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글 / 창비교육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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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엔 입맛이 당기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봄엔 향긋한 봄나물이 당기고, 여름엔 시원한 제철 과일이 당기고, 가을엔 밤을 활용한 여러 디저트가 당기고, 겨울엔 호호 불면서 먹는 붕어빵이 당기니 그냥 사계절 내내 입맛이 당긴다고 해야 맞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입맛이 당기는 건 괜찮아도 입맛이 땅기는 건 맞지 않습니다. 입맛이 돋우어지다의 뜻을 담은 우리말은 '당기다'입니다. 국물이 땅기는 게 아니라 '국물이 당기는데 쌀국수 어떠세요?'라고 해야 맞겠죠?                p.42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에 이어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30년 가까이 방송되고 있는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의 그간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현시대에 유효하고 필요한 내용들을 엄선해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말 나들이」는 정확한 우리말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자는 취지로 MBC 아나운서들이 직접 제작하는 방송으로, 생활 속 사례를 통해 우리말을 바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대한민국 최장수 우리말 안내 프로그램이다. 어휘력 편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에 대한 정확한 뜻풀이를 통해 어휘력을 끌어 올려 주었다면, 이번 문해력 편에서는 문해력과 문장력, 독해력에 중점을 두고 실생활에서 쓰는 말과 글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표현들을 담았다. 


월급이 '갑절/곱절'로 늘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장을 보고 났더니 '금새/금세' 저녁 시간이 되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초주검/초죽음'이 되어서 퇴근 했어. 이렇게 일하는데도 통장은 텅텅이라 마음이 '심란해/심난해'. 월급일이 '며칠/몇일'이나 남았지? 우울한 얘기 그만하고 저녁이나 먹자. 내가 '건하게/거하게' 살게. 등등 비슷한 표기로 인해 쓰임을 혼동하는 표현, 틀린 줄도 모르고 습관처럼 잘못 사용하는 표현들을 바로잡아준다. 특히나 SNS, 업무 메신저, 이메일, 신문 기사 등 일상적인 소통 매체를 활용한 구체적인 상황을 예문으로 제시해주어 바로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각각의 내용마다 OX문제를 짧막하게 넣어 알게 된 내용을 체크해볼 수 있도록 했고, 책의 후반부에 부록으로 사투리도 외래어도 아닌 알고 보면 표준어 항목과 간단한 문해력 평가 시험도 알차게 수록했다. 




술기운을 '빌어서' 고백을 했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술기운을 '빌어서' 하는 말은 바르지 않습니다. 술기운은 빌리는 거지, 비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빌리다'에는 다양한 뜻이 있어 돈을 빌리고, 남의 손을 빌리고, 관계자의 말을 빌려 말한다 따위로 쓸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하다의 뜻도 있는데요, 이때는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처럼 '빌어'가 아닌 '빌려'를 써야 맞습니다.             p.178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글을 쓰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사용해 본의 아니게 상대를 당황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잘못된 언어 습관이 굳어지면, 그로 인해 뜻밖의 오해나 갈등이 생기기도 하니, 정확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의 중요성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밤새다와 밤새우다, 배다와 베다, 벼르다와 벼리다, 보전과 보전, 비껴가다와 비켜 가다 등 혼동해 쓰이기 쉬운 우리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간지럼은 피우는 게 아니라 태우는 것이고, 겨땀이 아니라 곁땀이 표준어라는 사실, 수입산은 틀린 말이라 외국산, 수입품 등으로 바꿔 써야 한다는 등 일상에서 무심코 잘못 사용하고 있었던 표현들도 아주 많았다.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고,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심심한 사과'를 잘못 받아들여 오해하고, '우천 시 장소 변경'을 '우천 시에 있는 지역'으로 알아듣는 등 문해력 저하가 어느덧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하는 것이 요즘 현실인데, 이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학습 부진과 세대 간 갈등이라는 지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우리말을 제대로 익혀 어휘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면, 우리말 나들이 시리즈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올바른 우리말의 사용에 대해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책맹이 증가하고 문해력 저하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읽기 능력 자체가 위협 받는 시대이다. 디지털로 읽기가 일상화되면서 우리는 점점 더 긴 글을 읽을 때 산만해지고, 집중력은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읽기 능력은 떨어져가고 있다. 게다가 문해력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찾아서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글을 다르게 이해하는 걸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걸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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