숭아의 부피를 계산한다. 그렇게 무게를 잰 뒤에는 균등하게 배분해서 자르는 수학 문제로 이어진다. 가운데 있는 딱딱한 씨를 피해서 4회 회전 대칭으로 자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찹쌀떡, 도넛 상자가 등장할 때마다 저자는 물리학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재미를 찾아낸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장은 '출퇴근의 물리'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다 시간표에 적힌 시각보다 훨씬 늦게 도착했을 때, 각각의 전차 도착 시각과 혼잡도를 도표로 만들어서 정리를 하고, 붐비는 버스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낸다거나 긴 시간을 왕복해야 하는 지하철에서 반드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현상의 법칙성을 추출해내는 과정 등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정말 일상의 모든 순간에 물리학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양볼은 풀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킥킥거리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나 어려운 수식과 개념으로 가득한 과학책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으로 개인적 경험을 통해 풀어나가는 과학책이라 쉽고, 재미있게 물리학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줄, 조금 다른 물리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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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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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는 자신이 어딘가 다르다는 걸, 무언가 독특하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평범한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매년 낯선 존재가 되어 깨어나는 법이 없다. 마치 매일 아침 학교에 가면 어제 교실 칠판에 써놨던 내용이 싹 지워진 것처럼,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깨끗이 지워지는 법이 없단 말이다... 그가 '재시작'을 거치면, 마치 자신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른 이들의 삶에 그가 남긴 구멍이 벽지로 덮이거나 다른 사람의 존재로 깔끔하게 채워져 있었다.           p.109~110


매년, 독같은 날에, 온 세상 사람이 다 나를 잊어 버린다면 어떨까.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존재하며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였는데, 다음 날이 되면 그들에게 생판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고 다른 사람도 다 그대로인데, 다만 다들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는 상황. 그래서 매년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재시작'의 원인이 되는 게 우주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작품은 그렇게 해마다 자신을 지워버리는 세계 속에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운명에 맞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내일은 토미의 첫 번째 생일이다. 레오와 엘리스 부부는 아들이 한 살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웃집 모리스 부인을 초대한다. 하지만 다음 날 오후의 차 모임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1월 5일, 토미의 생일이 되면 세상 모두가 그를 잊어 버릴 테니까. 평소와 같은 아침을 맞이한 레오와 엘리스는 거실 한복판에 누워있는 낯선 아기를 발견하고 경찰을 부른다. 대체 누가 아기 침대와 함께 아이를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해서 두고 온단 말인가. 출동한 경찰도 이상하게 여겼지만, 더 이상한 건 그 집 어디에서도 아이 용품이 보이지 않았고, 아이가 살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거다. 결국 토미는 위탁 시설인 밀크우드 하우스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토미가 두 살이 되던 날 밤, 시곗바늘이 자정을 넘어가자마자 더할 나위 없이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진다. 토미에 대한 모든 지식과 기억,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그 애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증거들마저 전부 지워져 버린 것이다. 토미는 그렇게 또 자신을 알았던 모든 이들에게 낯선 사람이 되고 만다. 




세상에는 서로 친구가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이건 토미가 스스로 만들어 믿는 이론이었다. 조시 손더스는 그날 밤 더홀의 주방에서 토미를 처음 만났다. 스물네 시간 전, 토미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화를 냈던 바로 그 자리에서. 토미는 조시와의 사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정말 걱정이 많았다. 둘의 우정이 땅속 깊은 곳에 묻힌 금덩어리 같기를, 지구를 돌더라도 변하지 않을 단단한 덩어리 같기를, 그래서 언젠가 발견될 날을 기다리는 것이기를 그는 바라고, 아니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p.267


토미는 매년 1월 5일마다 다시 친구를 사귀어야 했다. 토미가 친구를 쉽게 사귀는 성격이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을 알지 않느냐고 물어보고, 애써 설득하기도 했지만 열 살쯤에는 그냥 자기소개만 한 뒤 조용히 자리를 찾아갔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해마다 모든 관계를 다시 쌓아 올리는 법을 배워야 했던 토미의 '기억되지 아 ㄶ는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날 기억하지 못할까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운명대로, 어떻게든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토미는 자신이 어딘가 다르다는 걸, 무언가 독특하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걸 피하거나 바꿀 방법을 알지 못해 좌절감만 커져 갔다. 그러다 열일곱 번째 생일이 다가올 즈음, '재시작'을 속일 허점에 대해 깨닫게 되고, 자신을 지워내는 가혹한 규칙에 맞서보기로 결심한다. 


어제가 없는 세계에서 내일을 살아내야 하는 삶이란 어떤 걸까. 해마다 모든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면, 누군가와 친밀함을 쌓거나 뭔가 업적을 이루는 것이 다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삶이란 무엇으로 기억되어야 하는 걸까. 매일 쌓아온 시간과 관계를 매년 잃어 버리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지난번보다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면서 토미는 조금씩 성장하고, 단단해져 간다. 하지만 지켜내고 싶은 존재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에게는 더 이상 잊히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녀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토미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신의 운명을 시험해 보기로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태어날 때마다 정해진 이상한 운명에 맞서 버텨내야 하는 한 인물의 이야기는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더 응원하고 싶어지는 몰입감을 안겨 주었다. 토미가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은 그런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나를 기억하는 수많은 소중한 존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만약 그들로부터 잊혀진다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억이란 무엇이며 관계란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시작해 뭉클한 로맨스 드라마로 이어지는 이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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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랑 몽타구의 나의 영원한 파리 - 낮부터 밤까지 파리를 느낄 수 있는 모든 것
마랑 몽타구 지음, 손윤지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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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가볼만한 곳을 알려주는 주소록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방식과 세월을 견디며 창조하고 전승하는 태도, 그리고 세상의 소란 속에서 조용히 저항하며 살아가는 삶에 바치는 작은 찬사다. 물론 시간 여행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여기 소개된 장소들은 모두 30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있으며 어떤 곳은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오랫동안 나 혼자 보물처럼 간직해 온 장소들이자 파리라는 도시의 가장 깊은 본질로 나를 데려다주는 귀한 공간들이다.              p.5


세월의 흔적이 스민 오래된 건물과 낭만적인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멋지게 차려 입은 파리지앵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도시, 파리이다.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레 지구, 세월의 흔적이 스민 오래된 건물과 예술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던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생제르맹 데프레, 그리고 몽마르트와 샹젤리제 거리, 센 강 등 직접 가보지 못했더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가 바로 파리가 아닐까. 파리라는 도시가 지닌 매력의 원천에는 물리적 아름다움이나 로맨틱한 풍경 이면에는 수십 년에서 수 세기 동안 쌓여온 시간의 깊이가 있다. 그런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보물같은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마랑 몽타구가 파리의 곳곳을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담았다. 




파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나에게 로망인 도시라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벼르는 곳이다. 얼마나 간절히 바랬던 지 나는 한번씩 파리에 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 항상 파리에 도착해서 설레 이는 마음으로 거리들을 둘러 보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에 꿈이 깨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이상하게 이 꿈은 잊은 말하면 한번씩 나를 찾아와서 나의 파리 열병을 다시금 되새겨 준다.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여유가 되면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상하게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뭔가 일이 틀어져서 가지 못했던 곳이 파리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며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장소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도 가봐야지, 이곳도 멋지다, 여기는 정말 예쁜데.. 하면서 포스트잇 플래그를 하나 둘 붙이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많아져서 수습이 안 될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들이 많았다. 파리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한몫을 하는 장소부터 골목에 눈에 띄지 않게 자리잡고 있어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장소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마담 거리 48번지의 문을 열면, 나의 오래된 파리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방문을 알리는 은은하게 울리는 종소리, 갓 왁스칠을 해 삐걱대는 마룻바닥,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조용히 손님을 맞는 묵직한 수납장이 기다린다. 어린 시절, 파리에 나만의 부티크를 갖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파리 6구 중심에 숨겨져 있던 이 공간을 처음 발견했을 때, 마치 내 보물들을 담아둘 보석상자를 찾은 듯한 감동이 밀려왔다.                p.98


푸치니의 오페라, 플로베르와 빅토르 위고의 소설,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속에는 낭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파리를 낭만적이라고 상상한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와 이야기들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이다. 약혼녀과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온 할리우드의 작가인 주인공이 어느 밤 자정에 파리의 골목길을 헤매다 192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와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를 만나게 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 영화는 그야말로 파리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설레이는 작품이었다. 불꺼진 상점들 너머 길을 잃은 자정이 되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통로를 발견한다는 낭만적인 설정도, 위대한 작가들이 쉼쉬는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 한다는 호사스러운 공상도 너무 매혹적이었으니 말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가 여는 파티에 참석하고,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헤밍웨이가 불쑥 조언을 해주며, 거트루드 스타인이 내가 쓴 글을 평가해준다니,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이 꿈꿀 달콤한 상상이 아닌가. 그래서 나역시 파리라는 도시를 사랑한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오랜 로망을 손에 잡힐 듯한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우선 책의 외관부터 굉장히 고급스럽다. 책배 3면을 모두 금장으로 장식했고, 앤틱한 느낌의 면지와 가름끈 색상, 두툼한 종이로 되어 풀컬러 일르스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내지, 그리고 백미는 마치 가죽으로 된 것처럼 느껴지는 표지의 재질이다. 파리의 고서점에 진열되어 있어도 좋을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1~20구까지 나뉜 행정구역 구역별로 지도와 명소들을 정리해두었기에 파리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라고 봐도 좋겠지만, 책의 외관과 고풍스러운 일러스트들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책이었다. 


빵의 나라 파리에는 한 블록에 하나씩 빵집이 나온다는 말이 있어 파리의 동네 빵집과 셰익스피어앤컴퍼니를 비롯해 오랜 세월만큼의 시간을 간직한 고서점들도 가보고 싶었다. 이 책에는 관광객들이 익히 알고 있는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를 비롯해서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고서점, 태피스트리, 골동품 전문점, 파티스리, 문구점, 소품점, 화방 등 개성 넘치는 공간들 470여 곳을 만날 수 있었다. 초록색 가판대를 펼쳐 책을 진열한 헌책 노점들, 사탕가게를 떠올리게 하는 알록달록한 소잉숍, 세련된 우산가게, 클래식한 봉제 인형이 있는 장난감 가게, 옛 파리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심야식당, 들어서는 순간 무대가 펼쳐지는 마술 박물관, 동화 속 작은 성처럼 생긴 도서관, 앤티크숍을 닮은 인테리어의 디저트 전문점 등 직접 가보고 싶은 곳들이 가득했다. 각각의 장소마다 진짜 파리지앵이 알려주는 관점으로 소개글이 수록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사진이 아니라 일러스트로 만나는 파리의 숨은 공간들이라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세상 모든 도시 중 제일 눈에 띄면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도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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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방화 TURN 8
조영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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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아주 조금씩 좋아진다.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죄책감은 그대로지만 버티다 보면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 그냥 그렇게. 그게 삶이란 거다."

"차라리 그냥 죽으면 안 돼요?"

"살인자에겐 자기 멋대로 죽을 자유 따위 없다."

형사의 말은 무거웠다. 그의 말에는 반박할 수 없는 강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p.49


오피스텔 7층에서 한 여성이 추락했다. 여성은 층간 소음으로 괴로워하다가 자기 집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죽은 여성의 회사 동료이자 같은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20대 여성이 말하길, 매일 밤 자정이 되면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넌 못생겼어. 넌 못생겼어. 넌 못생겼어.... 기계음으로 된 목소리가 몇 분 간격으로 같은 말을 반복해 속삭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귀에만 들리는 환청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결국 소리에 시달리다가 방을 빼기로 했다고. 하지만 워낙 층간 소음으로 유명한 오피스텔이라 집은 좀처럼 나가지 않았고, 그렇게 점점 지쳐가다가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이 타살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누군가 고의로 그녀에게 소음을 흘려 보냈다면 스토킹 범죄 처벌법 위반은 적용될 수 있겠으나 살인미수라고 볼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소음충이라는 괴담의 희생자인지, 혹은 귀신에라도 홀린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소음으로 복수를 하려고 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강력1팀 팀장 함민은 그녀의 과거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평택으로 이사를 오고 3개월이나 지났지만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주소는 남양주로 되어 있는 데다 세대주는 남성으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남편은 한 달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누가 그녀에게 한 달간 악담을 퍼부은 것일까. 남편이 귀신이라도 된 걸까. 함민은 소음충의 정체가 귀신이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시킬 자신은 없었기에 굳이 말로 하진 않았다. 과연 기이한 소음의 정체는 뭐였을까. 




작년 8월 마지막 날 일어났던 소음충 사건 이후 1년이 지나 8월 말이 되도록 관내에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강도나 절도 등 강력 사건은 끊이지 않았고 굵직한 소탕 작전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살인 사건과는 달랐다. 살인 사건은 마음 한구석에 켕기는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때마다 함민은 저도 모르게 라이터를 켜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시달렸다. 충동은 사건을 무사히 해결하고 나서야 사라졌다.              p.96


‘셜록 함스’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강력계 형사 함민은 어린 시절 겪었던 화재 사건 이후로 끊임없이 방화 충동에 시달린다. 그가 형사가 된 것도 화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사건을 해결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불을 지르고 싶다는 욕망을 잦아들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건을 해결해야 충동이 사라진다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할 땐 어떻게 되는 걸까.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다. 조영주 작가는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붉은 소파> 이후로 <반전이 없다>,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십자가의 괴이> 등 다양한 작품으로 만나왔다. 참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성실한 작가인데, 최근에는 주로 앤솔러지에 참여했던 작품으로 만나오다 오랜만에 장편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작품은 방화 충동에 시달리는 강력계 형사를 중심으로 여섯 개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평택이라는 실제 도시를 배경으로 촉법소년, 층간 소음, 전세 사기, 신종 마약 등 실제 사회적으로 이슈였던 소재들로 미스터리를 풀어내고 있어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섯 개의 사건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각 사건의 단서를 찾아 논리와 직관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고, 그 중심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한 남자의 오랜 트라우마에 얽힌 미스터리도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준다. 자, 한계 없는 턴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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