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 : 정조 - 개혁을 이끈 소통의 군주, SEL + 한능검 워크북 수록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
하지강 지음, 김기수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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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사극만 수십 편에 달한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책도 수십 권에 달한다. 그만큼 조선의 500년 역사가 그 자체로 완벽한 드라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만큼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많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바로 그 '조선왕조실록'이 한국사 학습 만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아이가 역사와 세계사에 한참 관심이 많아서 방학 동안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선의 제22대 임금 정조다. 주인공 렘과 엠버가 VR 기구를 통해 조선 시대로 이동해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살펴보고, 정조가 직면했던 여러 사건을 함께 들여다본다. 과거 역사 인물이 처했던 상황을 간접 경험하고,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당대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만화를 통해 펼쳐져서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역사적 사건과 맥락은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상상력 넘치는 모험 이야기를 더해 몰입감을 확 높여준 것이다. 역사 체험 프로그램의 가이드 해치몬이 나타나 렘과 엠버에게 미션을 준다. 첫 번째 미션은 이상을 웃게 하라. 두 번째 미션은 정조를 지켜라. 세 번째 미션은 정조의 꿈을 완성하라. 이다. 아이들은 정조의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정조의 인간적인 고민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만화 중간 중간 역사의 흐름과 맥락을 익힐 수 있도록 깨알 정보가 배치되어 있다. 아이가 재미있어 했던 페이지는 '재미있고 쓸모 있는 실록 TMI'였는데, 실제 <조선왕조실록> 속 소소하고 재미있는 기록들을 뽑아 쉬어 가는 페이지로 만든 것이다. 한밤중의 참외 대소동, 대지진 미스터리, 조선 시대에 나타난 기린 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학습 '만화' 형식이지만, 본문의 내용을 복습하고 확장할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 독후 활동과 교과 연계 학습도 가능하다. 워크북이 굉장히 알차게 만들어졌는데, 본문에서 배운 내용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왕과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정보도 수록했고, 개념 확인 문제 풀이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까지 대비할 수 있다. 왕으로부터 배운 지혜를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독후 활동 페이지도 구성되어 있어 아주 도움이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이란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책으로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크다. 전체 1,893권 888책으로 왕이 승하하고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대로 편찬한 것이 축적된 기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조선의 생생한 역사를 현대의 우리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른 용으로 쓰인 <조선왕조실록>을 한 두 권 읽다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어린이 용으로 만들어져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세계관과 서사를 더한 버전이라 아이들이 부담없이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배우고, 경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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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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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흑해에는 독특한 생태계가 있으며, 이는 아마도 네오에욱시네호수의 갑작스러운 범람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중해가 밀고 들어왔을 때, 밀도가 높은 바닷물이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훨씬 염도가 낮은 상층부를 남겼는데, 그 염도는 대양의 절반 정도였다. 현재 보스포루스해협과 다르다넬스해협에서는 상층과 하층의 역류를 통해 흑해와 지중해 사이에 해수가 지속적으로 교환되고 있다. 그러나 흑해에서는 염도에 따른 층화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바닥에서 위로 올라오는 물의 순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p.52


검은 바다를 뜻하는 '흑해'는 대륙으로 둘러 싸여 있다. 지구상에 수많은 바다가 있지만 '흑해'라는 이름만큼 미스터리함과 강렬함을 보여주는 이름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 바다를 흑해라고 부르게 된 것일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바다를 '폰토스 악세이노스', 즉 어둡고 침울한 바다라고 불렀다. 격렬한 폭풍과 짙은 안개로 인해 항해하는 선원들읠 불안하게 했고, 수심이 워낙 깊어서 물이 앝은 지중해보다 매우 어둡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름이 후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작가들에 의해 환대하는 바다라는 뜻의 '폰투스 에욱시누스'라고 바뀐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의도를 담은 반어법이었거나, 그저 희망 섞인 생각이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흑해를 둘러싼 여섯 나라는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튀르키예이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흑해는 강에서 공급받는 담수와 바다로부터 흘러들어오는 해수가 함께 존재한다. 담수는 염도가 낮고, 해수는 염도가 높기 때문에 그 밀도 차이로 표층은 산소구 풍부하지만, 심층은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지대가 형성되었다. 덕분에 흑해에서 가라앉은 선박의 선체와 구조물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보존된다. 실제로 그 무산소층을 연구하는 심해 탐사 결과 발견했던 것이 5세기경의 비잔티움 시대 선박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게 인류 최초의 항해부터 현재까지 흑해를 항해하다 침몰한 모든 선박, 대략 5만 척에 달하는 개별 난파선들이 해저에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흑해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이유로 흑해는 오스만인의 상상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다. 흑해는 술탄의 영토 중에서도 뚜렷이 구분되는 하나의 지역으로 여겨졌다. 남쪽으로는 아나톨리아 심장부와, 북쪽으로는 다쉬트이 킵차크, 즉 탁 트인 '킵차크 스텝'과 경계를 이루었다. 킵차크 스텝은 바다와 그 북쪽의 폴란드인 및 모스크바인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1538년 오스만제국은 해안의 마지막 조각인 부자크 지구를 정식으로 합병했다. 이곳은 프루트강, 다뉴브강, 드네스트르강 사이에 있는 지역이었다. 그 시점부터 해안선 전체가 오스만 왕조의 견고한 영토로 통합됐다.               p.205


이 책은 언제나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 모습을 드러냈던, 세계를 가르는 경계인 동시에 각 세계의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흑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와 그 주변 여러 민족 및 국가의 역사, 문화, 정치에서 바다의 역할을 살펴보는 이 책은 2700년에 이르는 흑해 세계의 장대한 역사를 단 한 권으로 집약해냈다. 조지타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인 찰스 킹은 국제학 전문가이자 유라시아 지역 연구의 권위자이다. 그는 검은 바다가 품고 있는 기괴한 미스터리와 그 속에 숨겨진 역사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흑해 주변 민족들의 역사와 문화, 정치를 하나로 엮어내고, 유럽 동남쪽 변경 지역에 대한 오래된 지적 지도를 되살려낸다. 흑해는 어딘가 우중충하고 버려진 거대한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위치적 특성이 흑해를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바다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흑해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흑해는 알려진 세계의 끝자락에 있었고 신화 속 괴물들과 반인반수, 영웅들이 사는 곳이었다. 하지만 차츰 그리스 무역 식민지가 성장하며 해안 지역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거대한 상업 제국과 연결되며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왜 흑해 주변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걸까. 왜 흑해에서 발견되는 난파선은 수천 년간 썩지 않을까. 성경 속 대홍수는 정말 흑해에서 일어났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흑해에 대해 이렇게 호기심 어린 질문들로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흑해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세계의 ‘끝’으로 여겨져온 흑해는 언제나 역사가 ‘시작’되고, 세계가 ‘연결’되는 바다였던 것이다. 21세기 흑해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와 20세기 냉전 시대의 지정학이 중첩되는 복잡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누군가에게는 전략적 관문이자 완충 지대이며,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생존의 필수 통로이고, 누군가에게는 분쟁의 바다이기도 하다. 특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흑해는 더 이상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의 여파가 곧바로 전 세계의 식량 가격및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수천 년의 역사를 만나보고, 현재의 복합적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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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되살아난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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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건물을 본 순간 마키하타의 등줄기를 따라 차가운 한기가 흘렀다. 그것은 피로 얼룩진 살해 현장이나 시신이 묻혀 있던 자리에 서 있을 때 느끼는 섬뜩한 감각과 비슷했다. 나이 든 사람이라면 그 감각을 분명 '불길함'이라고 표현했으리라. 평소 영혼이나 영적인 기운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않는 마키하타였지만 오랜 세월 경험을 쌓으며 몸에 밴 육감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p.22


국도변에 있는 마을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늪지에 유기된 시신이 발견된다. 단순히 머리와 사지가 잘린 정도가 아니라, 살점과 뼈만 남아 있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코트와 셔츠의 잔해마저 없었다면 도저히 사람의 시신이라고 유추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11월이라 부패한 시신에서 나는 악취는 덜했지만, 늪에서 피어오르는 썩은 진흙 냄새와 어우러져 또 다른 끔찍한 악취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현장에 수많은 검은 깃털이 함께 흩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끔찍한 광경에 기묘한 색채를 더해주었다. 과거의 늪지를 중심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있었고, 그래서 주변이 까마귀들의 서식지였던 것이다. 


조각조각 해체되어 보란 듯이 방치된 시신, 자신의 범행을 마치 예술작품인 양 연출해 최대한 많은 사람의 눈에 띄게 한 것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살인은 아니었다. 경찰은 코트 주머니에 있던 소지품을 토대로 그 시신이 근처 제약회사에 다니던 연구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기류 다카시라는 그 인물은 독일의 스턴버그 제약회사가 일본에 만든 자사 연구소에서 다녔던 것으로 밝혀진다. 하지만 그 연구소는 두 달 전에 문을 닫은 상태였고, 연구소가 폐쇄된 뒤로는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사방을 성벽 같은 담으로 둘러싸고 철저하게 보안을 지켰던 그곳은 자물쇠로 잠긴 상태였다. 선량하고 성실했던 연구원은 대체 무슨 이유로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된 것일까. 이야기는 제약회사에서 개발하던 신종 마약을 중심으로 폐쇄된 연구소의 비밀을 파헤치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사건 현장과 연구소를 맴도는 불길한 까마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기류 다카시는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 착한 사람이 맞았던 건지, 그가 스스로를 마녀의 후예라고 했던 말의 뜻은 뭔지 이야기는 불길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조성하며 끝까지 휘몰아치듯 달려간다. 




우직한 사람을 비웃기란 쉽다. 그러나 우직함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일이다. 자신과 와타세가 구조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그 어려운 길 위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한시라도 빨리 그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p.238


이 작품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초기작이다. 그의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보다 더 이른 시점에 스인 작품이라고 하니, 그가 미스터리 작가로서 현재의 위치에 이르게 된 초석이 된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은 국내에 꽤나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 최근작들 몇몇 빼고는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와타세 경부 시리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시리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비웃는 숙녀 시리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등 시리즈 작품들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이라는 글쓰기 책도 있었다. 법의학 교실, 법정 미스터리, 사회파 미스터리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미스터리 장르를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는데, 미스터리가 아닌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도 있어 매번 놀라웠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탄탄한 구성과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빠른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주는 작가이다. 48세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해서, 그 후 7년간 이야기를 28편이나 써내는 왕성한 집필 속도를 보자면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만큼이나 믿고 보는 작가가 된 것 같다. 게다가 본격 미스터리, 서스펜스물, 법정 미스터리, 경찰 소설, 안락의자 탐정 소설에 이어 코미디물까지 그야말로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쓰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그 동안 나카아먀 시치리의 작품들을 읽어 왔다면 이번 작품에서 와타세 경부와 고테가와의 등장이 매우 반갑게 느껴졌을 것 같다. <테미스의 검>을 비롯한 와타세 경부 시리즈를 통해서, 그리고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시리즈를 비롯해서 <속죄의 소나타>, <히포크라테스 선서> 등 다양한 작품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니 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내내 감탄했다. 대체 나카야마 시치리는 첫 작품부터 이렇게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걸까. 거장의 초기작이 가진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작품이니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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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 기후 붕괴 현장에서 마주친 인간과 비인간동물들
남종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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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0 대 6 경기가 왜 기후 변화의 참사라는 거죠?”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친다고 합시다. 그때 그 공이 홈런이 될지, 플라이 아웃이 될지는 물리학적으로 2가지 영향을 받아요. 하나는 공의 탄성력, 다른 하나는 대기라는 매질이요. 그런데 대기 온도가 오르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집니다. 밀도가 낮아진 공기에서는?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겠죠. 지구 온난화 시대에는 홈런이 많아진다는 얘기입니다.”                p.120


우리는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온난화는 계속될 것이고, 해수면 상승은 이어질 것이며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을 피할 길이 없어질 것이다. 과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 것이 이십 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대응은 미진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많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기후 변화를 비롯해 지구 환경 문제가 심각해 진 상황이다. 우리는 멸종으로 내몰리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환경 저널리스트 남종영은 세계의 기후 변화 대응이 미진한 이유 중 하나로 서사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서사의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홈스와 왓슨이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을 차려 각종 제보를 통해 북극과 남극, 태평양과 동해, 아마존과 다카를 오가며 조사를 시작한다. 두 사람의 목표는 '엉망진창이 된 지구를 자유롭고 조화로운 행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각각의 장은 이들이 제안받은 사건 파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다이어트약 먹는 북극곰 사건이다. 캐나다 북극권의 작은 마을 처칠의 북극곰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제보다. 비쩍 마른 북극곰들이 떠난 자리에서 다이어트약이 발견되고 있다는데 어떻게 된 영문일까? 북극권은 북위 66.5도 북쪽의 지역을 일컫는 것으로, 남극은 육지이지만 북극은 바다이다. 깨지고 부서지고 다시 붙어서 얼고.. 시시각각, 그리고 계절마다 움직이는 얼음의 바다이다. 그런데 바다가 얼지 않는다면, 북극곰들이 사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굶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젠가 삐쩍 마른 북극곰이 곧 죽을 것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며 느리게 걷고 있던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걸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곰이 바다에 나가 사냥할 수 있는 날이 매년 하루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자꾸 북극에서 제보가 오는 거죠?"

"기후를 움직이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 아닐까? 그린란드의 빙하와 북극해의 바다얼음이 녹을수록 지구의 바다와 대기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지금의 기상 이변도 생기는 거고."

홈스와 왓슨은 짐을 챙겼습니다.

"근데 어디로 가죠?"

"북극의 가장 안쪽, 도달불능점에 가 보세. 등허리로 팔을 뻗어봐. 팔이 닿을락 말락 한 그 지점이야.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곳."                  p.204~205


전국이 열대야로 신음하던 7월 말의 어느 밤, 백두산 타이거즈와 지리산 베어스의 야구 경기가 한창이다. 더위에 지친 투수들은 도무지 아웃 하나를 잡지 못했고, 결국 6대 30이라는 사상 최다 득점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내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다 기후 변화가 부른 참사라면 어떨까. 메이저리그에 홈런이 늘고 있고, 한국에서도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렇게 홈런이 많아지고 대량 득점 경기가 많아지는 것이 폭염 때문이라는 거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대기 온도가 오르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고, 밀도가 낮아진 공기에서는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지구 온난화 시대에는 홈런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 돔 구장이 아닌 야외 구장에서 하루 최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홈런 수가 1.95% 늘어난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고 하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기후 변화가 일상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거다. 전례 없는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교란되고 있고, 한여름 폭염도 매년 잦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북극곰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전 세계 기후 시민을 배신한다고? 슈퍼 저탄소 소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파괴하다니 말이 되나? 기후 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 안에 60억 명이 죽을 수도 있다는데, 기후 재난을 막을 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을 수 있을까? 등 바로 지금의 기후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지도록 이끌어 주는 책이었다. 그 밖에도 지구에 곧 빙하기가 도래할 거라는 주장, 아이슬란드의 북극곰 사냥 열풍, 동해에 명태가 사라진 이유, 바나나가 완전히 멸종될 거라는 설 등 과학적 근거 위에 상상력을 더해 기후 불평등과 동물권, 기술과 자본의 문제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기후 문해력과 생태적 감수성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쓰인 이 책은 '기후 픽션'이라는 흥미로운 구성으로 누구나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후 변화를 둘러싼 진실과 과장,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 자본, 권력의 역학 관계를 재미있는 삽화와 사진 자료들을 통해 쉽게 이해하도록 해주고 있어 기후 변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다. 환경 위기 최전선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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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의 어둠
사와무라 이치 지음, 김진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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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죄송한데 어머님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아까부터 혼자 있었는데요."

"고, 고객님, 무슨 농담을 하시는 건가요. 처음부터 계속 같이 계셨잖아요."

"네에?"

"왜 그렇게 놀라세요? 지금도 옆에 계시는데. 보세요, 분명히 계시잖아요."                  - '부동산 임장' 중에서, p.100


나는 중개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중이다. 집에서는 잠만 자면 된다고 했기 때문에 까다롭게 볼 생각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죄다 '사연 있어 보이는 집'들 뿐이다. 복층 난간에 누가 긁어놓은 것 같은 흠집이 있다거나, 벽장 내부를 새하얗게 칠해두었다거나, 한쪽 마룻바닥만 쑥 들어가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피 매물처럼 보이는 집들이다. 그러다 드디어 가격대에 맞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게 된다. 묘지 옆인데 괜찮냐는 중개인의 말에 집이 넓고 깔끔해서 상관없다고 계약서를 작성하러 가려는데, 갑자기 중개인이 어머님도 동의하시냐고 묻는다. 자신은 처음부터 혼자 나왔는데, 대체 무슨 소리일까. 중개인은 상복같은 옷을 입은 한 여자가 지금도 옆에서 방글방글 웃고 있다고 처음부터 같이 오지 않았냐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중학교 3학년 무렵에 가족들과 2박 3일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부모님과 나, 남동생까지 해서 네 명이 서일본의 어느 산간에 있는 작은 호텔에 갔다. 30년 전이라 당시는 스마트폰은커녕 인터넷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할일이 없어 방에서 뒹굴거리는 중이었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볼 수 있다고 해서 동물이 나오는 모험 영화와 고질라를 빌려 온다. 그런데 기기에 비디오테이프를 넣자, 갑자기 화면이 확 밝아지더니 객실과 똑같은 형태의 일본식 방이 나왔다. 화면 속 누워 있던 여자가 이불에서 나와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얘, 사토루. 라고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가. 얼굴이 부딪칠 정도로 카메라를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여자는 계속 사토루를 부른다.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화면 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동생까지 고질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족들은 내가 봤던 영상을 보지 못한 것이다. 영화를 보다 내가 잠이 든 것일까? 대체 그 이상한 영상의 정체는 뭐였을까. 




"죄송한데,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아니,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으셔서요.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안 되고. 이런 시간이라 정말 무슨 일이 생긴 줄만 알고......"

"장난치지 마세요. 늘 가던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갔잖아요."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아드님은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니, 그게 무슨......"                  - '다리 아래' 중에서, p.140


평범한 현실 속 뒤틀린 인간 심리를 건드리며 극한의 공포를 끌어내는 작품을 보여주었던 사와무라 이치의 신작은 초단편 괴담집이다. <보기왕이 온다>, <즈우노메 인형>, 《시시리바의 집》으로 이어지는 히가 자매 시리즈로 만났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신작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사와무라 이치의 전작들이 꽤나 오싹하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는데, 초단편으로 만나는 호러는 또 어떤 느낌일지, 이번에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평범한 현실 속 뒤틀린 인간 심리를 건드리며 극한의 공포를 끌어냈던 <보기왕이 온다>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파괴해가는 정체불명의 괴물 ‘보기왕’이라는 존재를 통해 '사람의 마음에 생겨나는 틈'에서 비롯된 공포를 그려냈었다. <즈우노메 인형>도 전작만큼이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 준 무시무시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중반 이후 '저주로 사람을 죽이는 도시전설'이라는 것이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더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시시리바의 집>은 고딕 호러 장르의 대표적인 소재인 ‘귀신 들린 집’을 사와무라 이치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었다. 이후에도 히가 자매 시리즈는 두 편이 더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나같이 오싹하고 섬뜩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짧게는 2-3쪽, 길게는 20쪽 내외의 초단편 21편을 통해 일상 속 평범한 공간을 한순간에 오싹한 장소로 바꿔 버린다. 서사가 완벽한 구성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가 갑작스럽게 끝나 버리는 초단편이기 때문에 '진짜'처럼 느껴지는 공포가 있다. 잘 만든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짧은 이야기라 그만큼 몰입도도 뛰어나고, 여운도 길게 남는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은 혼란이, 그 후에는 자꾸만 생각나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깨달음이 오는 것이다. 누군가 실제로 겪었던 경험이나 나에게도 일어날 법한 일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초단편으로 쓰인 괴담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출퇴근길 전철에서 목격한 이상한 현상,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본 경험,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 어느 날부터 조금씩 다르게 보였던 일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낯설고 기묘한 일들은 순식간에 무서운 상상 속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등줄기를 따라 오싹한 한기가 지나가고,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진짜 무서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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