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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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흑해에는 독특한 생태계가 있으며, 이는 아마도 네오에욱시네호수의 갑작스러운 범람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중해가 밀고 들어왔을 때, 밀도가 높은 바닷물이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훨씬 염도가 낮은 상층부를 남겼는데, 그 염도는 대양의 절반 정도였다. 현재 보스포루스해협과 다르다넬스해협에서는 상층과 하층의 역류를 통해 흑해와 지중해 사이에 해수가 지속적으로 교환되고 있다. 그러나 흑해에서는 염도에 따른 층화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바닥에서 위로 올라오는 물의 순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p.52


검은 바다를 뜻하는 '흑해'는 대륙으로 둘러 싸여 있다. 지구상에 수많은 바다가 있지만 '흑해'라는 이름만큼 미스터리함과 강렬함을 보여주는 이름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 바다를 흑해라고 부르게 된 것일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바다를 '폰토스 악세이노스', 즉 어둡고 침울한 바다라고 불렀다. 격렬한 폭풍과 짙은 안개로 인해 항해하는 선원들읠 불안하게 했고, 수심이 워낙 깊어서 물이 앝은 지중해보다 매우 어둡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름이 후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작가들에 의해 환대하는 바다라는 뜻의 '폰투스 에욱시누스'라고 바뀐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의도를 담은 반어법이었거나, 그저 희망 섞인 생각이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흑해를 둘러싼 여섯 나라는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튀르키예이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흑해는 강에서 공급받는 담수와 바다로부터 흘러들어오는 해수가 함께 존재한다. 담수는 염도가 낮고, 해수는 염도가 높기 때문에 그 밀도 차이로 표층은 산소구 풍부하지만, 심층은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지대가 형성되었다. 덕분에 흑해에서 가라앉은 선박의 선체와 구조물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보존된다. 실제로 그 무산소층을 연구하는 심해 탐사 결과 발견했던 것이 5세기경의 비잔티움 시대 선박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게 인류 최초의 항해부터 현재까지 흑해를 항해하다 침몰한 모든 선박, 대략 5만 척에 달하는 개별 난파선들이 해저에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흑해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이유로 흑해는 오스만인의 상상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다. 흑해는 술탄의 영토 중에서도 뚜렷이 구분되는 하나의 지역으로 여겨졌다. 남쪽으로는 아나톨리아 심장부와, 북쪽으로는 다쉬트이 킵차크, 즉 탁 트인 '킵차크 스텝'과 경계를 이루었다. 킵차크 스텝은 바다와 그 북쪽의 폴란드인 및 모스크바인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1538년 오스만제국은 해안의 마지막 조각인 부자크 지구를 정식으로 합병했다. 이곳은 프루트강, 다뉴브강, 드네스트르강 사이에 있는 지역이었다. 그 시점부터 해안선 전체가 오스만 왕조의 견고한 영토로 통합됐다.               p.205


이 책은 언제나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 모습을 드러냈던, 세계를 가르는 경계인 동시에 각 세계의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흑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와 그 주변 여러 민족 및 국가의 역사, 문화, 정치에서 바다의 역할을 살펴보는 이 책은 2700년에 이르는 흑해 세계의 장대한 역사를 단 한 권으로 집약해냈다. 조지타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인 찰스 킹은 국제학 전문가이자 유라시아 지역 연구의 권위자이다. 그는 검은 바다가 품고 있는 기괴한 미스터리와 그 속에 숨겨진 역사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흑해 주변 민족들의 역사와 문화, 정치를 하나로 엮어내고, 유럽 동남쪽 변경 지역에 대한 오래된 지적 지도를 되살려낸다. 흑해는 어딘가 우중충하고 버려진 거대한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위치적 특성이 흑해를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바다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흑해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흑해는 알려진 세계의 끝자락에 있었고 신화 속 괴물들과 반인반수, 영웅들이 사는 곳이었다. 하지만 차츰 그리스 무역 식민지가 성장하며 해안 지역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거대한 상업 제국과 연결되며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왜 흑해 주변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걸까. 왜 흑해에서 발견되는 난파선은 수천 년간 썩지 않을까. 성경 속 대홍수는 정말 흑해에서 일어났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흑해에 대해 이렇게 호기심 어린 질문들로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흑해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세계의 ‘끝’으로 여겨져온 흑해는 언제나 역사가 ‘시작’되고, 세계가 ‘연결’되는 바다였던 것이다. 21세기 흑해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와 20세기 냉전 시대의 지정학이 중첩되는 복잡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누군가에게는 전략적 관문이자 완충 지대이며,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생존의 필수 통로이고, 누군가에게는 분쟁의 바다이기도 하다. 특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흑해는 더 이상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의 여파가 곧바로 전 세계의 식량 가격및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수천 년의 역사를 만나보고, 현재의 복합적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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