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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으로 세상을 다르게 본다 - 사소한 순간에 마주친 뜻밖의 물리학
하시모토 고지 지음, 정문주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물리학자니까 태양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안다. 그래서 "여름철 교토에서 언제 절대 외출하지 않는 게 좋은가?"를 계산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가 첫머리에 소개한 지옥 시간대다. 계산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해가 정동쪽, 정서쪽에 위치한 시간대를 추출하기만 하면 된다... 물리학을 이용해서 쾌적하게 산다. 얼마나 근사한가!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들 좋아한다. 교토시가 '지옥 시간대'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불볕 더위 속 출퇴근을 피할 수 있도록 기억에 근무 시간대를 권고했으면 한다. p.44~45
갑자기 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안 가져왔다. 우산을 안 쓰고 걸어서 목적지로 가야 할 때, 가장 젖지 않는 방법은 뭘까? 복숭아를 여러 사람과 나눠 먹어야 할 때, 공평하게 자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침마다 혼잡한 버스를 타야만 한다면, 붐비는 버스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출퇴근 시간이 길다면, 전철에서 좌석 확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하철에서 반드시 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 책은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물리학의 관점 위에 올려놓고, 아침식사와 날씨, 출퇴근길 같은 순간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리 이야기>에서 일상생활에서 건져 올린 흥미진진하고 기상천외한 물리 법칙들을 소개해주었던 물리학자 하시모토 고지는 복잡한 이론 대신 일상의 질문으로 물리학의 핵심 개념을 풀어낸다. 웃으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물리학이라니... 정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너무 재미있는 책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도록 밝혀온' 것이 물리학이라면, 그야말로 일상의 모든 것들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 물리학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만원 버스에서 핵폭탄의 원리를 포착하고, 사장 비에 덜 맞는 자세를 알아내기 위해 종단 속도를 계산하고, 찜통 더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날씨를 예측하며, 소음을 유발하는 다리 떨기 소동을 ‘노이즈 캔슬링’ 원리로 해결한다. AI와 물리학을 잇는 ‘학습 물리학’ 연구자인 저자가 '기계학습과 물리학의 융합' 학문을 만든 이유도 새로운 물리학의 탄생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한 호기심과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감각이 일상으로 향할 때 이렇게 멋진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출퇴근에 매일 왕복 4시간을 소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전철 내 좌석 확보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앉기만 하면 노트북을 열어 일을 할 수 있다. '10분 일찍 출근하기'와 '앉아서 정시에 출근하기'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후자를 고르겠다. 물리학의 기본 과정은 '현상 관측' -> '법칙 추출' -> '이유 고찰과 가설 만들기' -> '공식화를 통한 예언' -> '실험으로 확인'이다. 우주, 소립자, 물질 같은 물리학의 통상적인 대상이 아니어도 이 사고법을 응용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나는 전철에 적용하면서 매일 4시간이나 되는 통근을 즐기고 있다. p.167
저자의 집에선 아침이 늘 빵과 커피에 과일, 요거트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침 식사에도 물리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애당초 물리학이란 모든 사물이 어떤 이치로 그렇게 움직이고 그런 모양을 띠는지를 탐구한 학문이다. '모든'이라고 이름 붙인 한, 그 이치는 아침 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 식사에도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아침밥을 준비할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식탁 위의 물리학이란 무엇일까. 자, 그날 아침의 과일은 복숭아였다. 복숭아는 구의 표면, 즉 2차원 구의 다면체 근사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복숭아를 구와 비슷하다고 보고, '근사'를 거쳐 물리학을 사용해 복숭아의 부피를 계산한다. 그렇게 무게를 잰 뒤에는 균등하게 배분해서 자르는 수학 문제로 이어진다. 가운데 있는 딱딱한 씨를 피해서 4회 회전 대칭으로 자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찹쌀떡, 도넛 상자가 등장할 때마다 저자는 물리학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재미를 찾아낸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장은 '출퇴근의 물리'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다 시간표에 적힌 시각보다 훨씬 늦게 도착했을 때, 각각의 전차 도착 시각과 혼잡도를 도표로 만들어서 정리를 하고, 붐비는 버스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낸다거나 긴 시간을 왕복해야 하는 지하철에서 반드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현상의 법칙성을 추출해내는 과정 등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정말 일상의 모든 순간에 물리학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양볼은 풀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킥킥거리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나 어려운 수식과 개념으로 가득한 과학책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으로 개인적 경험을 통해 풀어나가는 과학책이라 쉽고, 재미있게 물리학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줄, 조금 다른 물리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