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후쿠오카 (유후인.벳푸.나가사키.기타큐슈) - 테마&코스 분리형 가이드북, 2018-2019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전상현.두경아 지음 / 길벗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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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여행지이다. 비행 시간이 짧아서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자주 다녀와서 익숙한 부분도 있고, 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갈 때마다 새롭게 가보고 싶은 장소가 생겨나고, 다녀와서도 또 가보고 싶은 맛집이 새록새록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후쿠오카 뿐만 아니라 가까운 유후인, 벳푸 등 북큐슈의 지역들도 너무 좋아한다. 공항이 시내에서 가까워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내 눈에는 오직 장점들만 가득 보이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보통 시간이나 거리, 비용의 문제가 해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후쿠오카라면 이 모든 문제에서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번 주말이라도, 아니면 내일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후쿠오카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매력은 무엇보다 '분리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이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 2권은 가서 보는 코스북이다. 1권에서 체크한 테마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을 다 짜고 나면, 가볍게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고,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사실 여행가서 가이드북을 누가 들고 다니냐, 가급적 짐이 가볍고 적어야 다니기에 좋을 텐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는 이렇게 분리한 책 한 권이 너무도 가볍고, 판형 또한 작은 편이라 배낭에 쓱 넣고 종일 걸어 다니더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라서 일부로라도 여행갈 때 가지고 싶은 책이다. 

 

테마북에서는 후쿠오카의 다양한 여행 주제를 관광, 음식, 쇼핑, 체험 4가지 파트로 소개하고 있다. 후쿠오카뿐만 아니라 유후인, 나가사키, 벳푸, 기타큐슈까지 북큐슈의 핫한 지역을 구석구석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베스트 스폿은 물론 요즘 떠오르는 핫한 스폿까지 테마별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어 여행 계획을 짤 때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에는 2명의 작가가 4년간의 취재를 통해 알아낸 후쿠오카 필수 여행 스폿은 물론 시크릿 스폿까지 소개되어 있다. 작년에 후쿠오카에 다녀왔기 때문에 웬만큼 유명한 맛집이나 장소들은 거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곳들 중에는 새로운 장소들이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덕분에 읽는 동안 여기저기 표시해두고 벌써부터 언제 또 후쿠오카에 갈까 고민 중이다.

일본 음식이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편이기도 하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들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에 후쿠오카에 가서도 하루 일곱 끼 이상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핫. 이 책에도 로컬 푸드는 물론 백 년 된 맛집,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현지인 맛집까지 소개되어 있어 나처럼 먹는 걸 즐기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핫한 카페 & 디저트들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었는데, 사진만 봐도 군침이 막 나올 정도로 눈에 띄는 곳이 많았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음식 사진들도 정말 많이 실려 있는데, 사진 퀄리티도 훌륭해서 여행 일정 짤 때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처럼 맛집 위주로 일정을 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일정별, 테마별, 지역별 25개 여행 코스, 그리고 지역별로 완벽한 교통 정보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초행길이어도 헤매지 않고 완벽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말이다. 인터넷 지도에도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장소들까지 실측 지도를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소개되어 있는 부분도 좋았다. 여행 장소의 이름과 주소만으로는 검색되지 않는 스폿까지 위치 검색을 할 수 있도록 구글 GPS 좌표를 수록되어 있는 점도 현지에서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여행 트렌드는 현지에서 살아보는 거라고들 한다.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꼭 후쿠오카에서 살아보고 싶다.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외에 단어 몇 개 아는 정도가 전부지만, 이상하게 편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라서 그럴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후쿠오카의 곳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당시의 설레임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자고로 여행 가이드북은 이래야 한다. 책을 덮고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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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홍콩 마카오 - 2018-2019 최신 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김수정.김승남.원정아 지음 / 길벗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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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홍콩 여행에서 내가 마주했던 그 유명한 홍콩의 야경은 길을 잃어 헤매던 높은 빌딩들의 숲에서였다. 우여 곡절 끝에 피크 트램을 타러 가는 길에 탄 버스는 어둑한 언덕길을 올라갔고, 안내 방송을 들어도 모르겠고, 바깥은 무섭도록 캄캄하고, 이대로 길을 잃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날의 정신 없던 일정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다행히 헤매지 않고 곳곳의 명소들과 맛있는 현지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다들 홍콩은 참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라고들 한다. 5년 전에 가보고 그 뒤로 못 갔으니 얼마나 달라졌을 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 달에 갈 늦은 휴가를 홍콩으로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너무도 오랜 만에 가는 곳이라, 현지의 최신 정보들을 미리 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이 책,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의 강점은 무엇보다 '분리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 2권은 가서 보는 코스북이다. 1권에서 체크한 테마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을 다 짜고 나면, 가볍게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고,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된다. 사실 현지에서 두툼한 가이드북을 들고 다닐 수 없어 대부분 가이드북은 국내에서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일정이란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므로 이렇게 가벼운 책을 가져가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홍콩하면 식도락의 천국으로 유명할 정도로 흥미로운 음식들이 많다. 중식과 포르투갈 음식이 만나 색다른 퓨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마카오도 그렇고 말이다. 특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애프터눈 티세트를 경험해보기로 해서 더 기대가 된다. 원래 애프터눈티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랜 기간 영국의 영향을 받았던 홍콩에서도 다양한 스타일로 변화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고급 호텔에서 즐기는 애프터눈티세트가 유명하고 종류도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에 소개되어 있는 곳만 해도 무려 여덟 군데이니 말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중식&딤섬, 로컬 음식, 홍콩식 디저트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5년 전에 홍콩 여행을 갔을 때 웬만큼 유명한 곳들은 다 들렀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관광지들 외에 다른 곳들을 중점적으로 가볼 생각이다. 이 책에 홍콩의 숨겨진 보석들이라고 해서 한적한 근교에 있는 장소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좋은 팁이 되었다. 게다가 보통 홍콩하면 맛집과 쇼핑만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트램&페리&이층버스, 사원, 럭셔리호텔, 스파&마사지, 경마,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1일 투어, 베네시안 호텔 정복 등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정보들도 있어 흥미로웠다.

 

2018-2019 최신 개정판답게 관광지맛집쇼핑체험 장소 등 없어진 곳과 새롭게 문을 연 곳의 정보가 자세하게 반영되어 있고, 변동이 있는 지역별 교통 정보도 전면 업데이트되었다고 하니, 실제 여행지에서 더욱 유용하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홍콩과 마카오 주요 도시를 세부적으로 나눠 실측 지도, 코스와 함께 소개하고 있고, 상세한 교통편 정보와 구글 지도 GPS  수록 되어 있다. 디테일하게는 여행의 출발점과 끝나는 지점을 지하철(MTR) 출구 역이나 그 지역을 이용하는 가장 합리적인 교통수단의 정류장을 기준으로 알려주고 있어 더 좋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여행 에세이에서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는 해가 2047년이라고 하는 걸 봤다. 저자는 그러므로 홍콩이라는 유통기한 짧은 단편영화를 하루라도 빨리 보길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홍콩까지의 거리는 1,292마일, 세 시간 반 조금 넘는 비행시간, 한 시간의 시차. 한 번쯤의 터뷸런스를 견디고 열 번쯤의 건조함을 이겨내면 후덥지근한 공기와 마주하게 되는 그 곳. 홍콩이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 다시 그 곳에 가기까지 남은 시간이 딱 한달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덕분에 홍콩이라는 곳으로 내 마음은 벌써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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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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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P.75~76

우리가 사랑에 관해 읽었거나 배운 것은 대부분 실전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열아홉에 사랑을 경험하든, 서른에 사랑을 하든, 마흔이 넘어서 사랑을 만나든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므로, 상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줄리언 반스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그것이 여전히 잊지 못할 첫사랑이든, 고백도 못해본 짝사랑이든, 처참하게 배신당한 지독한 사랑이든 간에. 모두에게 자신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게 바로 단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단 하나의 이야기, 사랑의 시작과 끝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한 남자가 오십여 년 전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열아홉 청년이 마흔 여덟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이야기는 테니스 클럽에서 시작되었다. 추첨식 혼합복식 대회가 열렸고, 제비 뽑기로 파트너가 결정되었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자신감'으로 충만한 19세 청년과 스스로 '다 닳아버린 세대'에 속한다고 믿는 48세 여인이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두 번째 애인이었다. 폴은 삼학기가 끝날 무렵 대학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성적인 입문을 했던 적이 있고, 수전은 아이가 둘이었고 사반세기 동안 결혼 생활을 했다. 이제 막 어른이 되려 하는 열아홉 청년과 오래 전부터 어른이었던 마흔여덟의 여자가 만드는 사랑은 생각보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하지만 깊은 슬픔과 예리한 진실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폴이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폴은 그녀를 구해내고 싶었고, 결국 런던에 집을 구해 함께 떠나기에 이른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환상에서 현실이 되고, 로맨틱한 관계에서 일상의 남루함을 겪게 되는 관계가 된다. 그리고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너는 스물다섯이고, 이런 종류의 상황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신문에는 '중년의 여성 알코올중독자 애인을 감당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없다. 너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너는 아직 인생의 이론이 없고, 그 기쁨과 고통 몇 가지를 알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을 믿고, 사랑이 할 수 있는 것을 믿는다, 사랑이 어떻게 인생을, 실제로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너는 사랑의 상처받지 않는 면, 끈질김, 어떤 적도 따돌리는 능력을 믿는다. 이것이, 사실 지금까지 너의 유일한 인생의 이론이다.   p.224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각 장마다 화자의 시점이 달라진다. 일인칭 ''로 시작해서 이인칭 ''가 되었다가 삼인칭 ''가 되고는, 다시 ''로 돌아온다.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사랑에 빠져 있는 순간에는 오로지 나와 상대만 보이고, 주변의 모든 것들은 뿌옇게 흐려지곤 하니 말이다. 우리는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타인의 시선이나, 객관적인 시각에 대해서 갑작스럽게 깨닫게 된다. 나의 사랑이 끝이 나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 이어지니깐. 일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들이 함께 런던으로 떠나게 되는 부분까지이다. 그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이 일에 대한 내 기억은 이게 다였으면 좋겠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하지만 가능하지가 않다' 사랑의 여러 단계 중에 이제 그들은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들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폴은 남편의 그녀에 대한 폭력 때문에 분노와 연민과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무력감 비슷한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결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 그녀가 가정 폭력으로 인공치아 네 개를 만들면서 폴의 그에 대한 증오는 극에 달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시점이 이인칭으로 바뀌게 된다. 왜냐하면 이후에 겪게 되는 것들은 지금이나 나중에나 폴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나 시점이 많이 달라지는 것도 드물지만, 그로 인한 효과가 이렇게 놀라운 작품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줄리언 반스의 작품이야 항상 문장이 좋았지만, 특히나 이번 작품은 매 페이지마다 밑줄 긋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결국 포스트잇이 여기저기 붙어서 책이 두툼해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수많은 연애 소설을 읽어 왔고, 수많은 연애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왔고, 수많은 연애에 관한 잠언들을 읽어 왔지만, 그 어느 것도 줄리언 반스의 이 작품만큼 진실에 가깝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신이라면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당신은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라고 생각하는가. 처음의 질문도, 두 번째 질문도 사실 우리가 선택할 여지는 없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길을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불가항력에 가까운 거니까.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질지 아닐지 선택하거나, 얼마나 사랑할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번 '기꺼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되는 지 잊어 버리고선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단 하나의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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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1 - 치명적인 남자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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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그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학교에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방법으로. 나는 어느새 십 대에 봤던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있었고, 그 유치한 대사들은 내 현실이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았더라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분명한 건, 그가 내 삶 속으로 들어온 뒤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P.8

테사는 이번에 엄마가 졸업하지 못한 모교에 입학한다. 한 살 연하 남자친구인 노아 역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모범생이다. 올해 같이 진학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자주 만나러 오겠다고, 내년에는 같은 학교에 진학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착한 룸메이트만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테사를 기다리고 있던 룸메이트는 밝은 다홍색 머리에 지나치게 두꺼운 아이라이너, 팔에는 총천연색 타투까지 한 모습의 스테프였다. 게다가 그들이 얼빠진 모습으로 당황해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두 명의 남자애들. 눈썹과 입술에 피어싱이 달려 있는 금발 생머리의 남자와 짜증스러운 눈빛의 까칠한 매력을 가진 남자. 스테프는 그들과 인사를 하고 곧 방에서 나간다. 엄마는 저런 애들과 함께 방을 사용할 수는 없다고 당장 방을 옮기자고 소리치고, 학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소동을 피우고 싶지 않았던 테사는 엄마를 진정시키고 자신은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테사의 대학 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2년 사귄 연하 남친과 키스 이상은 해본 적 없는 철벽 엄친딸 테사,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고 딸을 들볶았던 엄마 덕분에 그녀 역시 그렇게 살아 왔다. 이것저것 필요한 건 다 전화기로 알람을 맞추는 게 습관이라, 친구랑 함께 있다가도 알람이 울리면 공부하러 가는 식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면서 전전긍긍하지만, 모범적인 학생이자 의무를 다하는 착한 딸이다. 반면 테사의 삶을 뒤흔들게 되는 주인공 하딘은 헝클어진 갈색 머리에 신비로운 초록색 눈에 상반신을 뒤덮은 타투와 입술 피어싱을 하고, 건방지고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아빠가 대학 총장에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그런 아빠는 하딘의 대학 동창인 랜던의 엄마와 곧 결혼할 예정이다. 하딘의 아빠가 새 가족들과 호화로운 저택에서 떵떵거리고 살고 있을 때, 엄마는 생활비를 벌려고 일주일에 50시간을 뼈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하딘은 그런 아빠가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싫어한다. 만나는 여자마다 건드리지만 연애는 절대 하지 않는 나쁜 남자 하딘, 조신하고 순수한 철벽 엄친딸 테사,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이제 시작된다.

 

"하딘, 뭘 원해? 또 키스를 허락한 나를 비웃고 싶은 거야? 여자들은 가질 수 없는 걸 원한다고? 난 더 이상 너한테 놀아나지 않을 거야. 내겐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가 있어. 난 남자친구를 두고 아무하고나 즐기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넌,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야. 너랑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게임은 다른 여자랑 해. 난 사절이야."

"내가 널 최악으로 만드는구나, 그렇지?"    p.106

이 작품은 연애소설의 고전『오만과 편견』의 부활이라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상대를 가늠하고 계산하는요즘 연애를 그리지만, 주인공의 심리나 연애의 과정은 200년 전에 쓰인 소설 『오만과 편견』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인 안나 토드 역시 이 작품 속에서 제인 오스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완벽하게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로맨스 소설은 숱하게 많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것은 내숭없이 욕망에 충실한 사랑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낯뜨거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연애의 과정들은 뻔한 것 같으면서도 색다르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느 순간 가슴 설레게 만들어 준다. 하딘을 만나 테사는 최악의 여자가 된다. 남자친구를 두고 다른 남자에게 키스를 허락하고, 하루종일 울면서 그를 미워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를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하딘은 테사를 만나 처음으로 좋은 남자가 되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그 순간에는 물론 진심처럼 드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하딘은 여러 차례 테사를 질리게 하고, 힘들게 하고, 설레게 했다가 증오하게 만들었다가,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일주일 전에는 다시 만나면 테사의 인생을 망쳐버리겠다고 해 놓고선, 오늘은 너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다정한 소리를 해대니... 대체 이 남자의 진심은 뭘까.

저자인 안나 토드는 필명으로 이 작품을 왓패드에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왓패드는 캐나다 토론토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의 스토리텔링 커뮤니티로 작가와 독자를 포함한 월간 이용자수가 약 6천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사이트이다. 이 작품은 독자들의 입소문과 압도적인 스토리에 힘입어 왓패드 1억 뷰를 기록하며 정식 출판되었고, 전 세계에 번역 출간되어 1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그리고 현재 파라마운트 사와 계약하여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스크린에서 펼쳐질 테사와 하딘의 발칙한 현실 연애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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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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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마음 안경을 닦는 가게'가 있었다. 뭔가로 고민하는 분, 스트레스를 받는 분, 기분이 울적한 분들은 마음 안경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게 앞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가게의 주인인 다람쥐 엘리스는 얼마 전까지 구두 닦는 가게를 운영했다. 구두를 닦는 동안 손님들은 엘리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오히려 편하게 말하게 되는 그런 심리 때문일 것이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엘리스는 마음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어서오세요, 마음 안경을 닦는 가게입니다.”

 

 

지금 어떤 일 때문에, 어떤 사람 때문에 힘들거나, 실수하는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불쑥불쑥 우울해지는 것은 사실 사건이나 타인 때문에 벌어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 안경'에 묵은 때가 껴서 그런 거라고. ‘마음 안경사건에서감정이 일어나는 동안 정보를 처리하는 심리 기제로 누구나 마음속에 지녔고, 저마다 다른 마음 안경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음 안경을 닦으면 인생이 한결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고 엘리스는 말한다. 이 책의 부제가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인 이유가 있었다.

"인간의 마음은 일어나는 일에 따라 흐트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흐트러지는 것이다."

 

사건이 직접적으로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는 그 사람만의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마음 안경이 정보를 처리하는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좋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생각을 바꾸면 쓸데없는 고민이 사라진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정해진다는 것은 너무도 쉽게 공감할 수밖에 없어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있는 마음 안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묵은 때를 만들어버리곤 한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가치관에 맞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더하게 되면서 일종의 집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떤 상황에도 반드시 잘 해내야 한다. 모두에게 미움을 받으면 안 된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야 한다. 절대로 타인 앞에서 창피를 당하면 안 된다. 상황이나 환경은 항상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등등.. 그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던 것들이 묵은 때가 되어 우리의 마음 안경 렌즈를 어둡게 만들고 만다. 불필요하게 고민에 빠지게 하고, 쓸데없이 괴롭히게 되는 원인이 바로 이러한 것들 때문이었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마음 안경 렌즈는 스스로 닦을 수 있다는 것. 이 책 속 엘리스는 마음 안경의 묵은 때를 닦아 내는 방법을 6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이란 것은 생각보다 무척 간단하고 쉬워 보인다. , 끈기 있게 지속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 가오리와 유카리 자매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앨버트 엘리스의 임상심리학을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앨버트 엘리스는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사고의 틀을 바꾸어 합리적인 신념을 갖게 하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를 치료할 수 있다고, 수동적으로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의 기존의 정신분석과 달리 내담자에게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치료법으로 정신분석에서 새로운 문을 여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책은 다람쥐 캐릭터 엘리스를 통해서 앨버트 엘리스가 창시한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심리 치료를 받는 듯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제목은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이지만,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살자고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사는 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분들, 스트레스로 인해 지쳐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하고, 우울하고 의기소침한 감정이 드는 빈도수를 줄어들게 하는 '마음 클리닝'을 통해서 당신의 마음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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