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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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이유 때문에 의대생, 외과 의사, 고생물학자에게 유의미한 뼈의 개수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사람의 뼈가 모두 몇 개냐"라는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은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라는 것이다. 게다가 뼈의 정확한 개수를 밝히려면 충분한 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하는데,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체에 존재하는 200여 개의 뼈는 각각 이름을 갖고 있으므로, 설사 만지거나 가리킬 수 없더라도 그것들을 기억할 수는 있다.            p.34

 

나름 고고학, 고생물학에 관한 책들을 꽤 읽어본 편이라, 뼈의 5억 년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뼈의 생물학적 구성과 기능, 골격 구조, 골절과 다양한 뼈 질환과 치료법 등 의학적인 정보들이 쏟아져 나와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읽다 보니 이 책의 저자는 '뼈 다루기'와 '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40년 차 정형외과의사라고 한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 저자는 본격적으로 뼈 수술의 역사를 훑으며 의학적 혁명과 최신 정형외과에 대한 정보들까지 살펴본다. 의학 정보를 다루는 책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터라 다소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의사와 과학자들이 뼈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이를 특별한 목적으로 전용한 사례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 몸 안에 '숨겨진 뼈'에 대한 전반부의 이야기가 끝이 나면, 나머지 후반부는 외부에 ‘드러난 뼈’의 역사를 통해 뼈가 지닌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미를 탐구한다. 뼈의 주인이 죽은 후 몸 밖으로 나온 뼈의 두 번째 생애를 다루고 있는 후반부가 아무래도 읽기 더 수월했는데, 기대했던 고생물학에서 다뤄지는 화석화된 뼈를 비롯해서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고고학, 그리고 예술, 문화에 이르기까지 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 매장된 뼈는 인간이 언제 처음으로 추상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며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이 된다.

 

 

이쯤 됐으면 독자들은 뼈가 일상생활에서 사용된다는 데 매력을 느낀 나머지 연구 혹은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멋진 뼈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흥분을 가라앉히기 바란다. 골동품 상점에서 정체불명의 '아름답고 새하얀 공예품'과 마주쳤을 때를 대비해, 뼈와 상아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원료에 대한 상점 주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그 분야의 권위자로는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미국어류및야생동물국의 담당자들이 있다. 그들은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구별할까?            p.325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뼈의 비즈니스에 대해 다루는 페이지가 흥미진진했다. 뼈가 패션 산업의 혁명에 이바지했으며, 뼈를 이용한 단추 산업이 패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의 뼈는 거대한 비료 산업을 촉발시켰다. 또한 카타콤에서 발굴된 ‘성인’들의 뼈로 교회는 떼돈을 벌었으며 이는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선사시대의 사냥꾼들은 뼈를 이용해서 몽둥이, 화살촉, 작살, 낚싯바늘을 만들었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뼈바늘을 이용해서 옷으로 만들었으며, 동물의 뼈를 이용해 주사위를 만들어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뼈는 지금껏 우리에게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왔다. 드러난 뼈는 46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 중 최근 5억 년간의 정보를 제공해줬으며, 또한 뼈에는 최근 10만 년에 걸친 인류의 발달 및 문화사가 기록되어 있다. 사실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들의 뼈 중 일부가 화석화되어 수백만 년 동안 붕괴하지 않고 견뎌냈다는 것부터 놀랍고 경탄할 만하다.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현대에 만들어진 뼈가 문화적 표지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테고 말이다.

 

뼈가 왜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이며 문화유산인지 궁금하다면, 피부 아래에 숨겨져 있을 때나 죽어서 몸 밖으로 드러나 있을 때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따라가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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