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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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일상을 벗어날 일은 없네.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일 것도 없다네. 스페인에 머물 땐 모든 것이 평범한 일상일 걸세. 그곳에 있지 않을 때는, 글쎄...... 자네에게 거짓말을 하진 않겠네. 소설과 같은 허구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네. 자네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게 될 걸세.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금세 그런 삶을 그만두고 자네 원래 모습으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걸세.          p.96

 

‘세르반테스의 땅에서 태어난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스페인 작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신작이다. <새하얀 마음>과 <사랑에 빠지기>라는 작품으로 만났었는데, 사실적이면서도 어딘가 현실을 넘어선 환상문학같은 느낌과 더불어 일반적인 관념을 뒤흔드는 매력적인 작품들로 기억한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무려 76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의 이야기로 비밀정보부의 스파이인 남편과 그가 부재인 시간 동안 남겨진 아내의 삶을 그리고 있다. 스파이란 원래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라는 전제를 철칙으로 삼는 존재로 때로는 가정을 배제시키고, 때로는 동료까지 의심하며 조용한 전쟁을 치뤄야 하기 때문에 고독과 뗄레야 뗄 수 없다. 게다가 그들에겐 흑과 백의 명확한 논리가 통화지 않는 상황들이 자주 만들어진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직업적 특성에 대해서 고뇌하는, 회색 지대의 사람들인 것이다.

 

스파이 문학을 꽤 읽어본 것 같은데, 스파이가 아니라 그의 가족 입장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거의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베르타 이슬라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스파이의 아내 시점으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소외를 그려낸다. 함께 있으면서도 눈앞에는 별로 머물지 않으며,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등을 돌리고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 두 남녀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결코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우리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누구나 각자만의 내밀한 슬픔을 안고 있으며, 어둠에 싸인 자신만의 영역이 필요하니 말이다.

 

 

 

루이스 노발은 그림자이자, 공허한 이름만 가진 유령이었다. 비록 기념물이 있긴 했지만 그 누구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지 않았고,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토마스는 더 심한 유령이 될 것이다.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유령. 자식들조차 기억하지 못 할 유령. 자식도 기억을 못 할 텐데 누가 기억을 하겠는가? 풀 한 줄기, 먼지 한 톨, 흩어져가는 안개, 떨어지면서 뭉치지도 못하는 눈송이, 재, 벌레 한 마리, 한 줄기 바람, 결국 스러지고 마는 한 줄기 연기.            p.488

 

베르타는 한동안 남편이 진짜 자기 남편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남편을 남편이라 믿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불신이나 죄책감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아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남편은 매번 아내에게 '당신은 모르는 것이 나아'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비밀에 싸인 삶을 강요했다. 뭔가 알 수 없는 구석이 있는 사람과 한 집에 살고 있다는 자각은 삶을 어떻게 바꾸어 버릴까. 토머스는 여러 언어를 유창하고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그는 한 번 들은 것은 뭐든 쉽게 이해했고, 별 노력 없이도 쉽게 기억했으며 그것을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하게 재현했다. 이렇게 영리하고, 탁월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었으니 눈에 띄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던 중 비밀정보부 요원으로 일할 것을 제안받지만 거절한다. 하지만 조작된 사건을 통해 의지와는 별개로 비밀정보부의 스파이로 활동하게 된다.

 

속임수와 배신, 은폐 등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토마스가 스파이라는 역할에 충실할수록 베르타와의 부부 관계는 오해와 갈등으로 균열이 생기게 된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알았고, 운명적인 확신으로 결혼했지만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남편의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스파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첩보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스파이의 가족과 남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나 사건보다는 감춰진 것들, 숨겨진 이면에 주목한다. 이렇게 두툼한 페이지를 자랑하면서도 내용 자체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있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문장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의 스파이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과 관계의 본질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깊은 여운을 남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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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후쿠오카 - 전2권 - 후쿠오카 Ι 유후인 Ι 벳푸 Ι 나가사키 | 기타큐슈, 2023-2024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전상현.두경아 지음 / 길벗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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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책으로 배웠던 것과 실전이 얼마나 다른지, 영상으로 보았던 것과 직접 가서 느꼈던 현실이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걸로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예상했던 것과 차원이 달랐던 적,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의 가장 큰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3년 여의 시간 동안 여행이 멈춰 버렸고, 이제 다시 여행의 시간이 돌아왔다.

 

후쿠오카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여행지이다. 비행 시간이 짧아서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자주 다녀와서 익숙한 부분도 있고, 가장 많이 갔었던 해외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갈 때마다 새롭게 가보고 싶은 장소가 생겨나고, 다녀와서도 또 가보고 싶은 맛집이 새록새록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후쿠오카 뿐만 아니라 가까운 유후인, 벳푸 등 북큐슈의 지역들도 너무 좋아한다. 공항이 시내에서 가까워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말이다. 보통 시간이나 거리, 비용의 문제가 해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후쿠오카라면 이 모든 문제에서 굉장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여행지이다. 이번 주말이라도, 아니면 내일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후쿠오카이니 말이다.

 

길벗에서 나오는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로 후쿠오카 편을 만났던 것이 벌써 5년 전인데, 이번에 2023-2024 최신판이 나왔다고 해서 궁금했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긴 시간 동안 후쿠오카의 어떤 모습들이 변했을지, 또 어떤 새로운 곳들이 눈길을 끌지 기대가 되었다. 특히나 이번에 나온 최신 개정판에서는 코로나 이후 변화한 후쿠오카의 일상과 여행지 정보를 수록했으며 폐점된 장소는 새로 주목할 만한 스폿 정보로 교체하였다고 하니 지금 바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 아주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의 매력은 1권과 2권으로 분권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1권 테마북에서는 후쿠오카의 다양한 여행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꼭 봐야 할 볼거리 베스트, 꼭 먹어봐야 할 먹을거리 베스트, 꼭 가야 할 쇼핑 스폿 베스트 등 여행 계획을 짜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볼거리, 먹을 거리, 쇼핑 등 테마별로 정보가 가득해 최신 후쿠오카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2권 코스북에서는 후쿠오카의 주요 도시를 세부적으로 나눠 지도와 여행 코스를 함께 소개해준다. 지역별, 일정별, 테마별 등 다양한 구성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1권에의 어떤 테마에 소개된 곳인지 페이지 연동 표시가 되어 있어 더 좋다. 여행할 때 늘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이 바로 지도인데, 2권은 들고 다니면서 교통편과 이동 경로, 지도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딱 좋다.

 

 

일본 음식이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편이기도 하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들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후쿠오카에 가서도 하루 일곱 끼 이상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미식의 도시 후쿠오카'에서 즐기는 명물 음식과 맛집도 총정리되어 있다. 특히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음식 사진들도 정말 많이 실려 있는데, 사진 퀄리티도 훌륭해서 여행 일정 짤 때 정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처럼 맛집 위주로 일정을 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후쿠오카는 여러 번 다녀왔기 때문에 웬만큼 유명한 맛집이나 장소들은 거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곳들 중에는 새로운 장소들이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덕분에 읽는 동안 여기저기 표시해두고 후쿠오카에 갈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통해서 후쿠오카의 곳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당시의 설레임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내용은 두 배로, 무게는 반으로 줄인 새로워진 <무작정 따라하기> 가이드북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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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굽고 싶은 아메리칸 쿠키
이미지.이소연.최재형 지음 / 경향BP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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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좋아하고, 빵도 너무 좋아해서 늘 책과 함께 디저트를 즐기는 편이다. 요즘은 예쁜 카페도 너무 많고, 빵이나 케잌 등이 특별한 맛집도 많아서 어디로 가야할 지 늘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되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쿠키는 정말 종류가 다양하고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얇고 바삭한 쿠키보다는 두툼하고 꾸덕한 종류를 좋아하는 편이다. 한때 구운 마시멜로가 들어가는 스모어 쿠키가 유행이더니, 그 다음에는 르뱅 쿠키라고 해서 크고 두툼한 쿠키가 인기를 끌었다. 르뱅 쿠키가 아메리칸 쿠키의 종류 안에 포함되는데, 재료를 듬뿍 넣어 크고 두툼한게 매력이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인 그 아메리칸 쿠키를 집에서도 만들어 볼 수 있는 레시피 북이 나왔다.

 

 

이 책은 유튜브 그루밍식당, 조이앤베이킹, 플레노베이킹의 아메리칸 쿠키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레시피를 공개했다. 오븐 한 판 분량을 20분 내외로 구워낼 수 있는 39가지 아메리칸 쿠키 레시피가 담겨 있는데,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 각각의 레시피에 맞춰 재료와 사전 작업, 굽는 온도와 굽는 시간이 기재되어 있고, 만드는 법도 단계별로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직접 만들어 보기 좋게 되어 있다. 각각의 유튜브 채널마다 다른 종류의 쿠키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어 취향대로 골라서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루밍식당의 피넛버터 쿠키, 트리플 초코칩 쿠키, 말차 크렌베리 쿠키, 조이앤베이킹의 딸기 오레오 쿠키, 더블 황치즈 쿠키, 캐러멜 피넛 쿠키, 그리고 플레노의 시나몬 약과 쿠키, 포레누아 쿠키, 에스프레소 바닐라 쿠키 등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아메리칸 쿠키의 레시피들이다. 집에서 시간을 내어 해보려고 표시를 해두었는데, 재료도 어렵지 않고, 방법도 복잡하지 않아서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인기 있는 수제 쿠키는 보통 얇고 바삭한 식감보다는 울퉁불퉁하고 거칠며 다소 투박해 보이는 모양을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두툼하게 구워낸 쿠키들이 바로 아메리칸 쿠키인데, 묵직하고 꾸덕꾸덕한 식감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 수록된 아메리칸 쿠키 레시피들이 바로 그런 종류들이니, 현재 가장 핫한 쿠키들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수많은 쿠키 레시피북이 있지만, 현재 가장 인기있는 유튜브 채널 세 군데의 레시피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사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유튜브에서 특별히 인기 있었던 레시피를 비롯해 공개하지 않았던 비밀 레시피와 이색적이고, 귀여운 쿠키 레시피들도 만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쉬운 재료들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라 실패 없이 쿠키를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이 꼭 필요할 것이다. 쿠키를 만드는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팁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자.

 

사실 쿠키는 베이킹을 시작할 때 쉽게 도전해보지만 은근히 까다롭고 실패를 하게 되는 품목 중 하나이다. 같은 레시피라도 만드는 사람, 환경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알려 주는 재료와 도구, 레시피만 있다면 누구라도 촉촉하고, 달콤하고, 꾸덕한 쿠키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아메리칸 쿠키가 어느 순간 '매일 굽고 싶은' 아메리칸 쿠키가 될테니 말이다. 쿠키를 좋아한다면, 베이킹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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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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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이유 때문에 의대생, 외과 의사, 고생물학자에게 유의미한 뼈의 개수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사람의 뼈가 모두 몇 개냐"라는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은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라는 것이다. 게다가 뼈의 정확한 개수를 밝히려면 충분한 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하는데,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체에 존재하는 200여 개의 뼈는 각각 이름을 갖고 있으므로, 설사 만지거나 가리킬 수 없더라도 그것들을 기억할 수는 있다.            p.34

 

나름 고고학, 고생물학에 관한 책들을 꽤 읽어본 편이라, 뼈의 5억 년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뼈의 생물학적 구성과 기능, 골격 구조, 골절과 다양한 뼈 질환과 치료법 등 의학적인 정보들이 쏟아져 나와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읽다 보니 이 책의 저자는 '뼈 다루기'와 '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40년 차 정형외과의사라고 한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 저자는 본격적으로 뼈 수술의 역사를 훑으며 의학적 혁명과 최신 정형외과에 대한 정보들까지 살펴본다. 의학 정보를 다루는 책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터라 다소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의사와 과학자들이 뼈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이를 특별한 목적으로 전용한 사례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 몸 안에 '숨겨진 뼈'에 대한 전반부의 이야기가 끝이 나면, 나머지 후반부는 외부에 ‘드러난 뼈’의 역사를 통해 뼈가 지닌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미를 탐구한다. 뼈의 주인이 죽은 후 몸 밖으로 나온 뼈의 두 번째 생애를 다루고 있는 후반부가 아무래도 읽기 더 수월했는데, 기대했던 고생물학에서 다뤄지는 화석화된 뼈를 비롯해서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고고학, 그리고 예술, 문화에 이르기까지 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 매장된 뼈는 인간이 언제 처음으로 추상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며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이 된다.

 

 

이쯤 됐으면 독자들은 뼈가 일상생활에서 사용된다는 데 매력을 느낀 나머지 연구 혹은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멋진 뼈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흥분을 가라앉히기 바란다. 골동품 상점에서 정체불명의 '아름답고 새하얀 공예품'과 마주쳤을 때를 대비해, 뼈와 상아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원료에 대한 상점 주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그 분야의 권위자로는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미국어류및야생동물국의 담당자들이 있다. 그들은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구별할까?            p.325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뼈의 비즈니스에 대해 다루는 페이지가 흥미진진했다. 뼈가 패션 산업의 혁명에 이바지했으며, 뼈를 이용한 단추 산업이 패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의 뼈는 거대한 비료 산업을 촉발시켰다. 또한 카타콤에서 발굴된 ‘성인’들의 뼈로 교회는 떼돈을 벌었으며 이는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선사시대의 사냥꾼들은 뼈를 이용해서 몽둥이, 화살촉, 작살, 낚싯바늘을 만들었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뼈바늘을 이용해서 옷으로 만들었으며, 동물의 뼈를 이용해 주사위를 만들어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뼈는 지금껏 우리에게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왔다. 드러난 뼈는 46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 중 최근 5억 년간의 정보를 제공해줬으며, 또한 뼈에는 최근 10만 년에 걸친 인류의 발달 및 문화사가 기록되어 있다. 사실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들의 뼈 중 일부가 화석화되어 수백만 년 동안 붕괴하지 않고 견뎌냈다는 것부터 놀랍고 경탄할 만하다.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현대에 만들어진 뼈가 문화적 표지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테고 말이다.

 

뼈가 왜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이며 문화유산인지 궁금하다면, 피부 아래에 숨겨져 있을 때나 죽어서 몸 밖으로 드러나 있을 때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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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고양이 클로드 2 - 적의 등장 외계 고양이 클로드 2
조니 마르시아노.에밀리 체노웨스 지음, 롭 모마르츠 그림, 장혜란 옮김 / 북스그라운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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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행성에서 추방된 사악한 외계 고양이 황제와 도시를 떠나 낯선 시골로 이사를 와서 심난한 소년이 한 집에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외계 고양이 클로드>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불타는 복수와 함께 더 강력해진 재미로 무장한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매우 기대가 되었다. 시리즈를 읽는 즐거움은 바로 이렇게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기 전에 설레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거 아니겠는가. 이는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작에서 잔악무도하기로 이름난 고양이 클로드는 배신자의 반역으로 육식 거인인 '인간' 종족이 사는 지구라는 행성으로 쫓겨나는 신세로 등장했다. 클로드는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아가 배신자들에게 복수하고 권력을 되찾을 생각이었다. 한편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라지는 도시에서의 편리했던 생활 대신 자연으로 가득한 동네가 지루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때 초록색 번개와 함께 비를 쫄딱 맞은 고양이 한 마리가 라지의 집에 등장한다.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었던 라지는 엄마에게 사정하고, 캠프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허락이 떨어진다. 오로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끔찍한 생존 캠프에 참가했던 라지는 갖은 재앙을 겪으며 겨우 살아 남았고, 친구도 생겼다.  클로드는 어리버리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소년 라지를 이용해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1권이 외계에서 지구로 추방된 고양이 황제가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온 라지를 만나 지구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2권에서 클로드는 다시 행성으로 돌아갈 날을 대비해 지구의 고양이들을 데려와 가르치며 고양이 특공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구의 고양이들을 관찰하다가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이름하여 '위스쿠즈 전사 학교'!! 클로드는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다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무술로 알려진 '냥짓수'를 비롯해 고대 전추 철학, 무기 공학, 속임수 기술 등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과거에 자신을 배신했던 적이 갑자기 지구에 등장해 클로드의 복수심이 더욱 불타오르게 만든다.

 

라지는 새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다소 과장된 과거 이야기로 인기를 얻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바로 그 과거 속 친구가 전학을 오게 되면서 난감한 상황이 된다. 자신이 과장해서 이야기했던 것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밝힐 수도 있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클로드와 라지 앞에 이 지구상에서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고양이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친구였지만 적이 된 존재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은 전편보다 더 스펙터클하고 요란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시리즈는 고양이 클로드와 인간 라지의 시점이 교차 구성되며 전개되고 있어 더 흥미진진한데, 너무도 다른 두 존재가 서로를 어떻게 오해하고, 또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사에 심술 궂은 표정의 클로드는 인간을 상대하며 엉뚱한 행동과 말을 해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클로드의 말이라면 뭐든 믿고 따르는 라지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존재가 어떻게 우정을 만들어 가는지, 각자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외계에서 왔고, 말도 하며, 글도 읽을 줄 안다니, 진짜 끝내주는 상상아닌가. 지구 어린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너무 유쾌하고, 웃기고, 재미있는 SF 동화이니 이 시리즈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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