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가득한 어린이를 위한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 레베카 밀스 그림, 양병찬 옮김, 앤마리 앤더슨 각색 / 어크로스주니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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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구는 온갖 풍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와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동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경험하며, 이러한 것들 중 일부만을 감지할 수 있답니다. 심지어 사람들도 세상을 제각기 다르게 감지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빨간색과 녹색이 똑같이 보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체취가 바닐라 향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왜 그럴까요? 우리를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독특한 '감각 거품'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죠. 이 거품 속에서, 우리는 각자 광대한 세계의 극히 작은 부분만을 인식하는 거예요.             p.8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되고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던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가 어린이들을 위해 다채로운 컬러 일러스트 버전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고, 완전한 고요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어떨까. 수많은 생물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환경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에드 용은 그 놀라운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해준다. 




우리는 인간의 감각을 통해 동물의 감각을 해석한다. 그래서 우리는 동반자인 동물들을 배려하지 않고 환경을 제멋대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동물의 감각은 대부분 여전히 미스터리이고, 놀랍도록 새로운 세부 감각과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감각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기본적인 감각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외에도 고유 감각과 평형 감각까지 감각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한하다. 


이 책은 먼저 냄새와 맛이라는 화학적 감각을 탐구하고, 시각과 색각을 거쳐 통증과 열에 대한 감각으로 넘어 간다. 기계적 감각인 촉각, 진동, 청각, 반향정위도 탐구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탐지하는 동물들의 이상한 감각을 밝혀낸다. 여러 가지 감각들이 전부 흥미진진했지만, '색각의 원리'가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색깔이란 우리의 마음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풀잎의 초록색에 대한 감각을 생성하는 것은 우리의 광수용체, 뉴런, 뇌이다. 그러니 사실 색은 보는 사람의 눈과 뇌에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많은 동물들은 색깔을 전혀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검은색, 흰색, 또는 회색 음영으로만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동물들은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 시각을 갖고서도 얼마든지 잘 살아 가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가 '특정 동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동물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물의 모든 감각, 신경계, 욕구, 환경, 과거, 현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함부로 추측했다가 틀리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동물 세계의 경험'을 배움으로써 '우리 세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며,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행동해야 합니다.                p.264


전통적인 오감 중에서 청각과 촉각이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촉각은 표면과 관련 있는 데 반해, 청각은 소리를 다루는 것이니 말이다. 에드 용은 이에 대해 올빼미와 발울뱀, 그리고 캥거루쥐의 사례를 보여주며 설명해준다. 모든 생물들은 소리와 연결되어 있고, 동물의 청각도 필요에 맞게 조율되어 있지만, 어떤 동물들은 아예 들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여덟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깡충거미는 중앙 눈과 보조 눈 등 각각의 눈들이 모두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고, 사색형 색각으로 새로운 차원의 색을 구별하는 벌과 지반진동을 이용해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 코끼리도 있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을 사용하는 놀라운 동물들의 세계는 지구라는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평행우주에 사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주변의 세계를 바라보면, 그동안 알고 있던 세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도, 내 주변의 공기에도 우리가 탐지하지 못하는 신호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마법의 돋보기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해주는 이 책을 어린이 독자들도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인간의 오감 너머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는 경험은 쉽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냄새와 맛, 빛, 색깔, 통증부터 감각 풍경에 이르기까지 기본 구성은 동일하지만, 각각의 장들을 컬러로 구분해 책배가 무지갯빛으로 너무나 예쁘다. 또한 중간중간 어린이들이 궁금해할 지식을 질문 형태로 따로 수록했고, 에드 용의 연구 현장을 엿볼 수 있는 '현장 속으로' 코너를 통해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린이뿐만 아니라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어른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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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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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키쇼는 재만이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런 신성한 영역은 네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속으로만 생각했다. '신이 몸속으로 들어와 말하면, 그 말을 다시 네팔어로 통역해 주는 거죠. 사람과 신을 연결하는 중간자라고 해야 할까요. 당신 같은 이방인 계급들은 모를 테지요. 영원히.' 키쇼는 치욕스럽고 더러운 노동 중에도 우아한 정신을 지켰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이 세계에서 무방비로 꽂히는 모욕을 견딜 수 있었다.             p.172


최근에 뉴스에서 네팔의 2세 소녀가 살아있는 여신인 쿠마리로 선출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쿠마리는 힌두교와 불교 신자 모두에게 숭배받는 존재로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될 수 있었고, 첫 월경이 시작되면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사람이 된다. 사람보다 신의 수가 많은 네팔에서 현존하는 여신으로 살다가 현재는 평범한 사람이 된 한 여성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면 어떨까. 어느 늦은 밤, 피 묻은 속옷 차림의 여자가 맨발로 파출소로 뛰어 들어온다. 그녀의 몰골에 순경은 얼빠진 표정이 된다. 여자는 미친 듯이 말을 쏟아 내지만, 어느 나라 말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국에 결혼이주여성으로 온 네팔 여성 차미바트는 왜 내연남과 그의 동거인을 무참히 살해한 것일까. 


이야기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법정 통역을 하게 된 통역사 도화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도화가 의뢰 받은 것이 '허위 통역'이었다는 거다. 개인 파산으로 인해 수술 수 약값을 마련하기도 어려웠던 도화는 대략 스무 마디만 허위 통역해주면, 1억 원을 대가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들이게 된다. 개인파산 상태에다 최근에 수술을 해 약값도 필요했고, 법정 통역사 일은 드문드문 들어와 마트 알바로 투잡까지 뛰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고인의 변호사라는 의뢰인 말로는 피고인에게 심각한 분열증이 있다고 했다. 마땅히 두 사람을 칼로 난도질했기에 법정 최고형이 나와야 할 사건이 정신병으로 감형된다면 안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증거, 현장 검증, 자백 다 해놓고 이제와서 말을 오락가락하는 피고인이 정상처럼 보이도록 허위 통역해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살인 사건의 1차 공판이 마무리된 후 도화는 이 사건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거 네팔에서 '정의로운 쌍년'이라 불리던 도화는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나에게는 여러 말이 들릴 때가 있었어요. 옳은 말, 멋진 말, 틀린 말, 쓰레기 같은 말, 멍청한 말...... 그때 나는 옳은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들었어야 했던 말은 '바다가 보고 싶어요.' 그거였어. 텔레비전에서 당신 말을 들었어요. 바다가 보고 싶다는 그 말. 이번에는 그 말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그게 답니다."

차미바트는 마치 도화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처럼 바라봤다.

"내 말을 통역해줄 수 있어요? 당신이 해야 해요."              p.264~265


주인공 도화는 보라색 쇼트커트를 한 상태로 첫 장면에 등장한다. 그리고 차미바트는 도화를 만난 첫 날 '보라색 나비를 끝까지 쫓아가야 해'라고 말한다. 무슨 소리일까. 오피스텔로 돌아온 도화는 6개월 전 병원 추천으로 여성 갑상선암 환우들의 정서 안정과 심리 치료를 지원해주는 무료 상담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당시 도화는 스케치북에 다양한 크기와 색의 나비를 잔뜩 그린 적이 있었다. 엑스레이를 보니 갑상선이 딱 나비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 내용은 비밀이었고, 상담사와 차미바트가 서로 알 리는 없었다. 안다고 해도 한국말을 모르니 소통이 될 리가 없다. 그리고 도화는 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보라색 나비를 또 발견한다. '보라나비연대'라는 이름의 갑상선암 여성 지원 센터였다. "왜 하필 나비가 보라색이죠?" "멍들면 보랏빛이 되잖아요. 잠시 멍든 거지, 망가진 건 아니라는 의미예요." 도화는 점점 더 보라색 나비에 대해 말했던 차미바트에 대해 궁금해진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거대한 음모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이 작품은 <옥수역 귀신>, <아파트>, <여고괴담3> 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이소영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다. 소설 이전에 시나리오로 먼저 완성되었고,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 법정 통역사라는 직업도 흥미로웠고 네팔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내는 이국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원전 폐기물 등 현대 사회의 문제들과 함께 풀어내는 서사도 탄탄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영상화된 버전의 장면들이 상상이 될 정도로 생생한 캐릭터가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진짜 듣는다는 건 뭐지?'라는 화두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도화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만큼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대책없는 정의감이 매력적인 인물이 탄생한 것 같다. 도화 역을 영화 속에서 누가 맡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네팔의 언어와 종교, 문화라는 이국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져 독보적인 사회 고발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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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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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를 스트레스 호르몬을 담는 잔이라고 생각해 보자.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잔이 차기 시작하는데,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잔은 점점 차오른다. 그러면 잔은 넘쳐흐를 정도로 가득 찬 상태가 된다. 이때 몸을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이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담긴 잔이 비워지기 시작하고 안도감과 평온함이 스며든다. 또한 규칙적인 움직임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부정적 효과를 예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간단하지만, 스트레스와 불안을 다스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p.99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랑해서 불안하고, 부모라서 불안하고,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관계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안하다.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각종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 사고들부터 전세계적인 팬데믹과 테러, 재해, 그리고 일상에서 겪는 가족 문제, 회사에서의 고민, 연인 관계,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걱정까지 우리의 삶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삶은 매번 걸러내야 할 정보와 쉴 새 없이 많은 자극으로 둘러싸여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불안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안이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반응인데, 문제는 우리 몸이 그 스트레스가 실제 상황 때문인지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상상이나 가설 때문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불안과 우울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문제가 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불안의 구조를 해부하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 마음을 잠식하는지 분석한다. 20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의학 전문가인 저자는 다양한 환자 사례와 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불안장애의 양상과 대응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여타의 심리학서들이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내용들을 매우 실용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마치 잘 정리된 심리학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불안에 대한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책에 수록된 여러 환자의 사례를 통해 이해와 공감을 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불안 극복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필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그 순서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일련의 치료 과정을 겪는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저자 역시 본문의 10단계 프로그램을 꾸준히 활용한다면, 불안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정원에 빗대어 보자. 이 정원을 앞으로도 잘 가꿔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 주기적으로 정원에 난 잡초를 뽑고, 식물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돌보는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문제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상황에 대비하여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접근 방식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정착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만들어 준다.                p.311


인생에 관한 한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당장 내일 우리에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 알지 못한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엄청난 수의 감염자 수가 집계되던 시기에는 누구나 감염되지 않을까 두려워했을 것이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보이면 검사를 해보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초조해하고, 안절부절못했을 것이다. 여행 전에는 스마트폰 전원이 꺼지면 어쩌지? 기차 운행이 취소되면 어쩌지? 라는 식의 걱정이 불안한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불확실한 우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두통은 사실 뇌종양일 수도 있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될 수도 있으며, 길을 가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현실 상황이 아니라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부정적 가정을 하는 것부터 멈춰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 그리고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 준다. 불안의 개념과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부터 이해하고,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유연성과 수용을 바탕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안에서 비롯된 생리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불안과 관련된 생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과정도 알려준다. 각각의 장마다 과제가 수록되어 있는데,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따라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함께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서점에서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수백 건에 이르는 목록이 나올 정도로 불안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모범생이 꼼꼼하게 잘 정리된 노트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개념 정리와 과제, 실제 사례들은 별도로 구분해 표기해 알아보기 쉽게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지금 불안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고 그 불안은 미래를 흐리게 만든다. 세계적인 유행병, 바이러스에 관한 오보, 정치적 격변, 경제적 불평 등,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로 인한 위협에 대해 매일 같이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불안을 다스리는 실질적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의 불안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면, 제대로 알고 해결해야 할 테니 말이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학적이고 따뜻한 심리 처방전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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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도시 : 로마의 도시 설계와 건설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 2
데이비드 매콜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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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원전 3,500년 경에 등장한 고대 도시는 긴 시간을 거쳐 여전히 현대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성벽과 건물의 잔해이든, 기둥과 벽이든 유적들은 지금의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나게 된 그것들이 당시에는 어떻게 형성되었던 것일지,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했고, 어떻게 삶을 살아갔을 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매콜리 역시 고대 로마의 도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 시절 마지막 1년을 로마에서 체류했고, 그때의 경험이 인생을 바꿀 정도로 강렬했기에 로마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더 그렸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은 가상의 로마 도시 베르보니아의 계획과 건설 과정을 보여 준다. 로마의 도시 계획가들은 제한된 공간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최대 인구를 정하고, 성벽을 세운 뒤 도시를 채워 나갔다. 인구가 한계에 도달하면 다른 곳에 새로운 도시를 시작하는 식으로 로마 곳곳에 동일한 시스템이 복제되며 도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베르보니아는 가상의 도시지만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150년 사이 로마에 세워졌던 수백 개의 도시를 바탕으로 설계와 건설을 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한때 무역을 하던 마을들을 합쳐 하나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무역 중심지를 만들고자 새로운 도시 건설이 시작된다. 바둑판 모양으로 길을 내어 도시 전체를 나눈 다음, 광장을 계획하고, 공공식수대, 시장, 공중목욕탕과 극장, 원형 경기장 같은 오락 시설의 위치도 정한다. 도시 건설에 가장 많이 쓰일 재료는 돌, 진흙, 회반죽, 나무였다.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일꾼부터 모아야 했고, 다양한 연장들도 필요했다. 




먼저 다리부터 만들고, 도시 성벽을 위해 깊은 구덩이를 파고 돌벽을 차곡차곡 올린다. 도시 곳곳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상수도를 만들고, 아치형 지붕 표면의 벽돌과 벽에는 시멘트를 바르고, 지붕 바깥쪽에는 타일을 붙이는 식으로 수천 년 전의 건축 수준에 새삼 놀라면서 읽었다. 물론 오늘날 같은 현대식 장비는 없었기에, 대부분의 공사들은 완공되기까지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도시를 건설하는 모든 단계들이 그저 놀라웠다. 특히나 원형 경기장 같은 것은 유명 관광지에서나 영상으로 많이 접해본 실체가 있는 것이기에 이 책을 통해 그 평면도와 건축 과정을 보게 되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대체 이런 걸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었던 것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칼데콧 연속 수상에 빛나고, 뉴욕타임스, 미국도서관협회,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크리스토퍼 상까지. 전 세계가 인정한 건축 이야기의 명작,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가 세계 최초로 9권 시리즈로 발간되었다.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성, 이슬람 사원, 공장, 마천루, 도시의 지하 세계, 큰 건축물로 구분해 9권의 시리즈로 나왔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모두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시리즈 중에 비교적 접근이 쉬운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성, 이슬람 사원까지 5권을 입문 편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1973년 <대성당>을 시작으로 2003년 <이슬람 사원>에 이르기까지 31년에 걸친 데이비드 매콜리의 역작이 처음으로 완결판 세트로 출간되었는데, 담고 있는 내용도 소중하지만, 아름다운 장정으로 소장가치도 뛰어난 시리즈이다. 양장본 겉표지를 벗겨내면 만나는 속표지까지 너무도 감각적으로 디자인되어 근사하다. 후반부에는 용어 해설 페이지를 두어 건축 비전문가들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매콜리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연구하고 분석해 기술, 공학적인 부분들까지 그림에 담았다. 또한 건물을 짓는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 현장감을 되살렸다. 그림 또한 단면도, 평면도, 조감도,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투시도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배치해 더 자세히 건축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건축뿐만 아니라 세계사와 당시의 문명까지 배울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게, 어른들이 읽기에도 호기심 가득하게 만들었기에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보며 읽어도 좋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수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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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 고대 이집트의 불가사의한 무덤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 1
데이비드 매콜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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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칼데콧 연속 수상에 빛나고, 뉴욕타임스, 미국도서관협회,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크리스토퍼 상까지. 전 세계가 인정한 건축 이야기의 명작,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가 세계 최초로 9권 시리즈로 발간되었다.


시리즈는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 이슬람 사원, 공장, 마천루, 도시의 지하 세계, 큰 건축물로 구분해 9권으로 나왔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모두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시리즈 중에 비교적 접근이 쉬운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 이슬람 사원까지 5권을 입문 편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은 상당히 단순했다. 이집트에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좌우에 기다란 농경지가 있었는데, 일 년 중 89개월 동안 나일강 가의 조그만 땅을 일구며 밀, 과일, 채소를 키웠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고 나면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기만 하면 이 새로운 삶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살았을 때의 집은 진흙으로 만들어도 상관없었지만, 죽음 이후의 삶은 끝이 없기에 무덤은 튼튼한 돌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원한 삶을 위해 시신을 미라화해서 보존했다.



기원전 3000년부터 1100년까지 대대로 파라오라고 하는 왕이 이집트를 다스렸다. 피라미드는 죽음을 넘어 영원을 꿈꾼 파라오의 무덤으로, 수천 년을 버틴 고대 이집트의 불가사의이다. 피라미드는 한 개의 꼭대기 밑으로 네 개의 삼각형면이 펼쳐져 있는 모양으로, 파라오를 비추는 태양 빛을 상징했다. 그렇다면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불멸의 무덤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피라미드는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건축물이다. 높이 약 146미터, 밑변 243미터의 거대한 석조 건축물로 평균 2.5톤의 돌 230만 개로 지어졌다. 대체 이집트인들은 어떻게 2톤이 넘는 수많은 돌을 쌓아 올렸을까? 피라미드는 어떻게 4,500년의 세월을 견뎌왔을까?



데이비드 매콜리는 직접 이집트로 가서 자료를 조사하고 관찰하여, 파라오들의 무덤이 어떻게 구상되고 건설되었는지를 세세하게 보여 준다. 파라오가 건축가이자 친한 친구인 마흐누드 호테프에게 영원히 남을 무덤을 설계해 달라고 지시한 것부터 시작해 부지가 정해지고, 설계도가 완성되고, 나면 인부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큰 돌을 자르는 석공, 자른 돌을 쌓아 올리는 벽돌공, 땅의 높낮이와 넓이 등을 재는 측량공, 회반죽공, 목수, 그리고 일반 노동자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현장에 모여 일을 시작한다.


이 책은 피라미드의 건설에 동원된 모든 기술들을 기술적, 공학적으로 상세히 설명해준다. 매콜리가 정교하게 그린 펜화로 각각의 장면들이 보여지고 있어, 직접 그 현장에서 함께 체험하는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매콜리는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 또한 그런 방법으로 만들어 졌기에 어린이들이 보더라도, 어른이 보더라도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이집트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본 것처럼 누구나 잘 아는 건축물이 있다. 피라미드가 아마도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아닐까 싶다. 그 거대한 규모와 축적된 시간으로 인해 건축물 자체보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궁금한 것이 바로 피라미드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파라오와 건축가 친구는 상상 속 인물이지만, 아마도 실제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어 준 이야기였다. B.C. 2468년에 시작된 공사는 파라오가 사망한 2439년까지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시신에 대한 방부 처리와 장례 의식까지 두루 설명을 마친 뒤에야 완성이 된다.


매콜리의 정교한 그림은 이집트의 장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피라미드의 돌덩이 하나 하나를 모두 빼곡하게 그려 넣는 그 디테일함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단면도, 평면도, 조감도, 투시도에 이르는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제대로 된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것이 어렵지 않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더 좋았던 책이다. 어린이부터 전문 건축가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책이고, 시리즈로 모아 두면 소장용으로도 너무 근사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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