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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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불가피하지 않는 한, 이런 목표를 단념하고 싶지 않았다... 삶을 넓게 바싹 베어내면서 구석으로 몰아붙여 삶의 가장 밑바닥 조건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p.121

 

내가 <월든>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에이모 토울스의 눈부신 데뷔작 <우아한 연인>이라는 작품을 읽고 나서였다. 극 중 남자 주인공 팅커가 오래 전 여자 주인공 케이트가 무인도에 난파할 때 소로의 월든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그 책을 읽기 시작하는 걸로 나왔었다. 케이트는 엄청난 책벌레였고, 작품 곳곳에서 고전 문학들이 배경으로 보여지고,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나는 8년 전 이 작품과 사랑에 빠져서 <월든>을 읽어 보려고 책을 주문했는데, 받아 보고 나니 이미 내 서재에 있었던 책이었다. 덕분에 지금 나에게는 <월든>이 각기 다른 버전으로 세 권이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출간된 현대 지성 클래식의 <월든>이 궁금했던 이유는, 전문 사진작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찍은 66장의 사진을 본문 순서에 맞게 재배치해 수록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월든>을 읽으면서 누구나 눈 앞에 월든 호수와 숲속 풍경들이 그려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이 책을 다시 읽는 다면 얼마나 근사한 경험이 될까 기대가 되었다. <월든>은 국내에 꽤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렇게나 많은 풍경 사진이 함께 수록된 버전은 유일하다. 그러니 나처럼 이미 <월든>을 가지고 있거나 읽었더라도, 이번에 출간된 현대지성 클래식 버전으로 꼭 다시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근사한 사진들 덕분에 <월든>의 감동이 두 배가 되니 말이다.

 

 

 

단 한 차례 내린 부드러운 비가 풀을 훨씬 더 푸르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더 좋은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들어오면 전망은 그만큼 밝아진다. 우리가 항상 현재에 살면서, 풀이 자기에게 내린 약간의 이슬방울로 인한 영향도 인정하듯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존재가 될 것이다... 계절은 이미 봄인데 우리는 겨울 속을 배회하고 있다. 상쾌한 봄날 아침에 모든 사람의 죄악은 용서된다. 이런 날은 악덕과 휴전하는 날이다.       p.415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수의 가장자리에 손수 집을 지었고, 직접 노동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을 2년 2개월이나 했다. 이웃으로부터 1마일 떨어진 숲속에 혼자 사는 기분이란 어떨까. 외롭거나 무섭지는 않았을까. 도시의 문명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사는 게 불편하고, 어렵지는 않았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어 옷을 사고, 물건을 구입하고, 집을 마련하는 등 언제나 뭔가를 더 많이 얻으려고 한다. 그에 비해 소로는 훨씬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려 한 것이다.

 

그는 도끼를 한 자루 빌려 윌든 호수가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고, 집을 지으려고 하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 목재로 쓰기 위한 소나무를 벌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고, 자신이 직접 키운 곡식만 먹으며, 그 양도 딱 먹을 만큼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측량 일, 목수 일, 다양한 일용 노동을 해서 돈을 벌었고, 그 외에 세탁과 옷 수선 등 금전적 지출을 위해 농산물을 수확해 팔기도 했다. 온갖 불필요한 물건들에 잔뜩 둘러 쌓인 채 살고 있으면서도, 늘 더 많은 것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소로의 삶은 대단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책에는 소로가 같은 시기에 쓴 <시민 불복종>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월든>과 <시민 불복종>은 하나로 읽으면 더 좋다. 특히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말은 정부나 점령국의 요구, 명령에 대하여 폭력 등을 취하지 않고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소극적인 저항의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을 정도로 하나의 개념어가 되었다고 하니, <월든>만큼이나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래 전 <월든>을 처음 읽었을 때는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다시 만난 <월든>은 굉장히 술술 잘 읽혔다. 가독성이 뛰어난 번역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 함께 수록된 근사한 사진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역자의 풍성한 해제가 말미에 수록되어 있으니 작품의 이해를 도와줄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는 요즘같은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미덕을 배우고 내 삶을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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