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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경계를 스트레스 호르몬을 담는 잔이라고 생각해 보자.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잔이 차기 시작하는데,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잔은 점점 차오른다. 그러면 잔은 넘쳐흐를 정도로 가득 찬 상태가 된다. 이때 몸을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이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담긴 잔이 비워지기 시작하고 안도감과 평온함이 스며든다. 또한 규칙적인 움직임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부정적 효과를 예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간단하지만, 스트레스와 불안을 다스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p.99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랑해서 불안하고, 부모라서 불안하고,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관계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안하다.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각종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 사고들부터 전세계적인 팬데믹과 테러, 재해, 그리고 일상에서 겪는 가족 문제, 회사에서의 고민, 연인 관계,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걱정까지 우리의 삶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삶은 매번 걸러내야 할 정보와 쉴 새 없이 많은 자극으로 둘러싸여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불안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안이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반응인데, 문제는 우리 몸이 그 스트레스가 실제 상황 때문인지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상상이나 가설 때문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불안과 우울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문제가 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불안의 구조를 해부하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 마음을 잠식하는지 분석한다. 20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의학 전문가인 저자는 다양한 환자 사례와 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불안장애의 양상과 대응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여타의 심리학서들이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내용들을 매우 실용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마치 잘 정리된 심리학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불안에 대한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책에 수록된 여러 환자의 사례를 통해 이해와 공감을 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불안 극복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필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그 순서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일련의 치료 과정을 겪는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저자 역시 본문의 10단계 프로그램을 꾸준히 활용한다면, 불안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정원에 빗대어 보자. 이 정원을 앞으로도 잘 가꿔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 주기적으로 정원에 난 잡초를 뽑고, 식물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돌보는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문제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상황에 대비하여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접근 방식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정착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만들어 준다. p.311
인생에 관한 한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당장 내일 우리에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 알지 못한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엄청난 수의 감염자 수가 집계되던 시기에는 누구나 감염되지 않을까 두려워했을 것이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보이면 검사를 해보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초조해하고, 안절부절못했을 것이다. 여행 전에는 스마트폰 전원이 꺼지면 어쩌지? 기차 운행이 취소되면 어쩌지? 라는 식의 걱정이 불안한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불확실한 우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두통은 사실 뇌종양일 수도 있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될 수도 있으며, 길을 가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현실 상황이 아니라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부정적 가정을 하는 것부터 멈춰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 그리고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 준다. 불안의 개념과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부터 이해하고,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유연성과 수용을 바탕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안에서 비롯된 생리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불안과 관련된 생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과정도 알려준다. 각각의 장마다 과제가 수록되어 있는데,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따라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함께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서점에서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수백 건에 이르는 목록이 나올 정도로 불안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모범생이 꼼꼼하게 잘 정리된 노트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개념 정리와 과제, 실제 사례들은 별도로 구분해 표기해 알아보기 쉽게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지금 불안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고 그 불안은 미래를 흐리게 만든다. 세계적인 유행병, 바이러스에 관한 오보, 정치적 격변, 경제적 불평 등,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로 인한 위협에 대해 매일 같이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불안을 다스리는 실질적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의 불안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면, 제대로 알고 해결해야 할 테니 말이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학적이고 따뜻한 심리 처방전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