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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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라도 모든 것을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면, 내가 손을 놓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요. 내가 없이는 모든 게 무너질 거라 생각했지만 인생은 계속됩니다.    p.83

 

일러스트레이터 에스더 김은 LA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10대를 보낸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러한 다문화적 성장 배경으로 작가는 세 도시의 어느 한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완벽한 한국인도, 그렇다고 완벽한 미국인도 되지 못했던 정체성에서 오는 외로움을 담아 한쪽을 향해 있는 큰 귀와 글썽이는 눈망울이 특징인 폭신한 토끼 '에스더버니'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에스더버니의 첫 그림에세이이다.

 

 

이 책에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패션과 문화에 열정적인 리본버니, 감성적이고 사려 깊으며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로즈버니, 워커홀릭에 스스로에게 부정적이고 엄격한 옐로우버니, 작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가진 것에 감사하는 라벤더버니, 조용하고 생각이 깊으며 소녀다운 취미를 가지고 있는 크림버니까지.. 겉모습도, 성격도 너무 다르지만 각각의 버니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버니들이 모두 나라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즐기기로 했다고 말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남자친구에게는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이 엄마에게는 투덜대고 소리만 질러대는 딸일 수 있고, 직장에서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가까이 가기에 먼 인상을 주던 사람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비행기에 타면 항상 승무원들이 말하죠.
비상시 산소마스크는 자신이 먼저 쓰고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도우라고요.
나를 사랑하는 것도 똑같아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나를 사랑해줘요.    p.211

 

리본버니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쇼핑 테라피를 하고는 한다. 예쁜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 뭔지 아마 대부분의 여성 독자들이 알 것이다. 옐로우버니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늘 행복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일이 너무 많아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시간이 전혀 없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 스스로 상기하고 있다.

 

늘 상대방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치장해둔 꽃 뒤에 살그머니 숨어 있는 로즈버니는 누군가 숨어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싫어할까봐 두려워한다. 사실 모든 사람이 날 싫어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 타인의 시선은 보다는 나 자신에게 더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라벤더버니는 잘한 일이 있을 때는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기운내라고 응원을 해준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이라는 영양제를 매일 챙겨 먹는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폭신폭신 솜사탕 토끼 ‘에스더버니’의 여러 모습을 색상으로 구분해 다채롭게 담고 있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들이 너무도 달콤하게 가득 담겨있어 참 사랑스럽고, 예쁜 책이다. 섬세한 소녀스러움이 묻어나는 솜사탕 토끼 에스더버니를 통해서,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언제나 내가 ‘나’를 잃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 보자. 나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고,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용기를 안겨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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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내향인의 섬세한 성공 전략
모라 애런스-밀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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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인 자신을 사랑하라. 하지만 은둔 성향이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라. 자신을 돌볼 때는 열심히 사랑해주고, 외부 세계와 마주하기로 했을 때는 온전한 자신으로 소통하라. 매일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지키면서도 세상에 긍정적으로 관여하며 건강한 은둔형 인간이 되도록 스스로를 독려하자. 당신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때를 위해 최상의 모습을 아껴두고 있을 뿐이다.    p.104

 

현대 사회에서 '내성적'이라는 말은 결코 미덕이 될 수 없다. 경력 관리, 인간관계,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드높이며 자신을 전시하는 시대, 이 같은 편견에 맞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책을 만났다. 마케팅 회사 대표, 포브스 팟캐스트 진행자, 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스스로를 ‘은둔형 사업가’라 칭하는 저자가 ‘내성적이어도’가 아닌 ‘내성적이어서’ 이뤄낸 성공담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필수 조건 대부분이 실제로는 모두 헛소리라고. 그녀가 인터뷰한 150명 이상의 회사 중역들의 고백이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자신 역시 선천적인 은둔형 인간으로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회의나 강연이 두렵고, 집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주로 영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업주이다. 타고난 성향만 보자면 거의 매일 화장실에 숨어 있어야 하며 집을 떠날 수 없는 사람임에도 그녀는 어떻게 성공한 사업가가 된 걸까.

 

 

나는 두둑한 월급보다 지금 당장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인 만큼, 타인의 기대보다 적게 일한 만큼 돈, 명성, 승진, 한창때라는 느낌을 잃게 된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일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부분적인 유연근무제나 근무 시간 분할 등의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당신의 시간은 당신의 것이며, 어떻게 사용할지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p.139

 

저자는 서른 살도 되기 전에 회사를 아홉 번이나 옮겼고, 거의 모든 날마다 화장실에서 울었으며, 공황발작을 겪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많은 미팅과 넘쳐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피해 ‘혼자 숨어 있고 싶은’ 욕망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쉬고 다시 일하며 유연한 일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사교적이지 않아도, 24시간 치열하게 일하고 싶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진짜 '나 자신'이기만 하면 된다. 그녀는 내향인들만의 깊은 사고력과 그에 기반한 창의성,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진중한 태도 등의 장점을 어떻게 사업적으로 발현시켜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균형 잡힌 일과 여가를 구성하는 방법부터 집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인맥을 관리하는 방법까지 불안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각자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처방전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인터뷰한 100여 명 이상의 유명인사와 CEO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혼자 있는 시간의 힘과 고독의 가치, 검증된 비즈니스 기술, 현실적이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실제 사연들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타고난 성향이나 성격을 고치거나 연기하지 않고도 내재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화장실에서 우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혼자여도, 불안해도, 숨고 싶어도 괜찮다. 내향적인 성격이 약점이 아니라고, 다수가 아닌 혼자일 때 더 충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흔치 않을 것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자신을 긍정하고 싶다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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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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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축으로 진행되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시간은 죽음이라는 일방통행로를 따라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시간이 우리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데 비해 공간은 유동적이며 탄력적이다. 선택의 가능성이 있기에. 우연적으로 일어난 일, 찰나의 스치는 만남, 이런 것들이 어떤 공간에서는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결과로 변할 수도 있다. 삶에서 예외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상상을 열어주는 공간'이다. 어떤 장소는 우리의 상상을 현실화시키고, 더 나아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 삶을 열어주기도 한다.   p.68~69

 

여행지를 정하고, 숙소와 티켓을 예약하고 현지에서의 계획을 세운 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여행 가방을 싸는 일이다.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가져가는 것이 목적이라 옷이든 화장품이든 짐을 가볍게 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짐을 챙긴다. 하지만 책을 서너 권 넣고 나면 항상 망설이게 된다. 이 책을 더 넣을까, 아님 이 책을 빼고 이 책을 데려갈까. 그러다 어느 날에는 겨우 2박 3일 일정의 여행인데, 책을 열 권을 챙겨간 적도 있다. 그렇게 책으로 가득 차 돌덩이가 든 것처럼 무거운 가방을 가져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여정이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비행기에서 읽을 책, 호텔에서 자기 전에 읽을 책, 현지의 어느 곳을 방문했을 때 그곳과 어울리는 책들도 데려가고 싶은 마음에 짐을 챙기다 보면, 이건 사람이 여행을 가는 건지 책이 여행을 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이 여행만큼이나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 '걷기 여행' 붐을 일으킨 도보여행가이자 한국 대표 여행작가인 김남희 역시 여행 가방의 필수품이자, 삶의 필수품을 '책'으로 꼽는다. 그녀는 말한다. 근사한 집이 없어도, 든든한 통장이 없어도, 다정한 연인이 없어도, 독서와 여행이 가능한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기에, 여행과 독서는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그녀의 여행 역시 배낭에 넣어갈 책을 고르는 일로 시작된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혹은 여행지에서 습관처럼 펼쳐 든 책들의 이야기가 작가가 머문 그곳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순간들을 담고 있다.

 

 

불빛이 비치는 서점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설 때면 드넓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기분이다. 슬며시 서점 안을 둘러보며 주인의 취향을 가늠해볼 때면 나쁜 짓이라도 하는 듯 심장이 두근거린다. 시류에 호응하는 책들 사이에 놓인 비주류의 책이 고집스러운 주인의 취향을 은근히 드러낼 때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소중히 놓여 있는 모습을 보면 취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 빼내 손에 들 때면 묻어 있는 먼지조차 사랑스럽다.   p.137


 느릿느릿 흘러가는 치앙마이에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천천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고요한 언덕의 도시 리스본에서는 리스본을 사랑한 작가의 소설을 골라본다. 불과 얼음의 땅,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자연이 살아 있는 레이캬비크에서는 범죄 소설이 어울릴 것 같아 평소라면 잘 읽지 않을 장르의 책에도 과감히 손을 뻗어본다. 마음의 그물이 느슨해지는 여행지에서는 독서의 취향조차 넉넉해지곤 하니 말이다. 그리스의 작은 섬 이드라는 어디서건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고양이 섬'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매일 고양이와 함께하는 날들을 보내며 그녀는 후지와라 신야의 책 <인생의 낮잠>을 떠올린다. 네팔 포카라의 호숫가 카페에서 처음 읽었던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손끝으로 누르며 한동안 호숫가를 서성이게 만들었고, 브라질의 마나우스까지 들어가 신청한 아마존 투어를 했지만 아마존을 제대로 알지 못해 놓쳐 버린 많은 것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었던 건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나무의 노래>였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수많은 여행지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등장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바닷마을 다이어리>, <섬에 있는 서점>, <인투 더 와일드>, <안나 카레니나>, <작은 것들의 신>, <모스크바의 신사>, <스노우 블라인드> 등등... 많은 책들이 여행과 함께 하고 있다. 서른네 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세보증금과 적금을 빼서 세계 일주를 떠났던 모험 이후,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 이제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다. 여행이 매혹적인 이유는 여행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과 후, 우리는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 상 멀리 떠날 수 없을 때는 책 속으로 떠나면 된다. 독서라는 행위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준비 없이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점이니 말이다. 숨 막히게 답답한 이 세계를 잠시나마 벗어나 책 안의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선택할 수 있다. 여행과 책이라는 환상의 콜라보에 당신을 초대한다. 언젠가는 우리가 여행지에서 책을 든 채 마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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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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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잘하고 물을 좋아하는 소년 줄리앙은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인어들을 직접 만나게 된다. 책 속에서만 보았던 인어를 본 소년은 인어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반한다. 그리고 자신도 인어가 되어 바다 속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는 것을 상상한다.

 

"할머니는 인어 봤어?"
"그럼, 봤지."

"할머니... 나도 인어인데."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목욕을 하러 가느라 자리를 비우고, 혼자 남겨진 줄리앙은 커튼과 화분으로 인어 분장을 하며 논다.

 

 

소년이 인어의 모습이 되어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무뚝뚝한 할머니는 화가 난 표정으로 자리를 피한다. 남자아이가 자신을 사회가 규정한 남자다운 모습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꾸미고 노는 것을 발견한다면, 누구나 마찬가지로 화를 내거나 혼을 낼 것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라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다움', '남자다움' 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너무도 당연했고, 사실 그러한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답다'는 규정의 옳고 그름은 대체 누가 판단하는 걸까.

 

"와, 이게 뭐야, 할머니?"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다시 돌아온 할머니는 줄리앙을 혼내는 대신 예쁜 목걸이를 건네 준다.

 

 

할머니가 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인어 분장을 한 차림새로 줄리앙은 할머니와 함께 길을 나선다.

 

"인어다." 줄리앙이 속삭였어요.
"그래, 우리 꼬마 인어도 같이 가 볼래?"

 

광장에는 인어 무리가 행진을 하고 있었고, 할머니와 줄리앙은 인어들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근거로 만들어진 사회적 규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소년의 이야기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수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지칭 없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년의 숨은 고민을 할머니의 사려 깊은 행동을 통해 감싸 안아주고 있어 매우 섬세하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개성과 자신의 몸을 비롯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무조건적인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권은 세상이 만들어 둔 관습이나 규칙을 벗어난 길 위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기 위해 나서는 소년 줄리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시카 러브 작가의 첫 그림책 데뷔작인 이 작품은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2019 에즈라 잭 키츠 상 명예상, 2019 스톤월 북 어워드 대상을 받으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 대한 귀여운 변주이기도 하다. 200년 전의 인어공주에 비해 21세기의 인어공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곧 개봉될 월트 디즈니의 실사판 영화 <인어공주>에서는 주인공 역할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품 속 소년 줄리앙은 할머니의 믿음과 응원으로 오색찬란한 인어들의 행진에 함께 나설 수 있게 된다. 인종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을 떠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예쁜 그림책이었다. 아름다운 색채의 그림들을 통해 보여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였다. 언젠가는 차별 없는 세상이 되기를, 그리고 아이들의 개성과 가능성, 그리고 꿈을 지지하는 어른들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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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1
조금산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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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웹툰 인기작 <시동> 단행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12월 18일 개봉 예정이기도 하다. 조금산 작가는 OCN 드라마 <구해줘>의 원작인『세상 밖으로』, JTBC 드라마 <탁구공>의 원작인『탁구공』이 대표작인데,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작품은 <시동>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체 4권으로 완결되는 단행본이고, 현재는 1,2권이 나왔고, 3,4권은 예약 판매 중이다. 그래서 우선 1권과 2권을 먼저 만나 보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동네 꼬마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 내는 두 주인공 택일과 상필의 모습이다. 이젠 삥 뜯고 애들 때리는 것도 지겹지만, 그렇다고 학교를 다닐 생각도, 어디가서 일할 생각도 없는 청춘들이다. 택일의 엄마는 전직 배구선수 출신이라 툭하면 손부터 나가는 성격인데, 아들놈이 하라는 검정고시 준비는 안하고 집에는 며칠 만에 들어오니 싸대기를 날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어른이 돼서도 할 수 있는 걸 왜 자꾸 미리 하겠다고 난리 치는 거야."

 

택일은 언제나 아무도 없는 무인도로 가고 싶다는 꿈을 꾸지만 떠날 용기도 돈도 없다. 그러다 자신들이 때렸던 꼬맹이들 형이란 놈이 나타나 실컷 얻어 터지고 나니 이 새끼 저 새끼 다 지겹고, 동네도 지긋지긋해서 며칠 바람 좀 쐬다가 오겠다며 무작정 차표를 끊는다. 택일은 그렇게 원주로 향하고 숙식이 제공되는 중국집 장풍에 취직을 하게 되고, 상필은 돈을 벌기 위해 동네 형의 소개로 일수 가방을 손에 들고 다니기 시작한다.

 

 

찌질한 반항아 ‘택일’과 폼생폼사 반항아 ‘상필’은 그렇게 사회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택일은 남다른 포스의 주방장 거석이 형과 가출 소녀이자 복싱이 특기인 경주를 만나게 되고, 상필은 사채업을 하는 사무실을 다니면서 조금씩 어른들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거의 시종일관 맞는 캐릭터인 택일은 엄마에게 싸대기를 맞고, 동네 꼬맹이들의 형에게도 맞고, 장풍반점의 주방장 거석에게도 맞고, 자신보다 어린 소녀 경주에게도 기절할 만큼 맞는다. 불량 학생 내지는 반항아처럼 하고 다니지만, 완벽하게 나쁜 놈이라기엔 어딘가 이프로 부족한 듯한 느낌이라 더 인간적이다. 폼 나게 돈 벌고 싶은 상필은 말 주변이 좋아서 천연덕스럽게 일수 일을 해내지만, 아직은 마냥 소년처럼 보이는 살짝 귀여운 캐릭터이다.

 

 

단행본을 다 읽고 나서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 배우들과 인물들의 싱크로율이 너무 완벽해서 깜짝 놀랐다. 폭력적이고 제멋대로인 성격의 거석이 형과 단발 머리를 한 마동석 배우의 만남은 그야말로 웹툰을 찢고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택일 역의 박정민 배우, 상필 역의 정해인 배우, 그리고 말보다 몸이 앞서는 택일의 엄마 역에 염정아 배우까지... 캐스팅 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는 작품이다.

 

"인생 뭐 있어? 일단 한번 살아보는 거야!"

 

영화 '시동'이 '강철비',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웹툰 원작 영화의 흥행 계보를 이어갈 지도 기대가 된다. 갑갑한 집구석을 떠나고 싶었든, 누군가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도망쳤든, 남들처럼 폼 나게 살고 싶었든, 주먹보다는 프라이팬을 휘두르고 싶었든 간에.. 그들 모두에게 인생의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한 걸음이 필요했다. 그렇게 이 작품은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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