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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라도 모든 것을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면, 내가 손을 놓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요. 내가 없이는 모든 게 무너질 거라 생각했지만 인생은 계속됩니다. p.83
일러스트레이터 에스더 김은 LA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10대를 보낸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러한 다문화적 성장 배경으로 작가는 세 도시의 어느
한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완벽한 한국인도, 그렇다고 완벽한 미국인도 되지 못했던 정체성에서 오는 외로움을 담아 한쪽을 향해
있는 큰 귀와 글썽이는 눈망울이 특징인 폭신한 토끼 '에스더버니'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에스더버니의 첫
그림에세이이다.
이 책에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패션과 문화에 열정적인 리본버니, 감성적이고 사려 깊으며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로즈버니, 워커홀릭에
스스로에게 부정적이고 엄격한 옐로우버니, 작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가진 것에 감사하는 라벤더버니, 조용하고 생각이 깊으며 소녀다운 취미를
가지고 있는 크림버니까지.. 겉모습도, 성격도 너무 다르지만 각각의 버니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버니들이 모두 나라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즐기기로 했다고 말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남자친구에게는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이 엄마에게는 투덜대고
소리만 질러대는 딸일 수 있고, 직장에서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가까이 가기에 먼 인상을 주던 사람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비행기에 타면 항상 승무원들이 말하죠.
비상시 산소마스크는 자신이 먼저 쓰고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도우라고요.
나를 사랑하는
것도 똑같아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나를 사랑해줘요. p.211
리본버니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쇼핑 테라피를 하고는 한다. 예쁜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 뭔지 아마 대부분의 여성 독자들이
알 것이다. 옐로우버니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늘 행복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일이 너무 많아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시간이 전혀
없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 스스로 상기하고 있다.
늘 상대방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치장해둔 꽃 뒤에 살그머니 숨어 있는 로즈버니는 누군가 숨어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싫어할까봐 두려워한다. 사실 모든 사람이 날 싫어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 타인의 시선은 보다는 나
자신에게 더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라벤더버니는 잘한 일이 있을 때는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기운내라고
응원을 해준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이라는 영양제를 매일 챙겨 먹는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폭신폭신 솜사탕 토끼 ‘에스더버니’의 여러 모습을 색상으로 구분해 다채롭게 담고 있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들이 너무도 달콤하게 가득 담겨있어 참 사랑스럽고, 예쁜 책이다. 섬세한 소녀스러움이 묻어나는 솜사탕 토끼 에스더버니를 통해서,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언제나 내가 ‘나’를 잃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 보자. 나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고,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용기를 안겨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