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라이언 풀패키지 - 스스로를 찾아가는 라이언의 모험, 캐릭터 포토카드 + 포스터 + 캐릭터 북마크 + 컬러링 엽서 세트 + 이모티콘 캐릭터 스티커 + 박스
카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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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카카오프렌즈의 프리퀄 웹툰 <그래도, 라이언>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라이언의 고향 둥둥섬 왕국에 대한 이야기부터 라이언과 프렌즈가 만나기 전 과거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기존에 나왔던 카카오프렌즈 웹툰 작품들이 일상공감형 스토리였다면, <그래도, 라이언>은 카카오프렌즈의 첫 오리지널 웹툰으로, 카카오프렌즈의 세계관과 서사가 담겨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아프리카 어딘가의 신비롭고 알 수 업는 둥둥섬 왕국, 왕위 계승자로 태어난 라이언은 바다 건너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무뚝뚝한 표정과는 다르게 배려심이 많고 따뜻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라이언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한 모험을 추억한다. 라이언은 어린 시절 난파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할머니인 디온여왕은 유일한 혈육인 라이언에게 왕위를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언이 왕위를 이어받기 위한 대관식은 곧 다가오고, 그에 맞는 교육을 받기 위해 왕위 전용 수업을 듣는 중이다. 


사실 둥둥섬에는 '왕가의 품격은 갈기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왕가의 상징인 갈기가 자라지 않는 라이언은 항상 주변의 눈초리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왕위보다는 자유를 동경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외출이 금지된 채로 멋진 왕이 되기 위한 수업을 듣고 있는 라이언의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은 점점 커져간다. 그러다 결국 라이언은 둥둥섬 도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과연 라이언이 꿈꿔온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픽 노블 스타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이국적인 작화 스타일과 감성적인 연출로 대사가 없음에도 라이언의 감정 변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의 과거를 처음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라이언을 좋아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갈기가 없는 것이 콤플렉스인 라이언의 이야기는 누구나 갖고 있는 부족함을 극복해내고,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꿈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대리 만족을 시켜준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캐릭터인 라이언에게도 이런 고민이 있었구나, 싶은 마음에 더욱 공감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에 단행본이 나오면서 책과 굿즈들을 함께 담은 풀패키지 버전도 따로 출간되었다. 풀패키지는 캐릭터 포토카드, 미니 포스터, 캐릭터 PET 북마크, 컬러링 엽서 세트, 그리고 라이언 이모티콘 캐릭터 투명 스티커로 구성되어 있다. 카카오 프렌즈는 전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그만큼 다양한 굿즈들이 나왔었다. 나 역시도 집에 몇 개 가지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번 풀패키지에 포함된 굿즈는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둥둥섬 왕국을 배경으로 하는 굿즈라 더욱 특별하다. 게다가 굿즈와 책이 예쁜 박스에 담겨 있기 때문에 소장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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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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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일의 세계를 유영하다보면 가끔은 수면 위로 나와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잊기도 하잖아요. 대충 라면이나 끓여 먹자 싶은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떨치고 텃밭으로 나가는 것이 핵심이자 결정적 고비입니다. 먼저 텃밭에 무엇이 열렸는지 보고 그 채소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검색해요. 인터넷에 계신 여러 요리 스승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채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합니다. 그러면서 조록조록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싱그러운 채소의 향을 맡고, 나무 도마에 칼이 탁탁탁 부딪히는 감촉을 느끼고, 오묘하게 바뀌는 요리의 색깔들을 봅니다.               p.64~65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에 지쳐 언젠가 나이들면 시골에 집을 짓고 살 거라고, 혹은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선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매번 상상 속에서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다 상상의 시간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올 뿐이다. 오늘 하루, 과연 몇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삶, 일주일은 7일인데, 회사가 5일을 갖고 나는 2일만 가지는 것을 늘 당연하게 여겼던 삶...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결정이 쉽지는 않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세상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이니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다는 뜻이니까.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아주 많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돈이 없으면 진짜 중요한 것보다 돈 생각을 더 많이, 더 자주 하게 되니깐. 그런데 여기, 바로 그런 상상을 현실로 구현시킨 사람들이 있다. 번아웃에 시달리다 숨구멍을 찾듯 시골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해내야 하는 일로만 점철된 삶을 멈추고 싶었기에, 자신이 원했던 삶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도시와 회사 밖 삶을 선택한 그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사계절의 풍경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이란 어떨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아무튼, 집>의 김미리 작가와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를 쓴 귀찮 작가가 사계절 동안 서로에게 쓴 교환 편지다. 김미리 작가는 시골 폐가를 사서 고친 후 평일은 서울에서 밥벌이를 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텃밭을 돌보는 생활을 하고 있고, 귀찮 작가는 회사원의 삶을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와 일 년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각자 서로 다른 시골 마을에 터를 잡고, 한 명은 턱시도 고양이 소망이와, 또 다른 한 명은 앙칼진 말티즈 마루와 함께 살고 있는 두 사람은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르지만 결국 자연으로 돌아와 안정을 찾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이 책은 봄에는 예정에 없던 완두콩을 심으며 텃밭의 봄농사를 시작하고, 여름에는 잡초 뽑기를 하느라 고생하다 가을에는 친구들와 양파 모종을 심고, 겨울에는 동파를 대비해 집안 곳곳을 손보며 사계절의 풍경들을 그려낸다. 



밭을 매고 작물을 보살피며 단단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오늘 한 만큼 내일 티가 날 거란 믿음이요. 딱 가꾼 만큼 정직하게 태가 나는 텃밭처럼, 내일은 내가 가꾼 오늘 하루에 달렸단 것. 그걸 생각하면 밭일이든 쓰고 그리는 일이든 뭐든 성실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져요. 어쩌면 우리가 사계절을 나며 부지런히 주고받은 스물네번의 글은 훗날 우리 스스로에게 부치는 편지 아니었을까요? 당장 눈앞의 결과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만나게 될 테니까요.                  p.305


김미리 작가는 예정에 없던 완두콩을 심으며 봄을 시작한다. 텃밭의 봄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웃 어르신이 완두콩을 한 주먹 쥐어주고 가셨기 때문이다. 꽃은커녕 싹도 틔우지 못할 것 같이 말라 비틀어진 모양새였는데, 포슬포슬한 흙 속에 자리잡은 쪼글쪼글한 완두콩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름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귀찮 작가는 자신의 방임형 텃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토마토, 오이, 고추, 파, 상추, 가지 등은 잡초 뽑기를 성의없게 하고, 방임형으로 키워도 척척 잘 크는 작물들이라고 한다. 당근이나 생강처럼 섬세한 관심 없이는 키우기 힘든 까다로운 작품들이 아니라 이런 작품들을 키우는데서 작가의 성격이 엿보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조그만 작물에게 준 다정함이 귀여운 연둣빛 자태로 돌아오는데서 대견한 마음이 들고,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이제 막 시작한 벼를 보면서 힘을 얻고, 하등 쓸모없다 생각했던 작은 잡초도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세상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책을 읽는 내가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시골살이라는 것이 마냥 낭만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편한 삶을 고집하는 이유에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아무리 방임형 텃밭이라고 해도 한없이 늘어지는 줄기들을 지주대에 묶어주어야 하고, 누렇게 시들어버린 죽은 잎사귀를 정리해야 하고, 과실이 너무 익기 전에 따주어야 한다. 조그만 텃밭에도 해야 할 일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것이 시골살이의 진짜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골이기에 가능한 이웃 어른들과의 정겹고 따스한 일들도 많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에 무성한 잡초들을 뽑기 시작했는데, 하필 해가 가장 높이 뜬 시간에 텃밭에 쭈그려 앉아 있는 걸 본 이웃 어르신이 한 마디 건넨다. "젊은 사람은 뭐, 목숨이 여러 개여? 왜 땡볕에서 일을 하고 그랴. 쓰러져. 일어나믄 다음 생이여." ㅋㅋㅋ 이 귀여운 유머때문에 책을 읽다가 빵 터졌다. 


조금 귀찮고 힘들어도 자연에 기대어 살 수 있는 삶, 막막하고 힘들면 언제든 달려가 자연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일상이라니... 참으로 부러웠다. 자연에서 얻는 위로와 감상이 삶 속의 어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되지 못할지라도 그걸로 또 오늘 하루를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누구나 살면서 수없이 흔들리고, 이 길이 맞는 건지 불안해하고, 이 방향이 괜찮은 건지 의심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중요한 것은 늘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자연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페이스를 찾는 일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부지런하고, 단단하게 하루하루를 빚어나가는 이 책 속 두 작가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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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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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생 처음으로 부러움이 푸시킨의 가슴을 찔렀다. 부러운 것은 이 젊은 커플의 부유함이 아니었다. 뉴욕이라는 전설적인 도시에 있는 것 같은 이 우아한 테라스에서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매력적이고 평온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함께 있는 남자를 향해 보여주는 미소가 부러웠다. 푸시킨은 평생을 통틀어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일을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 '줄 서기'중에서, p.35


에이미 토울스는 한 작품의 완성에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4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우아한 연인>이 2011년, 두 번째 작품인 <모스크바의 신사>는 2016년, 세 번째 작품 <링컨 하이웨이>는 2021년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단편소설 여섯 편과 중편소설 한 편을 엮은 <테이블 포 투>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뉴욕 편에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작가가 '직접 목격한 시대와 장소'를 통해 그려졌기에 기존의 장편소설들과는 굉장히 분위기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장편의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끌고 가는 작가이지만, 짧은 이야기에 담긴 반짝거리는 삶에 대한 통찰과 우아한 위트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살던 농부와 아내는 처지에 걸맞은 인내와 끈기로 땅을 경작하고, 씨앗을 심고, 곡식을 수확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스크바에서 온 청년의 열정적인 연설에 동화된 아내가 모스크바로 이사를 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도시의 중심부에 도달한 뒤 비스킷 집단공장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제빵사의 조수로 들어간 아내 이리나는 뛰어난 솜씨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지만, 남편 푸시킨은 밀가루 포대 창고에서, 청소반에서 계속 일을 못해 결국 해고당하고 만다. 그렇게 부부는 같은 길 위에서 점차 다른 생각을 품게 되는데, 공산주의 사회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유쾌한 서사 이면에 많은 여운을 남겨 준다. 이 작품 외에도 우연히 대문호의 서명을 위조하게 된 작가 지망생,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불법 녹음한 노인, 르네상스 작품의 마지막 조각을 쫓는 전직 경매사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은 별로 나쁘지 않았어요. 거기서 평생 처음으로 진정한 친구를 사귀었는데, 둘이서 정말 원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결국 나는 동화 같은 환상에 완전히 지쳐버렸어요."

"여기에도 그런 환상은 아주 많아." 찰리가 지적했다.

"당연히 그렇죠. 하지만 저기 동쪽의 동화는 천년 전의 것이에요. 세대에서 세대로 계속 내려온 거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쩌고 하는 헛소리들. 여기에도 동화는 있지만, 사람들이 모두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처럼 보여요."                      - '할리우드의 이브' 중에서, p.465~466


로스앤젤리스를 배경으로 쓰인 중편소설은 작가의 데뷔작인 <우아한 연인>의 등장인물 이블린 로스를 주인공으로 뉴욕을 떠나 할리우드로 간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에이모 토울스의 작품 중에 <우아한 연인>을 가장 사랑하기에, 이브의 등장이 너무도 반가웠다. 당시에는 케이티와 팅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을 빼았겼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이브라는 캐릭터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 것 같다. <우아한 연인>은 이민자의 딸이자 노동 계층인 케이티와 할리우드 드림을 꿈꿨던 이브, 그리고 젊고 유망한 은행가 팅커,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 세 사람의 운명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와 팅거의 충동적인 결정으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는데, 이번에 만난 <할리우드의 이브>는 그 이후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더 설레이며 읽었던 것 같다. 극중 이브는 은퇴한 경찰관 찰리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뉴욕에서는 무슨 일을 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상당히 여유롭게 살았어요, 찰리. 센트럴파크를 굽어보는 커다란 아파트에서 잘생긴 남자랑 함께." 하지만 고개를 저으며, 대체로 별로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사실 나는 케이트와 팅거에게 더 몰입하면서 그 작품을 읽었던 터라, 이번에 다시 <우아한 연인>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이브의 편에서 말이다. 


"그럼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건 관심 없어?"

"전혀 없어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가끔 행복해지는 건 좋아요.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요. 넌더리가 나는 건 '영원히' 라는 말이에요."


은퇴한 경찰관, 한물간 노배우, 스턴트맨 지망생, 영화사의 법률자문, 사진작가 등 여러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브의 이야기는 에이모 토울스 특유의 고전적인 분위기와 우아한 문장이 어우러져 우리를 이 작품과 사랑에 빠지도록 만든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속에서 가슴이 시리도록 매우 사랑하는 장면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내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장면은 <우아한 연인> 속에 있다. 그래서 이번 신작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에이모 토울스의 작품들을 차근차근 읽어 왔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신작도 반드시 챙겨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에이모 토울스의 작품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누구나 이 작품을 통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에이모 토울스의 매력을 발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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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글 / 창비교육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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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엔 입맛이 당기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봄엔 향긋한 봄나물이 당기고, 여름엔 시원한 제철 과일이 당기고, 가을엔 밤을 활용한 여러 디저트가 당기고, 겨울엔 호호 불면서 먹는 붕어빵이 당기니 그냥 사계절 내내 입맛이 당긴다고 해야 맞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입맛이 당기는 건 괜찮아도 입맛이 땅기는 건 맞지 않습니다. 입맛이 돋우어지다의 뜻을 담은 우리말은 '당기다'입니다. 국물이 땅기는 게 아니라 '국물이 당기는데 쌀국수 어떠세요?'라고 해야 맞겠죠?                p.42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에 이어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30년 가까이 방송되고 있는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의 그간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현시대에 유효하고 필요한 내용들을 엄선해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말 나들이」는 정확한 우리말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자는 취지로 MBC 아나운서들이 직접 제작하는 방송으로, 생활 속 사례를 통해 우리말을 바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대한민국 최장수 우리말 안내 프로그램이다. 어휘력 편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에 대한 정확한 뜻풀이를 통해 어휘력을 끌어 올려 주었다면, 이번 문해력 편에서는 문해력과 문장력, 독해력에 중점을 두고 실생활에서 쓰는 말과 글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표현들을 담았다. 


월급이 '갑절/곱절'로 늘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장을 보고 났더니 '금새/금세' 저녁 시간이 되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초주검/초죽음'이 되어서 퇴근 했어. 이렇게 일하는데도 통장은 텅텅이라 마음이 '심란해/심난해'. 월급일이 '며칠/몇일'이나 남았지? 우울한 얘기 그만하고 저녁이나 먹자. 내가 '건하게/거하게' 살게. 등등 비슷한 표기로 인해 쓰임을 혼동하는 표현, 틀린 줄도 모르고 습관처럼 잘못 사용하는 표현들을 바로잡아준다. 특히나 SNS, 업무 메신저, 이메일, 신문 기사 등 일상적인 소통 매체를 활용한 구체적인 상황을 예문으로 제시해주어 바로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각각의 내용마다 OX문제를 짧막하게 넣어 알게 된 내용을 체크해볼 수 있도록 했고, 책의 후반부에 부록으로 사투리도 외래어도 아닌 알고 보면 표준어 항목과 간단한 문해력 평가 시험도 알차게 수록했다. 




술기운을 '빌어서' 고백을 했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술기운을 '빌어서' 하는 말은 바르지 않습니다. 술기운은 빌리는 거지, 비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빌리다'에는 다양한 뜻이 있어 돈을 빌리고, 남의 손을 빌리고, 관계자의 말을 빌려 말한다 따위로 쓸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하다의 뜻도 있는데요, 이때는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처럼 '빌어'가 아닌 '빌려'를 써야 맞습니다.             p.178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글을 쓰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사용해 본의 아니게 상대를 당황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잘못된 언어 습관이 굳어지면, 그로 인해 뜻밖의 오해나 갈등이 생기기도 하니, 정확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의 중요성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밤새다와 밤새우다, 배다와 베다, 벼르다와 벼리다, 보전과 보전, 비껴가다와 비켜 가다 등 혼동해 쓰이기 쉬운 우리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간지럼은 피우는 게 아니라 태우는 것이고, 겨땀이 아니라 곁땀이 표준어라는 사실, 수입산은 틀린 말이라 외국산, 수입품 등으로 바꿔 써야 한다는 등 일상에서 무심코 잘못 사용하고 있었던 표현들도 아주 많았다.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고,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심심한 사과'를 잘못 받아들여 오해하고, '우천 시 장소 변경'을 '우천 시에 있는 지역'으로 알아듣는 등 문해력 저하가 어느덧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하는 것이 요즘 현실인데, 이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학습 부진과 세대 간 갈등이라는 지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우리말을 제대로 익혀 어휘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면, 우리말 나들이 시리즈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올바른 우리말의 사용에 대해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책맹이 증가하고 문해력 저하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읽기 능력 자체가 위협 받는 시대이다. 디지털로 읽기가 일상화되면서 우리는 점점 더 긴 글을 읽을 때 산만해지고, 집중력은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읽기 능력은 떨어져가고 있다. 게다가 문해력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찾아서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글을 다르게 이해하는 걸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걸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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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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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판타지는 호메로스가 노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배우들이 연기하던 장르다. 현대 판타지는 중세 시대의 로맨스와 초현실주의, 현대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진정한 계승자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이는 여전한 사실이지만 더 이상 크게 외칠 필요는 없어졌다. 고상한 척해대는 몇몇 잡지와 노년의 교수들이 누레진 노트를 들고 수업하는 강의실을 제외하고 우리의 투쟁은 모든 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판타지는 출판문화뿐만 아니라 현대 문화 전반에 퍼졌다.           p.19~20


판타지라는 장르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일상적인 풍경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 안에 가져다 놓기 때문이다. 환상의 세계를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낸, 사실 같은 거짓말을 구축해내는 비밀이 늘 궁금했다. 판타지는 현실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구조를 더 날카롭게 비추어 낸다.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은 판타지 문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아홉 가지 관점으로 밝혀 나간다. 이 책의 저자인 판타지 문학 연구자 브라이언 애터버리는 판타지를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이라고 표현한다. 판타지가 어떻게 진실이 될 수 있는 걸까. 저자는 그에 대해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우선 판타지는 사람들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의지한 전통적 신념과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한다. 신화는 우주를 설명할 뿐 아니라 집단, 계층, 젠더의 역할, 의례와 종교적 의무까지 보여주는데, 판타지는 이러한 전통적인 신화와 우리의 관계를 재창조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또한 판타지는 메타포 차원에서 진실이 될 수도 있다. 메타포는 우리가 아는 대상과 미지의 대상의 간극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데, 판타지에서는 마법을 발휘하는 장치들을 문자화된 메타포로 표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판타지는 구조적으로 진실이 될 수 있다. 판타지의 구조는 세상의 형태를, 특히 변화의 형태를 반영한다. 판타지는 성을 건설하고 왕국이 멸망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뿐만 아니라 성장과 욕망 같은 개인 내면의 변화가 구조화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렇게 신화와 메타포, 구조를 통해 거짓말로 진실을 말하는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해 알아보았다. 겨우 여기까지가 1장의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판타지와 사실주의, 신화를 전승하는 판타지, 문학의 사회적 기능, 유토피아 문학 등에 대해 9장에 걸쳐 이야기하는데, 판타지 문학을 즐겨 읽고 좋아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문학적 판타지는 환상 동화의 해피 엔딩을 지키는 한편 결말을 복잡하게 만들고 스토리 곳곳에 해결의 실마리를 배치해야 한다. 이로써 단순히 공주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거나 괴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식이 아니라 한 세계가 신뢰, 사랑, 투지, 친절함, 연대감으로 구원받아야 한다. 독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공포와 트라우마를 파악하고, 이를 초월하는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무기로 무장된 전쟁터를 사람이 사는 동네로 바꿔놓는 시나리오야말로 이 힘든 시기에 가장 필요한 마법의 주문이다.                   p.157


어슐러 르 귄은 '판타지는 결국 가장 오래된 서사 방식이며, 가장 보편적인 서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나니아 연대기>, <해리 포터> 시리즈 등 판타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이자 가장 대중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지어낸 이야기지만, 거짓말이 아니'라는 점이 판타지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이 흥미진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어슐러 K. 르 귄, J. R. R. 톨킨, 조지 R. R. 마틴같이 대표적인 판타지 작가들의 작품부터 은네디 오코라포르, 헐린 웨커, 알리에트 드 보다르드 같은 현시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방대한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린 왜 판타지를 읽을까? 또는 책을 처음 접했던 어린 시절, 왜 우리가 사랑하는 그 책들에 빠지게 된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판타지 문학이 우리가 더는 견딜 수 없는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는 탈출구가 되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현실의 행동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세계의 이면을 바라보고, 두려움 너머를 엿볼 수 있다. 판타지가 일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이야기보다 더 가치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판타지는 세계의 진실을 드러내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며, 때로는 그 자체로 정치적인 도구가 된다'고 말이다.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읽고, 보고, 사랑해온 판타지 세계가 실제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여정을 통해 판타지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판타지라는 문학 장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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