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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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퀸 앤 애비뉴에서 살해당한 노파 기억나? 미제로 남은 사건 말이야."
"노라 스티븐스?"
"범인이 누군지 몰라 찜찜하지 않아?"
"당연히 찜찜하지."
"20년 동안 그랬다면 얼마나 찜찜할지 상상해봐.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해답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겠어?"      p.208

 

트레이시와 세라는 각별히 사이가 좋은 자매였다. 그 날은 워싱턴 주 카우보이 액션 슈팅 챔피언을 가르는 결승전 날이었다. 스물두 살의 트레이시는 이미 세 차례 우승했지만, 작년에 네 살 어린 동생 세라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겼다. 올해 자매는 거의 동점으로 결승에 올랐고, 트레이시는 한 발, 세라는 두 발이 빗나가 트레이시가 우승을 한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세라가 일부러 실수해 자신이 우승하도록 했다는 것을 안다. 그날 저녁 남자친구인 벤에게 청혼을 받았고, 그 준비를 동생과 벤이 함께 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필 그날은 폭풍이 예고된 날이었고, 벤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세라를 집까지 데려다 주지 않고 혼자 보낸 것이 트레이시는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그 후 20년 동안 트레이시는 세라를 다시 보지 못했다.

 

세라는 실종됐고, 성범죄 전과가 있는 에드먼드가 범인으로 체포되어 정황증거만으로 1급 살인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재판에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 있었고, 진실을 찾기 위해 형사가 된다. 사건 이후 20년, 고향의 숲에서 세라의 유해가 발견된다. 드디어, 동생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시의 가슴속에 차오르는 감정은 슬픔이나 회한, 자책감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그녀는 동생의 실종이 사람들의 추측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 사건에 뭔가 더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그걸 입증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사건 이후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기억도 바래지고, 증거도 대부분 사라진 지금, 트레이시는 그날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는 눈치로군."
"어차피 벌어질 일은 벌어져, 밴스. 이제 와서 마음을 바꾸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돼."
"한 번도 의심 안 해봤어?"
"우리가 옳은 일을 했는가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캘러웨이는 술을 다 마시고 아내가 폭풍에 대해 경고했던 일을 떠올렸다. "자네도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 가서 아내한테 키스해줘.      p.366

 

이야기는 평범한 스릴러처럼 전개된다. 한 여성이 사라지고, 재판 과정에서 진실은 조작되고, 범인은 날조되어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렇게 사건은 그대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갈 즈음, 수십 년 동안 진실을 밝히겠다는 신념으로 버텨온 가족이 형사가 되어 모든 걸 다시 파헤치기로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울 리 없다. 범인으로 지목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무고한 시민이 아니라, 가석방으로 풀려난 강간범이었으니 말이다. 법의 수호자인 형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범에게 새로운 재판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으니 언론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500여 페이지 정도 되는 페이지의 반 정도가 바로 그 과정에 사용된다. 그리고 2부가 되면 본격적인 법정극이 펼쳐진다. 치밀하게 구성된 법정 장면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드디어 20년 전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돌아서는 순간, 작가는 그 모든 것을 완전히, 뿌리부터 뒤집어 버린다. 반전이 단순한 깜짝쇼가 아니라, 겹겹으로 숨겨진 비밀에서 오는 먹먹함과 함께 오기 때문에 그 충격과 여운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후반부의 100여 페이지는 어떻게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휘몰아치는 광풍에 휩싸인 것처럼 지나간다.  책을 펼치면 그야말로 끝까지 멈출 수 없는, 제대로 된 페이지 터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로버트 두고니의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 8권까지 출간되었고, 전세계 25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8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곧 영상화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변호사였던 작가 두고니는 법정 소설로 데뷔하며 '존 그리샴의 성취를 이을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다. 트레이시 시리즈 외에도 여러 시리즈를 출간한 작가이기에 국내에 왜 이렇게 늦게 소개되었나 싶을 정도로 궁금했던 작가였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자 마자, 로버트 두고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부터 아직 소개되지 않은 다른 시리즈들도 모두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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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세이지 작품집 & 원근법 테크닉 - 일러스트를 위한 투시도법 그리다
요시다 세이지 지음, 고영자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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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요시다 세이지의 첫 화집이다. 그의 개성이 가득 담긴 작품이 53점이나 수록되어 있고, 퀄리티도 아주 훌륭하다. 게다가 그의 작화 노하우를 배워볼 수 있도록 작품과 투시도법, 풍경과 배경을 그리기 위한 테크닉을 소개하고 있어 일러스트와 배경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풍경과 배경을 그리기 위한 효과적인 테크닉을 설명해준다. 퍼스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법부터 제대로 배운 사람도 적용하기 쉬운 퍼스의 기술까지 다양한 테크닉을 소개하고 있으니, 자신의 그림에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일러스트의 제작 과정을 통해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작가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요시다 세이지로부터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도 든다. 퍼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지면으로부터의 높이를 맞추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것, 크기를 맞추어 그릴 때 평면적으로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앙각과 부감으로 그리는 방법, 그럴듯한 자연 풍경을 그리는 팁 등 초보자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전공자라면 제대로 가이드가 되어줄 노하우들이 가득하다.

 

 

그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중에서도 배경을 메인으로 그리는 사람은 정말 적어서 만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게임 등의 업계에서 배경 쪽은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배경은 유행을 타지 않아 한 번 그릴 수 있게 되면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배경을 그리는 전문가가 되어 보는 것도 좋다고 요시다 세이지는 적극 추천하고 있다.

 

 

특히나 원근감이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이론인 퍼스에 대해서 기본 지식부터 1점 투시, 2점 투시, 3점 투시 등 종류와 그리는 법, 복수의 소실점이 있는 풍경을 그리는 방법 과 다양한 퍼스의 활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원근법 테크닉이 필요하다면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마지막에는 요시다 세이지의 긴 인터뷰가 세 페이지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그의 작화에 대한 신념과 미의식, 하루 스케줄과 일상 등 히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요시다 세이지는 '배경 작업에서는 단순히 풍경이나 건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감정에까지 작용하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서 배경에 따라 장면의 분위기가 크게 좌우되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배경을 가능한 한 단순화하고 즐겁게 이해하고 싶다면, 유명한 배경 아티스트 요시다 세이지의 작품과 그의 작화 노하우를 함께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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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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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불가피하지 않는 한, 이런 목표를 단념하고 싶지 않았다... 삶을 넓게 바싹 베어내면서 구석으로 몰아붙여 삶의 가장 밑바닥 조건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p.121

 

내가 <월든>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에이모 토울스의 눈부신 데뷔작 <우아한 연인>이라는 작품을 읽고 나서였다. 극 중 남자 주인공 팅커가 오래 전 여자 주인공 케이트가 무인도에 난파할 때 소로의 월든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그 책을 읽기 시작하는 걸로 나왔었다. 케이트는 엄청난 책벌레였고, 작품 곳곳에서 고전 문학들이 배경으로 보여지고,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나는 8년 전 이 작품과 사랑에 빠져서 <월든>을 읽어 보려고 책을 주문했는데, 받아 보고 나니 이미 내 서재에 있었던 책이었다. 덕분에 지금 나에게는 <월든>이 각기 다른 버전으로 세 권이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출간된 현대 지성 클래식의 <월든>이 궁금했던 이유는, 전문 사진작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찍은 66장의 사진을 본문 순서에 맞게 재배치해 수록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월든>을 읽으면서 누구나 눈 앞에 월든 호수와 숲속 풍경들이 그려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이 책을 다시 읽는 다면 얼마나 근사한 경험이 될까 기대가 되었다. <월든>은 국내에 꽤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렇게나 많은 풍경 사진이 함께 수록된 버전은 유일하다. 그러니 나처럼 이미 <월든>을 가지고 있거나 읽었더라도, 이번에 출간된 현대지성 클래식 버전으로 꼭 다시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근사한 사진들 덕분에 <월든>의 감동이 두 배가 되니 말이다.

 

 

 

단 한 차례 내린 부드러운 비가 풀을 훨씬 더 푸르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더 좋은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들어오면 전망은 그만큼 밝아진다. 우리가 항상 현재에 살면서, 풀이 자기에게 내린 약간의 이슬방울로 인한 영향도 인정하듯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존재가 될 것이다... 계절은 이미 봄인데 우리는 겨울 속을 배회하고 있다. 상쾌한 봄날 아침에 모든 사람의 죄악은 용서된다. 이런 날은 악덕과 휴전하는 날이다.       p.415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수의 가장자리에 손수 집을 지었고, 직접 노동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을 2년 2개월이나 했다. 이웃으로부터 1마일 떨어진 숲속에 혼자 사는 기분이란 어떨까. 외롭거나 무섭지는 않았을까. 도시의 문명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사는 게 불편하고, 어렵지는 않았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어 옷을 사고, 물건을 구입하고, 집을 마련하는 등 언제나 뭔가를 더 많이 얻으려고 한다. 그에 비해 소로는 훨씬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려 한 것이다.

 

그는 도끼를 한 자루 빌려 윌든 호수가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고, 집을 지으려고 하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 목재로 쓰기 위한 소나무를 벌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고, 자신이 직접 키운 곡식만 먹으며, 그 양도 딱 먹을 만큼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측량 일, 목수 일, 다양한 일용 노동을 해서 돈을 벌었고, 그 외에 세탁과 옷 수선 등 금전적 지출을 위해 농산물을 수확해 팔기도 했다. 온갖 불필요한 물건들에 잔뜩 둘러 쌓인 채 살고 있으면서도, 늘 더 많은 것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소로의 삶은 대단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책에는 소로가 같은 시기에 쓴 <시민 불복종>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월든>과 <시민 불복종>은 하나로 읽으면 더 좋다. 특히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말은 정부나 점령국의 요구, 명령에 대하여 폭력 등을 취하지 않고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소극적인 저항의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을 정도로 하나의 개념어가 되었다고 하니, <월든>만큼이나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래 전 <월든>을 처음 읽었을 때는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다시 만난 <월든>은 굉장히 술술 잘 읽혔다. 가독성이 뛰어난 번역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 함께 수록된 근사한 사진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역자의 풍성한 해제가 말미에 수록되어 있으니 작품의 이해를 도와줄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는 요즘같은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미덕을 배우고 내 삶을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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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칙 - 권력, 유혹, 마스터리, 전쟁, 인간 본성에 대한 366가지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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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고 싶으면 책을 쓰고, 음악가가 되고 싶으면 음악을 하라. 사업을 벌이고 싶으면 창업하라.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음악이나 사업의 대가를 찾아 졸졸 따라다녀라. 그들의 발치에서 배우고 그들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라. 당신이 숙달하고자 하는 세계나 업계에 푹 빠져들어라. 당신이 세상에서 읽을 수 있는 어떤 책보다, 들을 수 있는 어떤 강좌보다 실천을 통한 배움이 더 낫다.       p.57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가 하나의 꼭지로 구성되어 하루에 한 페이지씩, 365일 1년 동안 할 수 있는 책들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출판사에서 여러 장르의 책들이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로버트 그린이다. 이 책은 특히나 로버트 그린이 자신의 저작과 미공개 원고에서 직접 핵심을 추출해내고 하루하루 써내려갔기에 더윽 의미가 있다. 그의 전작들을 흥미롭게 읽어 왔다면 이번 책도 꼭 만나봐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그 동안 로버트 그린이 쓴 5권의 책과 현재 집필 중인 <숭고함의 법칙>,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인터뷰와 강연, 그동안 쓴 블로그와 온라인 에세이에서 추려낸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로버트 그린은 인간 관계, 심리에 관한 책으로 유명한데, 독특하게도 전공이 심리학이 아니라 고전학이다. 그래서인지 여타의 심리서와는 뚜렷하게 차별화된 스타일로 글을 써왔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권력의 법칙>은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현대판이라 불릴 정도였고, 고전과 역사 속 인물과 사건에서 다양한 상황을 끄집어내어 현대사회에 맞는 치밀한 전략으로 재구성한 <전쟁의 기술>은 ‘21세기 판 손자병법’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유혹의 기술>은 파리스와 헬레네가 등장하는 그리스로마 신화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유혹이라는 게임의 공격과 방어의 모든 기술을 담았으니 말이다.

 

그 모든 글들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해 1일 1법칙, 즉 하루에 하나, 오늘의 법칙을 만날 수 있어 가독성도 매우 뛰어난 책이다.

 

 

우리 인간은 순간을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우리 본성의 동물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보고 듣는 것에, 사건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에 무엇보다 먼저 반응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현재에만 매여 있는 동물은 아니다. 인간의 현실은 과거를 포괄한다. 모든 사건은 역사적 인과의 끝없는 연쇄 속에서 이전에 일어난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의 문제는 과거에 깊은 뿌리를 둔다. 인간의 현실은 미래도 아우른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먼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p.404

 

새해의 시작인 1월 1일에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성취하도록 운명지어진 일, 소명을 발견하고, 2월 8일에는 완벽한 멘토를 찾아 보고, 3월 11일에는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보자. 4월 12일에는 적과 화해하고, 그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보고, 6월 20일에는 자신의 취약점을 권력으로 탈바꿈시키는 법을 배워 보자. 각각의 날짜에 해당되는 내용 아래에는 출처가 된 책의 제목과 장이 표시되어 있으니, 더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다면 해당 책을 찾아서 더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때그때의 관심사에 따라서 원하는 부분을 골라 읽어도 무방하지만, 로버트 그린이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책을 집어든 첫날부터 하루에 한 꼭지씩 읽는 것이다. 새해가 이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새해의 첫 날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쟁의 기술>,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등 로버트 그린의 책은 '벽돌책'으로 유명하다. 이들 책 모두 600페이지를 가뿐히 넘으며 700페이지 가까이 되고, <인간 본성의 법칙>은 무려 9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다. 무시무시한 분량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뛰어나고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상당히 잘 읽히는 편이지만, 압도적인 분량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인간 심리의 대가, 로버트 그린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이 책으로 직접 만나보면 어떨까.

 

권력과 유혹, 전쟁, 전략, 정치, 심리, 생산성 등을 아우르는 인간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해 조언해주는 매일의 법칙들도 흥미롭지만, 새로운 매달이 시작하기 전에 로버트 그린이 들려주는 개인적인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경험과 책을 쓰는 과정, 책을 출간하고 나서의 변화 등 그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생생한 인생 지침을 배우게 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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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구하라! 괴짜 박사 프록토르 5
요 네스뵈 지음, 페르 뒤브비그 그림, 장미란 옮김 / 사계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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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장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아이들은 소곤소곤 이야기하거나 고개를 떨군 채 혼자 서 있었다. 체육관으로 가는 계단 위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르테였다. 비르테는 소심하고도 눈물 어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이건 불공평해. 크리스마스는 누구나 축하할 수 있어야 해. 불공평해. 진짜 불공평하다고!"         p.51

 

악당 트라네는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소유권을 사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발표한다. 바로 트라네 백화점에서 1만 크로네어치의 물건을 구매해야만 크리스마스 등록 회원이 될 수 있었다. 뉴스가 나가는 그 시점부터 트라네의 허가 없이는 아무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없었다. 캐럴을 듣거나, 트리를 꾸미거나, 크리스마스 예배, 심지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도 말이다. 이러한 규정들을 어길 경우 크리스마스 경찰이 나타나 규정대로 집행할 거라고, 경찰들은 지금부터 순찰을 개시할 거라고 공표한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트라네는 시리즈가 진행되는 내내 리세와 불레를 비롯해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못된 짓만 골라 하던 쌍둥이 형제들의 아빠다. 국왕은 지하실에 곰팡이가 생겼는데, 그걸 해결할 비용이 부족해서 크리스마스를 팔게 되었다. 이것도 모두 트라네가 꾸민 일이었지만, 국왕은 어차피 크리스마스가 자신의 것인 줄도 몰랐다고 신경 쓰지 않는다. 리세와 불레는 이러한 일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고, 크리스마스를 구하기 위해 프록토르 박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프록토르 박사는 20여 년 전에 산타클로스 일을 그만둔 스타니슬로프를 만나러 아이들을 데리고 외로운 묘비 술집으로 향한다.

 

 

"이상하지 않아요?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새로운 선물을 받을 생각만 해요.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멋진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게 행운이고 훨씬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트라네 회사는 정작 크리스마스 선물이 필요한 사람들을 속이고 선물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다니, 너무 속상해요."
리세, 넌 정말 똑똑한 아이구나." 프록토르 박사가 미소 지었다.     p.244

 

요 네스뵈의 '괴짜 박사 프록토르' 시리즈가 전체 5권으로 완간이 되었다. <신기한 방귀 가루>, <신기한 비누 거품>, <달 카멜레온을 찾아라!>에 이어 이번에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금괴 도둑과 비밀 정원>, 그리고 다섯 번째 작품인 <크리스마스를 구하라>가 함께 출간되었다. 아동 판타지 동화라고 해서 절대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 분량이 제일 많았던 세 번째 작품은 사백 페이지에 가까웠고, 이번에 나온 버전도 삼백 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이다. 게다가 시리즈가 5권이나 되니 어린이 도서로는 꽤 벽돌책에 가까운 작품인 셈이다. 그리고 그 분량만큼 아주 독특하고, 개성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작가가 요 네스뵈 아닌가. 절대 유치하고, 가볍게만 끝나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요 네스뵈의 스릴러 작품들을 좋아하는 어른 독자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잇는 요소들이 꽤 많다는 얘기다.

 

 

그 동안 이 시리즈를 읽어 오면서 페르 뒤브비그가 삽화가 자아내는 간결하지만, 어딘가 과장되어 있는 표현들이 어린이 들이 재미있어 하는 코드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시리즈 마지막 작품에서는 오슬로의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크리스마스 트리와 벽난로, 산타클로스와 눈사람 등이 등장해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개인적으로는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떠올리게 만드는 눈사람 삽화가 인상적이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요 네스뵈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도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다. 어떻게 이 시리즈를 구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이번 작품에 대한 설명, 그리고 책이 나온 뒤 딸과의 에피소드, 이 시리즈에서 요 네스뵈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와 주인공들에 대한 작가의 설명도 들어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이 시리즈는 1권, 2권이 모두 영화로 제작되어 노르웨이와 독일, 영국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영상화된 버전도 궁금해진다.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영화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괴짜 박사 프록토르 시리즈와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떨까. 불레와 리세, 프록토르 박사는 산타클로스와 함께 악당으로부터 크리스마스를 구할 수 있을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서둘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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