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가득한 어린이를 위한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 레베카 밀스 그림, 양병찬 옮김, 앤마리 앤더슨 각색 / 어크로스주니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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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구는 온갖 풍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와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동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경험하며, 이러한 것들 중 일부만을 감지할 수 있답니다. 심지어 사람들도 세상을 제각기 다르게 감지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빨간색과 녹색이 똑같이 보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체취가 바닐라 향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왜 그럴까요? 우리를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독특한 '감각 거품'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죠. 이 거품 속에서, 우리는 각자 광대한 세계의 극히 작은 부분만을 인식하는 거예요.             p.8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되고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던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가 어린이들을 위해 다채로운 컬러 일러스트 버전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고, 완전한 고요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어떨까. 수많은 생물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환경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에드 용은 그 놀라운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해준다. 




우리는 인간의 감각을 통해 동물의 감각을 해석한다. 그래서 우리는 동반자인 동물들을 배려하지 않고 환경을 제멋대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동물의 감각은 대부분 여전히 미스터리이고, 놀랍도록 새로운 세부 감각과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감각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기본적인 감각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외에도 고유 감각과 평형 감각까지 감각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한하다. 


이 책은 먼저 냄새와 맛이라는 화학적 감각을 탐구하고, 시각과 색각을 거쳐 통증과 열에 대한 감각으로 넘어 간다. 기계적 감각인 촉각, 진동, 청각, 반향정위도 탐구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탐지하는 동물들의 이상한 감각을 밝혀낸다. 여러 가지 감각들이 전부 흥미진진했지만, '색각의 원리'가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색깔이란 우리의 마음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풀잎의 초록색에 대한 감각을 생성하는 것은 우리의 광수용체, 뉴런, 뇌이다. 그러니 사실 색은 보는 사람의 눈과 뇌에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많은 동물들은 색깔을 전혀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검은색, 흰색, 또는 회색 음영으로만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동물들은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 시각을 갖고서도 얼마든지 잘 살아 가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가 '특정 동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동물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물의 모든 감각, 신경계, 욕구, 환경, 과거, 현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함부로 추측했다가 틀리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동물 세계의 경험'을 배움으로써 '우리 세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며,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행동해야 합니다.                p.264


전통적인 오감 중에서 청각과 촉각이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촉각은 표면과 관련 있는 데 반해, 청각은 소리를 다루는 것이니 말이다. 에드 용은 이에 대해 올빼미와 발울뱀, 그리고 캥거루쥐의 사례를 보여주며 설명해준다. 모든 생물들은 소리와 연결되어 있고, 동물의 청각도 필요에 맞게 조율되어 있지만, 어떤 동물들은 아예 들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여덟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깡충거미는 중앙 눈과 보조 눈 등 각각의 눈들이 모두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고, 사색형 색각으로 새로운 차원의 색을 구별하는 벌과 지반진동을 이용해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 코끼리도 있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을 사용하는 놀라운 동물들의 세계는 지구라는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평행우주에 사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주변의 세계를 바라보면, 그동안 알고 있던 세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도, 내 주변의 공기에도 우리가 탐지하지 못하는 신호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마법의 돋보기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해주는 이 책을 어린이 독자들도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인간의 오감 너머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는 경험은 쉽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냄새와 맛, 빛, 색깔, 통증부터 감각 풍경에 이르기까지 기본 구성은 동일하지만, 각각의 장들을 컬러로 구분해 책배가 무지갯빛으로 너무나 예쁘다. 또한 중간중간 어린이들이 궁금해할 지식을 질문 형태로 따로 수록했고, 에드 용의 연구 현장을 엿볼 수 있는 '현장 속으로' 코너를 통해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린이뿐만 아니라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어른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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