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구하라! 괴짜 박사 프록토르 5
요 네스뵈 지음, 페르 뒤브비그 그림, 장미란 옮김 / 사계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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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장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아이들은 소곤소곤 이야기하거나 고개를 떨군 채 혼자 서 있었다. 체육관으로 가는 계단 위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르테였다. 비르테는 소심하고도 눈물 어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이건 불공평해. 크리스마스는 누구나 축하할 수 있어야 해. 불공평해. 진짜 불공평하다고!"         p.51

 

악당 트라네는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소유권을 사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발표한다. 바로 트라네 백화점에서 1만 크로네어치의 물건을 구매해야만 크리스마스 등록 회원이 될 수 있었다. 뉴스가 나가는 그 시점부터 트라네의 허가 없이는 아무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없었다. 캐럴을 듣거나, 트리를 꾸미거나, 크리스마스 예배, 심지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도 말이다. 이러한 규정들을 어길 경우 크리스마스 경찰이 나타나 규정대로 집행할 거라고, 경찰들은 지금부터 순찰을 개시할 거라고 공표한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트라네는 시리즈가 진행되는 내내 리세와 불레를 비롯해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못된 짓만 골라 하던 쌍둥이 형제들의 아빠다. 국왕은 지하실에 곰팡이가 생겼는데, 그걸 해결할 비용이 부족해서 크리스마스를 팔게 되었다. 이것도 모두 트라네가 꾸민 일이었지만, 국왕은 어차피 크리스마스가 자신의 것인 줄도 몰랐다고 신경 쓰지 않는다. 리세와 불레는 이러한 일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고, 크리스마스를 구하기 위해 프록토르 박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프록토르 박사는 20여 년 전에 산타클로스 일을 그만둔 스타니슬로프를 만나러 아이들을 데리고 외로운 묘비 술집으로 향한다.

 

 

"이상하지 않아요?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새로운 선물을 받을 생각만 해요.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멋진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게 행운이고 훨씬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트라네 회사는 정작 크리스마스 선물이 필요한 사람들을 속이고 선물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다니, 너무 속상해요."
리세, 넌 정말 똑똑한 아이구나." 프록토르 박사가 미소 지었다.     p.244

 

요 네스뵈의 '괴짜 박사 프록토르' 시리즈가 전체 5권으로 완간이 되었다. <신기한 방귀 가루>, <신기한 비누 거품>, <달 카멜레온을 찾아라!>에 이어 이번에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금괴 도둑과 비밀 정원>, 그리고 다섯 번째 작품인 <크리스마스를 구하라>가 함께 출간되었다. 아동 판타지 동화라고 해서 절대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 분량이 제일 많았던 세 번째 작품은 사백 페이지에 가까웠고, 이번에 나온 버전도 삼백 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이다. 게다가 시리즈가 5권이나 되니 어린이 도서로는 꽤 벽돌책에 가까운 작품인 셈이다. 그리고 그 분량만큼 아주 독특하고, 개성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작가가 요 네스뵈 아닌가. 절대 유치하고, 가볍게만 끝나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요 네스뵈의 스릴러 작품들을 좋아하는 어른 독자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잇는 요소들이 꽤 많다는 얘기다.

 

 

그 동안 이 시리즈를 읽어 오면서 페르 뒤브비그가 삽화가 자아내는 간결하지만, 어딘가 과장되어 있는 표현들이 어린이 들이 재미있어 하는 코드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시리즈 마지막 작품에서는 오슬로의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크리스마스 트리와 벽난로, 산타클로스와 눈사람 등이 등장해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개인적으로는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떠올리게 만드는 눈사람 삽화가 인상적이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요 네스뵈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도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다. 어떻게 이 시리즈를 구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이번 작품에 대한 설명, 그리고 책이 나온 뒤 딸과의 에피소드, 이 시리즈에서 요 네스뵈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와 주인공들에 대한 작가의 설명도 들어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이 시리즈는 1권, 2권이 모두 영화로 제작되어 노르웨이와 독일, 영국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영상화된 버전도 궁금해진다.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영화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괴짜 박사 프록토르 시리즈와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떨까. 불레와 리세, 프록토르 박사는 산타클로스와 함께 악당으로부터 크리스마스를 구할 수 있을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서둘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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