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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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경계를 스트레스 호르몬을 담는 잔이라고 생각해 보자.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잔이 차기 시작하는데,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잔은 점점 차오른다. 그러면 잔은 넘쳐흐를 정도로 가득 찬 상태가 된다. 이때 몸을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이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담긴 잔이 비워지기 시작하고 안도감과 평온함이 스며든다. 또한 규칙적인 움직임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부정적 효과를 예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간단하지만, 스트레스와 불안을 다스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p.99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랑해서 불안하고, 부모라서 불안하고,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관계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안하다.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각종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 사고들부터 전세계적인 팬데믹과 테러, 재해, 그리고 일상에서 겪는 가족 문제, 회사에서의 고민, 연인 관계,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걱정까지 우리의 삶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삶은 매번 걸러내야 할 정보와 쉴 새 없이 많은 자극으로 둘러싸여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불안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안이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반응인데, 문제는 우리 몸이 그 스트레스가 실제 상황 때문인지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상상이나 가설 때문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불안과 우울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문제가 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불안의 구조를 해부하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 마음을 잠식하는지 분석한다. 20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의학 전문가인 저자는 다양한 환자 사례와 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불안장애의 양상과 대응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여타의 심리학서들이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내용들을 매우 실용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마치 잘 정리된 심리학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불안에 대한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책에 수록된 여러 환자의 사례를 통해 이해와 공감을 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불안 극복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필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그 순서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일련의 치료 과정을 겪는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저자 역시 본문의 10단계 프로그램을 꾸준히 활용한다면, 불안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정원에 빗대어 보자. 이 정원을 앞으로도 잘 가꿔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 주기적으로 정원에 난 잡초를 뽑고, 식물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돌보는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문제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상황에 대비하여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접근 방식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정착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만들어 준다.                p.311


인생에 관한 한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당장 내일 우리에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 알지 못한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엄청난 수의 감염자 수가 집계되던 시기에는 누구나 감염되지 않을까 두려워했을 것이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보이면 검사를 해보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초조해하고, 안절부절못했을 것이다. 여행 전에는 스마트폰 전원이 꺼지면 어쩌지? 기차 운행이 취소되면 어쩌지? 라는 식의 걱정이 불안한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불확실한 우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두통은 사실 뇌종양일 수도 있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될 수도 있으며, 길을 가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현실 상황이 아니라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부정적 가정을 하는 것부터 멈춰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 그리고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 준다. 불안의 개념과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부터 이해하고,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유연성과 수용을 바탕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안에서 비롯된 생리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불안과 관련된 생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과정도 알려준다. 각각의 장마다 과제가 수록되어 있는데,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따라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함께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서점에서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수백 건에 이르는 목록이 나올 정도로 불안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모범생이 꼼꼼하게 잘 정리된 노트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개념 정리와 과제, 실제 사례들은 별도로 구분해 표기해 알아보기 쉽게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지금 불안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고 그 불안은 미래를 흐리게 만든다. 세계적인 유행병, 바이러스에 관한 오보, 정치적 격변, 경제적 불평 등,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로 인한 위협에 대해 매일 같이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불안을 다스리는 실질적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의 불안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면, 제대로 알고 해결해야 할 테니 말이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학적이고 따뜻한 심리 처방전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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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도시 : 로마의 도시 설계와 건설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 2
데이비드 매콜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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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원전 3,500년 경에 등장한 고대 도시는 긴 시간을 거쳐 여전히 현대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성벽과 건물의 잔해이든, 기둥과 벽이든 유적들은 지금의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나게 된 그것들이 당시에는 어떻게 형성되었던 것일지,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했고, 어떻게 삶을 살아갔을 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매콜리 역시 고대 로마의 도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 시절 마지막 1년을 로마에서 체류했고, 그때의 경험이 인생을 바꿀 정도로 강렬했기에 로마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더 그렸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은 가상의 로마 도시 베르보니아의 계획과 건설 과정을 보여 준다. 로마의 도시 계획가들은 제한된 공간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최대 인구를 정하고, 성벽을 세운 뒤 도시를 채워 나갔다. 인구가 한계에 도달하면 다른 곳에 새로운 도시를 시작하는 식으로 로마 곳곳에 동일한 시스템이 복제되며 도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베르보니아는 가상의 도시지만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150년 사이 로마에 세워졌던 수백 개의 도시를 바탕으로 설계와 건설을 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한때 무역을 하던 마을들을 합쳐 하나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무역 중심지를 만들고자 새로운 도시 건설이 시작된다. 바둑판 모양으로 길을 내어 도시 전체를 나눈 다음, 광장을 계획하고, 공공식수대, 시장, 공중목욕탕과 극장, 원형 경기장 같은 오락 시설의 위치도 정한다. 도시 건설에 가장 많이 쓰일 재료는 돌, 진흙, 회반죽, 나무였다.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일꾼부터 모아야 했고, 다양한 연장들도 필요했다. 




먼저 다리부터 만들고, 도시 성벽을 위해 깊은 구덩이를 파고 돌벽을 차곡차곡 올린다. 도시 곳곳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상수도를 만들고, 아치형 지붕 표면의 벽돌과 벽에는 시멘트를 바르고, 지붕 바깥쪽에는 타일을 붙이는 식으로 수천 년 전의 건축 수준에 새삼 놀라면서 읽었다. 물론 오늘날 같은 현대식 장비는 없었기에, 대부분의 공사들은 완공되기까지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도시를 건설하는 모든 단계들이 그저 놀라웠다. 특히나 원형 경기장 같은 것은 유명 관광지에서나 영상으로 많이 접해본 실체가 있는 것이기에 이 책을 통해 그 평면도와 건축 과정을 보게 되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대체 이런 걸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었던 것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칼데콧 연속 수상에 빛나고, 뉴욕타임스, 미국도서관협회,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크리스토퍼 상까지. 전 세계가 인정한 건축 이야기의 명작,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가 세계 최초로 9권 시리즈로 발간되었다.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성, 이슬람 사원, 공장, 마천루, 도시의 지하 세계, 큰 건축물로 구분해 9권의 시리즈로 나왔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모두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시리즈 중에 비교적 접근이 쉬운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성, 이슬람 사원까지 5권을 입문 편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1973년 <대성당>을 시작으로 2003년 <이슬람 사원>에 이르기까지 31년에 걸친 데이비드 매콜리의 역작이 처음으로 완결판 세트로 출간되었는데, 담고 있는 내용도 소중하지만, 아름다운 장정으로 소장가치도 뛰어난 시리즈이다. 양장본 겉표지를 벗겨내면 만나는 속표지까지 너무도 감각적으로 디자인되어 근사하다. 후반부에는 용어 해설 페이지를 두어 건축 비전문가들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매콜리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연구하고 분석해 기술, 공학적인 부분들까지 그림에 담았다. 또한 건물을 짓는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 현장감을 되살렸다. 그림 또한 단면도, 평면도, 조감도,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투시도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배치해 더 자세히 건축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건축뿐만 아니라 세계사와 당시의 문명까지 배울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게, 어른들이 읽기에도 호기심 가득하게 만들었기에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보며 읽어도 좋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수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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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 고대 이집트의 불가사의한 무덤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 1
데이비드 매콜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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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칼데콧 연속 수상에 빛나고, 뉴욕타임스, 미국도서관협회,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크리스토퍼 상까지. 전 세계가 인정한 건축 이야기의 명작,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가 세계 최초로 9권 시리즈로 발간되었다.


시리즈는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 이슬람 사원, 공장, 마천루, 도시의 지하 세계, 큰 건축물로 구분해 9권으로 나왔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모두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시리즈 중에 비교적 접근이 쉬운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 이슬람 사원까지 5권을 입문 편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은 상당히 단순했다. 이집트에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좌우에 기다란 농경지가 있었는데, 일 년 중 89개월 동안 나일강 가의 조그만 땅을 일구며 밀, 과일, 채소를 키웠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고 나면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기만 하면 이 새로운 삶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살았을 때의 집은 진흙으로 만들어도 상관없었지만, 죽음 이후의 삶은 끝이 없기에 무덤은 튼튼한 돌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원한 삶을 위해 시신을 미라화해서 보존했다.



기원전 3000년부터 1100년까지 대대로 파라오라고 하는 왕이 이집트를 다스렸다. 피라미드는 죽음을 넘어 영원을 꿈꾼 파라오의 무덤으로, 수천 년을 버틴 고대 이집트의 불가사의이다. 피라미드는 한 개의 꼭대기 밑으로 네 개의 삼각형면이 펼쳐져 있는 모양으로, 파라오를 비추는 태양 빛을 상징했다. 그렇다면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불멸의 무덤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피라미드는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건축물이다. 높이 약 146미터, 밑변 243미터의 거대한 석조 건축물로 평균 2.5톤의 돌 230만 개로 지어졌다. 대체 이집트인들은 어떻게 2톤이 넘는 수많은 돌을 쌓아 올렸을까? 피라미드는 어떻게 4,500년의 세월을 견뎌왔을까?



데이비드 매콜리는 직접 이집트로 가서 자료를 조사하고 관찰하여, 파라오들의 무덤이 어떻게 구상되고 건설되었는지를 세세하게 보여 준다. 파라오가 건축가이자 친한 친구인 마흐누드 호테프에게 영원히 남을 무덤을 설계해 달라고 지시한 것부터 시작해 부지가 정해지고, 설계도가 완성되고, 나면 인부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큰 돌을 자르는 석공, 자른 돌을 쌓아 올리는 벽돌공, 땅의 높낮이와 넓이 등을 재는 측량공, 회반죽공, 목수, 그리고 일반 노동자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현장에 모여 일을 시작한다.


이 책은 피라미드의 건설에 동원된 모든 기술들을 기술적, 공학적으로 상세히 설명해준다. 매콜리가 정교하게 그린 펜화로 각각의 장면들이 보여지고 있어, 직접 그 현장에서 함께 체험하는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매콜리는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 또한 그런 방법으로 만들어 졌기에 어린이들이 보더라도, 어른이 보더라도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이집트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본 것처럼 누구나 잘 아는 건축물이 있다. 피라미드가 아마도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아닐까 싶다. 그 거대한 규모와 축적된 시간으로 인해 건축물 자체보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궁금한 것이 바로 피라미드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파라오와 건축가 친구는 상상 속 인물이지만, 아마도 실제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어 준 이야기였다. B.C. 2468년에 시작된 공사는 파라오가 사망한 2439년까지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시신에 대한 방부 처리와 장례 의식까지 두루 설명을 마친 뒤에야 완성이 된다.


매콜리의 정교한 그림은 이집트의 장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피라미드의 돌덩이 하나 하나를 모두 빼곡하게 그려 넣는 그 디테일함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단면도, 평면도, 조감도, 투시도에 이르는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제대로 된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것이 어렵지 않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더 좋았던 책이다. 어린이부터 전문 건축가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책이고, 시리즈로 모아 두면 소장용으로도 너무 근사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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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 미국인의 회고록
키에스 레이먼 지음, 장주연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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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늘 굽고 휘어진 채 웃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책에 둘러싸여 살아온, 흑인 남부의 그런 가족이었습니다. 그 많은 책들, 그 웃음들, 그 거짓말들, 그리고 내가 책을 읽고, 다시 읽고, 쓰고, 고쳐야 한다고 당신이 끊임없이 말해준 덕분에, 나는 문장, 문단, 쉼표, 여백 앞에서 결코 두려워하지도, 쉽게 감탄하지도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당신은 내게 글을 실험할 수 있는 흑인 남부의 실험실을 만들어줬습니다. 그 안에서 나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순간마다, 기억과 상상력을 조립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p.31~32


1학년때는 104킬로그램, 대학생이 되어서는 132킬로그램을 넘겼고, 곧 140킬로그램이 되었다. 이는 미국에서 흑인 남성으로서 살아가는데 결코 평범한 무게는 아니었다. ‘헤비(Heavy)’라는 제목은 작가가 짊어져야 했던 몸의 무게이자, 그 몸에 새겨진 상처와 억압의 총합이다. 현대 미국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인 키에스 레이먼은 자신의 몸을 사회적 억압과 내면의 상처가 교차하는 장소로 드러낸다. 이 책은 독특한 서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1인칭과 2인칭 서술이 함께 진행된다. 2인칭 서술은 자신의 어머니를 향하고 있다.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학대했던 어머니와의 관계는 사랑과 통제의 이중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사회적 맥락으로 읽어 낸다. 인종, 계급, 정체성, 그리고 흑인 남성으로서의 사회적 억압과 가족사의 무게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으며 개인의 상처가 어떻게 사회의 문제와 이어지는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실 저탄수화물 식단, 제한된 설탕 섭취,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위고비 등의 다이어트 보조제는 백인 미국인들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에게 허락된 것이다. 저자는 '흑인들로 하여금 몸에 해로운 음식을 갈망하게 만든 욕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실제로 저소득층의 비만율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더 높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그 '무게'가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면서 버텨내야 하는 삶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걸까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는 작품들은 종종 있었다. 리즈 무어의 <무게: 어느 은둔자의 고백>,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의 <침대>, 장용민의 <궁극의 아이> 등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바깥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먹는 행위를 통해서만 위안을 얻었고,  '살아가는' 대신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헤비>의 저자는 이들처럼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거나, 스스로를 내면 속으로 가둬두는 대신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물론 픽션과 논픽션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배운 어떤 것도 미시시피, 메릴랜드, 그리고 미국 전역에 만연한 폭력이 이토록 영구적이라는 걸 설명해주지 못했습니다. 방과후, 나는 내 글에 쓰인 단어들을 읽고 재배열하며, 폭력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실을 말하는 것'과 '진실을 찾아내는 것'은 완전히 다르며, 진실을 찾아내려면 단어를 다시 읽고 재배열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어를 고치고 배열하는 데에는 어휘뿐 아니라 의지와, 어쩌면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고쳐 쓴 단어 패턴은 곧 고쳐 쓴 사고방식이고, 고쳐 쓴 사고방식은 기억을 형성하니까요.               p.148


키에스 레이먼은 미시시피주립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현재 텍사스 라이스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자신의 가장 깊은 연약함과 실패를 언어로 표현하며, 그것을 인정하며 비로소 온전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완벽한 문장만이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흑인 소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갑옷이라 믿었다. 그래서 붉은 펜으로 아들의 글을 가차 없이 수정하며 완벽을 강요했는데, 그는 오히려 어머니가 물려준 그 날카로운 도구로, 오히려 가장 숨기고 싶었던 진실을 파헤친다. "읽기, 다시 읽기, 쓰기, 고쳐 쓰기. 이 네 가지를 당신이 내게 선물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30년 전, 할머니의 현관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그는 어머니를 향해 말한다. 다른 모든 미국 아이들처럼, 나도 당신에게 잔혹하리만큼 솔직하지 못했다고, 그리고 다른 모든 미국 부모들처럼, 당신도 나에게 그랬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고 말이다. 


이 책은 유년 시절의 성적 학대, 어머니의 도박 문제,  인종차별과 과체중이라는 물리적 무게까지... 모든 ‘헤비’한 진실들을 ‘고쳐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해부하고 재구성한다. 그렇게 이 책은 개인의 고백을 넘어, 미국이라는 국가가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는지를 고발하는 서사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뛰어난 것은 탁월한 문장력과 사유가 아닐까 싶다. 어머니가 생존 기술로 가르친 ‘고쳐 쓰기(revision)’가 작문 기술을 넘어, 자신의 삶과 관계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행위와 연결되었으니 말이다. 평생에 걸쳐 변화해온 그의 '무게'에 관해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듣게 된다. 왜냐하면 이 책의 모든 주제는 그의 '몸'을 통해 구체화되고 증언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라는 고백을 한다. 누구나 진실을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부끄러움이든 과거의 폭력을 되살리는 일이든 진실을 기록하겠다는 결단의 표현으로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짓말을 쓰고 싶은 충동을 진실의 문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인상깊게 읽었다면, 이 작품 또한 꼭 읽어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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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담긴 문화사, 끽다점에서 카페까지 - 이길상 교수가 내려주는 커피 이야기
이길상 지음 / 싱긋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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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류 역사상 첫번째 커피 붐이 일었다. 1820년대에 시작되어 1840년대까지 지속된 제1차 커피 붐을 거치면서 커피는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무역품의 지위에 올랐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급증한 것이다. 먼저 생산 측면에서는 새로 등장한 커피 생산국 브라질이 본격적으로 커피의 대량 생산과 수출을 시작함으로써 커피가격을 떨어뜨렸다. 커피가격이 하락하면서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 시민들과 지식인들도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도시를 중심으로 커피하우스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p.19


언젠가 커피에 관한 통계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한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 커피가 약 250억잔에 달한다는 기록이었다. 1인당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니, 전 국민이 하루에 최소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것이다. 게다가 인구 10만 명당 카페 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작년 기준 전국의 카페가 10만 개를 돌파했다고 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가 서울이라는 점도 이런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국민 1인당 커피전문점에서의 소비액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하니, 가히 커피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일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커피를 처음 들여온 사람은 누구이며, 언제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일까. 이 책은 커피라는 작은 물질 하나로 역사라는 거대 서사를 다루고 있다. 교육학자이면서 커피인문학자인 저자는 개항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커피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문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본다. 커피는 인류의 역사와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는데, 끽다점에서 시작해 발전한 카페 문화, 세기의 발명품인 커피믹스의 등장,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책, 커피에 관한 논쟁과 유행 등 역사책으로 읽어도 흥미롭고, 커피에 관한 인문학책으로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이든 집이든 손님이 오면 손님의 취향과는 관계없이 커피를 끓여 내오는 '새 예절'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3년 기준 노동자가 하루 일하고 받는 일당이 300원이던 때 커피 한 잔은 100원이었고 우리나라의 연간 커피 원두 소비량은 3500톤을 넘어섰다. 그러던 중 그해 10월 갑자기 불어닥친 오일 쇼크는 커피에도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우리나라 커피 역사에서 암흑기가 시작된 것이다. 커피가 다시 희생양으로 등장했다. 신년 초부터 언론에서는 "도심 다방들 커피값 인상" "협정료 위반 다방 집중 단속" "커피값 올리면 조처" 등의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p.302


밥은 어쩌다 한 두끼를 안 먹더라도 상관없지만,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히는 사람, 바로 나다. 어릴 적에 커피라는 음료를 마시면 안 되는 그 나이에,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이렇게 쓴 걸 왜 먹냐고. 엄마가 그때 농담처럼 말했었다.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라고. 인생의 여러 면을 겪어본 다음에 어른이 되어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는 음식이 있는 거라고. 어릴 때는 하면 안 된다.는 금기에 대해 다소의 반항심같은 것도 있었으므로, 그냥 둘러대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커피가 점점 더 맛있게 느껴지면 질수록, 어쩐지 어린 시절 엄마의 그 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 내가 인생의 쓴맛, 단맛을 어느 정도는 겪었기 때문에, 이렇게 쓴 커피가 달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다. 뭐 이런 생각 말이다. 게다가 커피에는 쓴 맛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그 속에는 깊은 풍미와 향과 그윽한 맛이 숨어져 있다. 


이렇게 커피를 사랑하는 나이기에, 이 책은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커피를 둘러싼 이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니 아직 한참 멀었구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긴 인생에서 하루의 시작이 괴로운 날도 많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의 향기에 휩싸여 있는 동안, 어느새 그 감정에서 구원받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내가 지금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그 한 모금의 위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말이다. 갓 로스팅 된 원두로 내린 커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유의 향기가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페이지 곳곳에서 그 향기가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하면 오버일까. 착각일지라도 그만큼 커피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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